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잃은 삼성號, '4차산업혁명' 나침반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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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잃은 삼성號, '4차산업혁명' 나침반도 잃었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8.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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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년 만에 첫 총수 실형… "미래 성장 막대한 타격 될 듯"

삼성號에 선장이 사라졌다. 삼성은 글로벌 대해(大海)를 어떻게 운항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창사 79년만에 총수 실형이라는 상황을 맞이했다. 일단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등의 코앞에 닥친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복잡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지난 25일 열린 '삼성 뇌물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구속 만기일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실형 선고에 따라 수감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재계는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50여건이 넘는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제대로 입증된 것이 없음에도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고심 끝에 내린 판결이겠지만 유죄로 인정할만한 혐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다소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 구속 이후 경영공백 장기화로 인한 기업 성장 차질에 대한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 등 전문경영인(CEO)들이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내며 그룹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올해 2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 17조원이라는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미래 성장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대규모 투자 결정 및 인수합병 차질이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업계 특성상 적재적소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판단이 요구됨에도, 방어적·소극적 투자만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전장기업인 미국 하만을 9조3400억원에 인수한 이후로는 이 같은 대형 M&A 사례는 전무하다. 4차 산업혁명의 대응책으로 내세운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업체의 인수합병도 전면 보류됐다. 일부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사업 보강 정도의 행보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리잡은 만큼, 기업 신뢰도 면에서도 수치화가 어려운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더해졌다. 이 부회장은 해외 사업현장과 글로벌 행사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전 세계 IT 수장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 적극적인 M&A와 신사업 추진 등에 나서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그룹의 '선장없는 항해'가 현실로 나타났다. 그룹 내부는 물론 국내외 경제계에도 상당한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지만, 이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게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삼성 측의 항소가 반드시 이뤄지겠지만, 단기간 내 마무리가 불가능한 점을 미뤄볼 때 그룹 운영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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