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에 없던 2cm' 내민 DB손보... 갑상선 보험금 분쟁, 집단소송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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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에 없던 2cm' 내민 DB손보... 갑상선 보험금 분쟁, 집단소송 간다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7.0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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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파시술' 보험금 지급 놓고 소비자와 갈등
"2cm 이하는 안돼" 결절크기 내세워 지급 거부
소비자 "사측 유리 대한영상의학회 자료만 인용"
사측 "보험료 과다 청구 억제장치로 감정 필수"
금감원 "결절 크기 정확한 판단 애매모호"
전문가 "제3의 의료자문기관 신설, 신뢰도 높여야"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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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A씨는 3년 전 갑상선 결절 시술을 특약보장해 준다는 DB손해보험의 상품에 가입했다. 하지만 A씨는 정작 갑상선 결절로 고주파 절제술을 받았지만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 DB손보는 결절의 크기가 2cm 이하이기 때문에 지급이 어렵다고 했다.

#. 40대 직장인 B씨도 A씨와 같은 DB손해보험 갑상선 결절 특약 상품을 2년 전 가입했다. B씨는 지난해 7월 갑상선 고주파 시술을 받은 후 보험금 지급 요청을 했으나 역시 결절 크기가 2cm 이하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최근 위 사례처럼 DB손해보험 갑상선 결절 특약 관련 보험 상품에 가입한 이들이 수술비 정액담보 보험금을 받지 못하면서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이 보험금 누수 방지와 공정한 지급심사라는 명분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불리한 의료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의 소견도 아닌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 학술지 권고안 기준 등에 따라 소비자를 보험 사기 대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불합리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4일 다수의 제보에 따르면 DB손보는 자사 상품인 ‘참좋은훼밀리플러스종합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갑상선 결절 특약보험금을 청구할 시, 결절 크기가 2cm 이상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과 관련한 DB손보의 보험금 부지급 논란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다. 갑상선 결절 치료에서 최근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국소 치료법인 고주파 절제술이다. 고주파 절제술은 특수 제작된 바늘을 이용해 갑상선에 생긴 결절을 고주파로 태우는 방식이다. 해당 절제술은 수술의 정의에 해당하는 절단·절제 등 조작이 약관에 분명하게 명시되지 않아 예전부터 보험금 지급 분쟁이 발생해왔다. DB손보 갑상선 결절 보험금 부지급 문제의 경우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 수술 가이드라인’ 기준을 두고 해석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여기에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DB손보 측이) 갑상선 결절 수술을 받은 가입자에게 의료자문동의서 동의를 받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놓고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지정한 병원이나 보험 가입자가 원하는 병원 모두에서 받을 수 있다. 다만 보험사가 제시한 의료기관에서 자문을 받을 경우, 보험사 쪽에 유리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DB손보와 소비자 간 갈등도 어떤 자문을 받을 것이냐에서 기인한다. 피해 소비자들은 DB손보 측이 부지급 근거로 제시한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의 권고안을 두고 "공신력이 확실한 자료인지 의문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DB손보 측이 부지급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2012년 발표된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 자료다. 이 학회에서는 "갑상선 결정 크기가 2cm 이하는 크기 증가가 있더라도 추적 관찰을 권고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2회 이상의 조직 검사에서 양성이 확진된 경우, 결절 크기가 2cm보다 크고 점점 자라는 경우, 미용상 문제나 삼킬 때 이물감, 통증 증상이 있는 경우 등이다. 또한 갑상샘 결절이 물혹인 경우는 에탄올 절제술 등 저렴하고 안전한 치료를 먼저 시도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에서는 결절의 크기가 미미하더라도 환자의 케이스마다 다르기 때문에 치료법 등 수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갑상선 결절 전문의들은 결절 크기가 2cm 미만이어도 혹의 위치나 통증 문제, 원격 전이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 ‘5% 이상의 위험의 소지가 있다’라고 판단될 시 환자들에게 수술을 권장토록 하고 있다. 5% 이상의 위험 소지가 있다는 것은 암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DB손해보험이 고객들한테 제공한 부지급 사유 근거 자료. 사진=시장경제DB
DB손해보험이 고객들한테 제공한 부지급 사유 근거 자료. 사진=시장경제DB

현재 피해 소비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 피해 소비자는 “DB손보 측은 대한갑상선의학회 자료만 들어 수술의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 또는 유예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DB손보 측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DB손보 관계자는 “통상 보험금지급 절차는 약관에 명시된 대로 보험금 지급 사유를 조사·확인을 거치고 있다”며 “현재 나오고 있는 일부 주장의 경우 대부분 의료자문동의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고객들의 보험료 과다 청구에 대한 최소한의 억제장치로 의료자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DB손보 측은 고주파 절제술이 신(新)의료기술로 인정받아 지급 보험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기준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고주파 절제술은 2017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보험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고주파 절제술은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탓에 최근 몇 년 동안 관련 보험금 지급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이 때문에 DB손보 측은 과다한 보험금 청구가 이어지면 손해율과 보험료가 상승, 기준을 강화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DB손보는 보험금 지급 규모가 늘어나자 2020년부터 관련 보상 범위를 축소하는 등 사후 심사기준을 강화했다.

