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일할 사람이 없다... 삼성·SK도 인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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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일할 사람이 없다... 삼성·SK도 인력난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04.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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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회로 설계 등 전문인력 부족 심각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인재 확보 안간힘
소부장 중견기업 사정 더 열악... 해외 인재 수급도 어려워
전문인력 안정적 공급 위한 정부 정책 역량 아쉬워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파운드리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면서 인재 모시기 경쟁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임직원 처우를 개선하고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까지 설립하면서 인재 확보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전문 인력은 수년째 1000명 이상 부족한 상황이다.

17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등 국내 반도체 산업 종사자는 총 17만9885명이다.

반도체 연구개발과 기술, 생산 등 필수업무에 종사하는 산업기술인력은 9만9285명으로, 2016년(8만6525명) 이후 최근 4년간 증가세를 이어왔다.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면서 종사자 수도 꾸준히 늘었지만 업계에선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2020년 기준 국내 반도체 업계 부족 인력을 1621명으로 집계했다. 학력별 부족 인력은 고졸 894명, 학사 362명, 전문학사 316명, 석사 40명, 박사 9명 등 이었다. 반도체 산업계 부족 인력은 2015년(1332명) 대비 약 300명 늘었다.

반도체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진흥원이 집계한 부족 인력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최소 인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이 연간 약 1만명의 인력을 채용하는데 이 중 반도체 분야를 전공한 전문인력은 20% 이하"라며 "전문인력 부족으로 기업들이 비전문 인력을 뽑은 뒤 재교육과 훈련을 다시 시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5000여명 안팎, SK하이닉스는 1000여명 안팎의 반도체 인력을 채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부장 등 반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까지 포함하면 연간 국내 반도체 인력 채용 규모는 1만여명 수준이 될 전망이다. 채용 규모는 매년 느는데 국내 대학에서 배출하는 전문인력은 수요의 10%를 맞추기 버거울 정도로 적다. 반도체 인력 부족 상황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인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임직원 임금을 예년의 2배 수준인 평균 8% 인상했고, 신입사원 초임은 삼성전자(약 4800만원)보다 높은 5040만원으로 올렸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 기업 DB하이텍은 올해 신입사원 초임을 삼성전자 수준에 맞추기 위해 평균 14.3% 인상했다. 지난해 임직원 임금을 평균 7.5% 인상했던 삼성전자는 아직 올해 인상률을 고민 중이다.

기업들은 선제적 인력 확보를 위해 대학 내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연세대·카이스트·포스텍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고려대에 이어 올해 서강대, 한양대와 잇달아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 협약을 체결했다.

계약학과란 졸업 후 채용을 조건으로 기업이 학비 전액을 제공하는 등 여러 혜택을 약속하고 입학생을 모집하는 학부 과정이다. 맞춤형 커리큘럼을 통해 반도체 전문인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립한 반도체 계약학과는 7개로, 이 중 4곳의 학과명이 시스템반도체공학과다. 두 기업은 비메모리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관련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인력 부족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어서 해외 인력 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까지 중국에서만 반도체 전문 인력 20만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미국은 반도체 공장 신증설에 따라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력 2만7000명이 더 필요하지만 이 중 약 3500개 일자리는 자국 내 충당이 어려워, 해외 인재 수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학부생과 석·박사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5월 'K-반도체 전략'을 통해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인력 3만6천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반도체 산업 지원을 약속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해 검찰총장 사임 뒤 서울대 반도체연구소를 직접 찾아가 국내 반도체 개발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 등 이 분야 정책 지원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김기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대변인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업계 1순위의 숙원인 고질적 인력난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반도체 관련 학생과 교수 정원을 확대하고 석박사 전문 인력 확충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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