[기업분석] 방산 고삐·김동관 승계... 신현우 손에 맡겨진 '한화에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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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방산 고삐·김동관 승계... 신현우 손에 맡겨진 '한화에어로'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8.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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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먹거리 키워드 셋, '방산·항공·시큐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 통합시너지 기대감
'방산' 비중, 회사 전체 매출의 60% 전망
항공엔진 수주잔고 24조... '시큐리티' 급성장
4연임 '방산 전문가' 신현우 대표 체제 견고

<편집자 주> 항공우주·방위산업(방산) 특화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주목할만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7월 한화그룹은 계열사간 인수·합병과 물적분할, 사업 부문 매입·매각 등 큰 폭의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했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 사업 비중은 줄고, 방산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옛 삼성정밀을 뿌리로 하는 회사는 설립 이래 ‘항공’을 핵심 사업으로 키웠다. 지난달 진행된 인수합병 과정에서 '한국형 록히트마틴’을 롤모델로 제시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항공'은 회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이런 외형과 달리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항공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실질은 '방위산업(방산)'을 주력 사업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방산 전문가'로 손꼽히는 신현우 대표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출범 후 지금까지 7년 넘게 대표이사직을 수행 중인 사실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그룹 사업 구조 개편을 계기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분석했다.

2017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2017 다보스포럼'에서 당시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오른쪽)와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왼쪽)가 데이브코티 하니웰 회장을 만나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2017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2017 다보스포럼'에서 당시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오른쪽)와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왼쪽)가 데이브코티 하니웰 회장을 만나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9일 ㈜한화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한화정밀기계, 한화파워시스템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합병하는 안건도 함께 의결했다.

개편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핵심 사업은 기존 7개에서 5개(△항공엔진 △방산 △시큐리티 △ICT △항공우주)로 축소됐다. 한화정밀기계와 한화파워시스템 매각으로 ‘산업용장비’, ‘파워시스템’ 사업이 제외됐다. 

회사의 사업 부문별 매출을 보면 ‘방산’ 비중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2020년 방산 매출은 2조504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7%, 영업이익은 1493억원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매출 2조8842억원(45%), 영업이익 1587억원(41%)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331억(39%), 194억원(29%)으로 집계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작업자가 엔진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작업자가 엔진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핵심 사업부문인 항공엔진 실적은 최근 성장이 주춤한 모습이다. 2020년 매출 1조2876억원(24%)을 기록했으나 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 실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21년도 매출은 1조4497억원(23%), 영업손실은 8억원, 올해 1분기 매출은 2978억원(22%), 영업손실은 55억원으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대폭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회사 관계자는 "항공엔진 사업의 ‘RSP’를 감안하면 흑자"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2015년 글로벌 항공기 엔진 제작사 P&W(프랫 앤 휘트니)와 GTF(Geared Turbo Fan, 제트엔진)의 ‘RSP’ 계약(2.3% 지분 투자)을 체결했다. RSP(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란 ‘리스크‧수익 공유 프로그램’이다.

RSP 파트너십을 맺으면 엔진 원제작사와 참여 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지분 비율에 따라 공유한다. 손실도 지분 비율을 기준으로 분담한다. RSP 파트너십은 상당한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고, 초기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2021년, 2020년 영업손실에는 RSP 비용 481억원과 609억원이 반영됐다. 이 비용을 제외하면 흑자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의 요지이다. 다만 일각에선 "RSP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서의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지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방산, 항공엔진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한 부문은 ‘시큐리티’이다. 2020년 매출 5288억원(10%), 2021년 6794억원(11%), 올해 1분기 2174억원(16%)으로 실적 흐름이 준수하다. 영업이익 비중은 2020년 16%(384억원), 2021년 20%(771억원), 올해 1분기 49%(327억원)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네 번째 ICT 부문 매출은 2020년 4323억원(8.12%), 2021년 5280억원(8.24%), 올해 1분기 1001억원(7.27%)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부터 '항공우주' 매출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1분기 매출은 180억원(1.31%)으로 내수 111억원(62%), 수출 69억원(38%)이다. '항공우주' 포트폴리오는 위성시스템, 위성영상 및 위성영상 분석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으로 잡히는 (주)한화 방산 제품들의 모습. 사진=(주)한화
(주)한화가 제작한 K-9 자주포. 사진=(주)한화

 

그룹 '방산' 통합 시너지... 한화에어로 주가 상승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9일 물적 분할을 통해 ㈜한화의 방산 부문을 인수했기 때문에 올해 3분기부터 ㈜한화의 방산 매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으로 잡힌다. 한화디펜스는 100% 자회사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결 매출에 이미 포함돼 있다.

(주)한화는 글로벌/방산/기계부문으로 나뉘어져 있고, 지난해 매출은 2조6118억9500만원이다. 방산 부문 매출은 2019년 1조8636억원, 2020년 1조7764억원, 2021년 1조5813억원으로 매년 1조 중후반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은 6조4151억원. (주)한화의 방산 매출을 더하면 8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K-방산'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회사의 방산부문 실적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웃돌 것이란 분석이 많다. 주가도 7월 중순 4만2000원대에서 현재 7만원대까지 상승했다.  

 

가파른 시큐리티 사업 성장세  

방산 못지않게 눈길이 가는 사업분야는 '시큐리티'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을 보면 시큐리티와 항공엔진 부문 격차는 800억원에 불과하다. 매출 비중으로 따지면 6% 차이다. 시큐리티 사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항공엔진 부문을 바짝 쫓고 있다.

시큐리티 부문 주력 제품은 CCTV, 저장장치, 모니터, 카메라 모듈 등이다. 한화에어로 자회사 한화테크윈이 사업을 맡고 있다. 개인 프라이버시 이슈,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발열 체크 제품 수요 급증 등 호재가 겹치면서 사업의 성장속도가 가파르다.  

미국 뉴저지, 영국 런던, UAE 두바이, 베트남 박닌베트남, 중국 천진 등 5개 국에 현지 법인을, 미국과 프랑스 등 10개국에 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국내에서도 '반포자이', '디에이치 자이'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 보안 솔루션으로 채택되면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항공엔진 부문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공시자료 기준 항공엔진 부문 수주잔고는 약 24조원에 달한다. 항공엔진 개발은 수십년에 걸쳐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국가 핵심 전략 과제이다. 엔진 개발 노하우와 연구역량이 확보된다면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화=방산’, 신현우 체재 확고... “한화그룹 2인자”

회사 대표이사는 2015년 이후 변동이 없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사명이 변경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신현우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 대표는 올해 3월 정기주총에서 4연임에 성공했다. 예정된 임기를 채우면 그의 대표 재임기간은 10년으로 늘어난다. 

1962년생으로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신 대표는 (주)한화 방산부문 부사장, 한화테크윈 항공·방산 부문 대표 등을 거친 방산 전문가이다. 그룹 경영전략실장을 지낸 이력에서 알 수 있듯 정무감각과 사업 조율 능력을 두루 갖췄다. 재계에서는 그룹 차기 오너인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의 후견인으로 신 대표를 지목하는 이들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는 지난달 사업구조 재편으로 신현우 대표 체제를 더욱 공고히 마련했다"며 "보통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책임을 나누는 경향이 있는데, 한화는 정반대로 신 대표에게 권한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화의 가장 큰 먹거리인 ‘방산’, 미래 사업인 ‘우주’,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대표의 ‘경영권 승계’까지 신 대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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