문제는 DB손보 측이 명확한 고지 없이 상품을 판매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갑상선 수술 시 최대 2000만원 이상의 진단 보상비를 강조하며 타 보험사(최대 1000만원)에 비해 많은 상품을 판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DB손보 측이 판매한 ‘참좋은훼밀리플러스종합보험(무배당)’은 2019년 11월 수술비 담보 관련 보장을 업그레이드하고 홍보를 강화했다. 주요 보장으로 십이지장·갑상선질환·동맥경화·폐렴·녹내장 결핵 등 24가지가 있다. 

DB손해보험 '갑상선결절' 특약 보장 상품 관련 플랜내용. 자료=제보자 제공
DB손해보험 갑상선 결절 특약 보장 상품 관련 플랜. 사진=시장경제 DB

본지가 입수한 갑상선 결절 특약 상품 교육 플랜을 살펴보면 “최근 고주파 절제시술이 수술도 인정받게 돼 수술비 보장이 확장됐고, 많게는 최대 2000만원까지 보장이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상품 안내·약관에선 ‘결절 크기가 2cm 이상이어야만 지급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수술의 정의를 ‘생체에 조작을 가하는 행위의 유형에 대해 절단·절제 등’으로 명시했을 뿐이다.

DB손보 측은 소속 설계사들에게도 ‘결절 크기 2cm 이상’을 강조하도록 지시했다. DB손보 소속 설계사 A씨는 “통상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전 원수보험사 매니저가 내려와 우리(설계사)들에게 상품 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이 상품의 경우 최근 부지급 관련 문제가 확산되자 (사측이) 갑자기 갑상선 결절이 ‘2cm 이상이어야만 지급이 가능하다’는 부분을 고객한테 강조하라고 시켰다”고 증언했다. A씨는 “사실 상품을 교육하기 이전에 약관에 먼저 정확하게 명시하도록 변경해야 맞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과거 DB손보의 참좋은훼밀리플러스종합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했다는 또 다른 설계사 B씨는 “(DB손보는) 유독 관련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해왔는데 나중에 지급 거절 문제가 속출하자 내부 의료자문을 통해 치료의 적정성을 부인했으며 제3의료기관 자문 절차만 무조건적으로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애초 상품약관을 미흡하게 해놓고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나오니 갑자기 약관에도 명시되지 않은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행태가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DB손보 측이 보험금 부지급 사유가 전형적인 수법라는 지적도 있다.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 외에도 대한갑상선학회나 갑상선학회 등 다양한 학회가 있는데도 이를 모두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6년 발표된 대한갑상선학회의 갑상선 결절·암 진료 권고안 개정안에는 결절 크기 2cm 기준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 첫 번째 권고는 “증상을 일으키는 갑상선 결절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에탄올 레이저 고주파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두 번째 권고는 “환자의 증상(목이 쉼, 이물감, 가족력, 암의 두려움, 크기가 수개월 내로 급속 자라는 결절)에 따라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2016년 대한갑상선학회 권고안. 자료=제보자 제공
2016년 대한갑상선학회 권고안. 사진=시장경제 DB

한 피해 소비자는 "DB손보가 의료자문동의를 요구하고 있는 태도도 문제"라며 "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갑상선 결절을 둘러싼 전문의 의견도 아닌 데다 일방적으로 정하는 의료기관 자문을 요하는 방식이 타당하지 않다는 게 요지다.

다른 피해 소비자는 "대한갑상선의학회 권고의 경우 환자의 상태별로 다양한 증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라고 했다”며 “갑상선과 관련된 다양한 의학회 자료가 있음에도 유독 대한영상의학회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는 점, 전문적인 의사 소견도 아님에도 한 학회 자료를 토대로 보험금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도 ‘2cm 미만에 대해 5% 이상의 위험 소지가 있으면 문제가 있다’고 했으며 ‘대한갑상선의학회에서 발간한 진료 치침이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발표한 내용도 있다”도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갑상선암 보험금 미지급 문제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전재수 의원은 "요즘 보험사들은 심사 기준 강화라는 이유로 오히려 보험 가입자를 과잉진료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늘고 있는데도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한 문제를 보험사와 소비자가 해결하도록 놔두고 있다"고 질타했다. 전재수 의원은 "갑상선영상의학회 권고안을 갖고 일괄적으로 과잉진료라고 규정하고 있는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업계과 금융당국은 약관 문제로 인해 갈등이 늘고 있는 현(現) 실태에 자성의 뜻을 표하면서도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은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실 갑상선 결절 보험금 지급 거절을 둘러싼 소비자 문제를 이미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결절 크기에 대한 문제는 정확한 판단 기준이 없어 애매모호하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이런 부분은 의료기관이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 현재 보험사들에게 ‘전문 자문의를 통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안내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의료자문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정당성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보험사 의료자문제도가 보험금의 거절·삭감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의료자문 대상 선정·관리 기준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사 의료자문제도의 경우 사측 입장에서만 정한다는 기준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아예 가입자 입장에서 정하도록 방침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한 손해사정사는 “환자가 공정하게 의료자문을 구할 수 있는 또 다른 외부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자문의를 전문적으로 맡는 제3의 의료기관이 신설되면 가입자는 의료진을 신뢰할 수 있고 보험사는 환자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석이조로 공정한 서류를 발급해주는 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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