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지정맥류 실손 논란 재점화... KB손보·메리츠 "지급심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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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지정맥류 실손 논란 재점화... KB손보·메리츠 "지급심사 강화"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7.0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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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보험금 지급 심사 강화 검토 중"
타 보험사도 비급여 가이드라인 논의
"실손 청구 증가로 인한 손해율 상승 우려"
의료계·보험사 '치료 목적' 해석 갈등 소지
메리츠화재보험 본사 전경. KB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시장경제DB
메리츠화재보험 본사 전경. KB손해보험 본사 전경. 사진=시장경제DB

하지정맥류 수술 실손 보험금 지급이 깐깐해질 전망이다.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을 둘러싼 보험금 지급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내부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하지정맥류 관련 실손 청구가 늘어나면서 보험금 지급 비용이 증가한데 따른 것이다. 손보업계에선 “(일부 병원들이) 과잉 진료로 값비싼 수술을 유도해 실손보험료 상승 원인을 부추기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와 관련해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구체적으로 약관이 어떻게 변경될지에 대해선 아직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과잉 진료를 포함해 실손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정맥류 수술의 경우 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한데도 청구하는 건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관련 모럴리스크(Moral Risk)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레이저 하지정맥류 수술에 의한 초음파 검사 결과가 의사 소견마다 제각각이다 보니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 근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사들, 비공식 TF 꾸리고 내부지침 변경 검토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외에도 보험사들은 비공식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하지정맥류 수술 관련 내부 지침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하지정맥류는 환자의 증상만으로 수술 필요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지, 혈류 초음파검사에 의한 의학적 판단 근거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뜸했다. 

현재 보험사 표준 약관에는 레이저 수술 등 하지정맥류로 진단받고 시술 시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혈관이 혹처럼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보인다. 증상이 심할 시에는 다리 저림, 피로감, 통증이 유발된다. 진단 방법에는 시진(눈으로 확인), 촉진(손끝으로 두드림) 등 신체적 검사와 혈관 초음파 검사 등이 있다. 하지정맥류는 외형적으로 부풀어 오른 혈관을 없앤다는 개념으로 레이저 수술을 많이 사용한다. 

간단한 시술 치료법이 나오면서 하지정맥류 수술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환자는 2016년 16만2000명에서 2020년 21만2000명으로 증가해 연평균 7%씩 늘고 있다. 2021년에는 24만7964명으로 전년 대비 16.96% 증가했다. 의료계는 하지정맥류 수술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정맥류 수술법이 간단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증가하는 환자 수와 함께 실손 보험 청구건수도 늘고 있다. 2014년 3000만명에서 2019년 3800만명으로, 청구액은 2017년 4조8000억원에서 2019년 6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보험사의 손실률 상승과 맞닿는다.

과거에도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2016년 표준 약관은 요양급여 대상이 아닌 하지정맥류 수술을 미용 목적으로 규정한 탓에 소비자들은 실손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의학적 근거도 없이 하지정맥류 수술을 미용 개선 목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를 했다. 의료계는 "비급여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시술을 미용 목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레이저 폐쇄술 등이 비급여로 분류된 것은 건강보험 재정 한계에 따른 것일 뿐, 시술 목적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었다. 금감원은 이러한 의료계 주장을 받아들이고 2017년 '외모 개선 목적의 다리정맥류 수술'에 대한 단서를 삭제해 현재 하지정맥류 수술도 비급여 대상으로 실손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7년 이후 개정된 약관에는 하지정맥류 치료 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이 아닌 수술법을 사용해도 치료 목적으로 판단해 보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약관에 명시된 '치료 목적으로 판단해'라는 문구를 두고 의료계, 가입자, 보험사 간 해석 다툼은 여전하다. 하지정맥류 수술 실손 보험금 지급 심사 강화로 인해 보험업계와 의료계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의료계의 문제 제기로 불합리한 약관을 개선했는데 과거 '과잉 도수치료 논란'과 같이 궁지에 몰린 실손 보험사들이 해당 내용을 문제 삼아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른 관계자는 “환자의 케이스별로 심각한 하지정맥류 질병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단순 치료 목적으로만 수술을 권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하지정맥류는 피부 밖으로 울퉁불퉁 튀어나온 모습 때문에 외형상의 변화를 바로잡으려는 미용상 목적이라고 오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심해지면 피부 경화, 정맥염, 피부 궤양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도 보험사들이 ‘초음파 검사 관련 의사들 소견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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