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지속가능보고서' 3자 검증 쏙 뺐다... "위장 ESG 논란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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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지속가능보고서' 3자 검증 쏙 뺐다... "위장 ESG 논란 자초"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2.04.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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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의무사항 아니지만, 정확·신뢰성 떨어져
포장재 사용량 등 식품사 중요 ESG 정보 누락
빙그레 "올해는 검증 받은 보고서 발간 준비"
전문가들 "부실한 ESG정보, 그린워싱 우려"
사진=빙그레의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진=빙그레의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빙그레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제3자 외부검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정확·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2020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량을 소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오뚜기·풀무원·롯데칠성음료 등도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고, 롯데제과도 올해 처음으로 시작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놓는 이유는 재무제표로 알 수 없는 정보가 소비자와 주주들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전 세계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투자에 활용한다.

빙그레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국제보고 기준인 GRI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됐지만, 보고서에 기술된 내용의 진위와 관련된 '제3자 검증의견서'는 빠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은 신뢰할 만한 기관에 보고서의 검증을 의뢰하고, 검증 기관은 포괄성·중요성·대응성의 3대 원칙에 의거해 검증의견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빙그레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검증기관 의뢰를 거치지 않아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외부 검증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며 "보고서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빙 자료들을 유첨해 ESG 평가를 받아 3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제3자 검증을 받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빙그레의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진=빙그레의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수치화된 ESG정보도 부실

빙그레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ESG정보도 타 식품사에 비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사 ESG경영에서 중요도가 높은 '포장재 사용량' 정보가 빠져있고, 이 외에도 정규직·계약직 현황, 육아휴직 사용인원·복귀율, 신규채용 현황, 사내여성 경영진 현황, 사업장 부패 위험 평가 등도 기재돼 있지 않았다.

수치화한 정보도 부족했다. 임직원 구성 정보, 노동조합 가입 현황, 산업재해 현황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 최근 2~3년간 데이터가 나와있지 않아 수치를 상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온실가스 감축' 항목에는 목표와 실적만 적시돼 작년 대비 증감을 비교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ESG정보가 그린워싱 문제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가리킨다.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지속가능보고서를 내기만 하면 내용의 질과는 상관없이 ESG평가등급 점수를 잘 받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보고서 발간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지만, 객관성을 위해 외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도 "검증 없는 보고서는 홍보용 책자에 불과하다"며 "그린워싱의 목적이 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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