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1년 진단④] "두 번 실수는 없다"... 우리은행, 투자상품 관리 '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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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1년 진단④] "두 번 실수는 없다"... 우리은행, 투자상품 관리 '만전'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3.0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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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KPI성과평가 제도 전면 개편
불완전판매 근절 위해 상품판매 전 과정 '혁신'
손태승 회장, DLF 사태 선제적 보상 '물꼬'
권광석 은행장, 직속 소비자보호그룹 신설
"소비자보호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
우리은행 본사 전경. 사진=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본사 전경. 사진=우리은행 제공

<편집자주> 지난해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된 후 금융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사기·불완전판매를 사전 차단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 해석된다. 특히 은행들은 소비자가 직면하는 금융의 모든 단계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섰다. 본지는 금소법 시행 1년을 앞둔 현재 각 은행들이 추진 중인 소비자 보호 전략과 철학을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네 번째 순서는 DLF 사태를 전화위복 삼아 소비자보호를 강화한 우리은행이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로 뭇매를 맞은 우리은행이 최근 경영진·임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제로베이스 혁신을 이어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고객은 은행의 존재 기반이자 목적’이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원칙 지키는 정도(正道) 영업 확립’이라는 구체적인 경영전략을 실천해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상품 선정부터 판매까지 개편

우리은행은 2019년 DLF 사태 책임론이 불거지자 적극적인 피해 보상 노력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고객 중심으로 자산관리체계를 혁신하는 등 소비자보호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았다. 당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고객 입장에서 신속히 결정한다'는 원칙을 통해 빠르게 배상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 구제에도 적극 나서며 선제적 보상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DLF 사태 이후 초고위험 투자상품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도 추진했다. 상품 중단에 따른 수익 감소보다 신뢰 회복에 방점을 둔 결정이었다. 이와 함께 재발 방지 차원에서 상품 설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자산관리체계 전반을 뜯어 고쳤다. 금융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먼저 상품선정위원장을 부행장급으로 격상시키는 한편 상품조직과 마케팅조직을 분리해 상품 쏠림 현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했다. 영업체계 전 과정도 혁신했다. 원금손실형 투자상품의 경우 고객별 판매 규모 한도를 설정하는 판매 제한 제도를 도입했다. 인프라 부문 혁신도 단행했다. 자산관리통합시스템을 구축해 위험 조기 경보, 고객별 투자 이력, 수익률을 관리하고 생애주기 자산관리체계를 도입해 연령대별로 상품 라인업과 포트폴리오 차별화를 뒀다. 

우리은행은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해 영업 분야 혁신을 꾀했다. 투자 숙려 제도와 고객 철회 제도를 도입해 고객 자기결정권을 높였고 그림이나 표 등을 활용해 이해하기 쉬운 상품 설명 용어를 사용하도록 했다. 투자 관련 서류의 정보 전달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는 고객의 자산 현황이나 손실 감내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투자를 권유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외에도 △설명의무·녹취제도 강화 △허위·과장광고 금지 △해피콜 시스템 개편 △고객 가입양식 개선 △자체 미스터리쇼핑 강화 등을 추진했다.

특히 DLF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수수료 위주의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 평가를 고객 중심으로 개편하기도 했다. 이 때 자산관리 상품을 제외시켜 실적 위주의 평가체계를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개편해 상품 선정·도입의 가장 앞 단계부터 관리가 이뤄지도록 했다.

사모펀드의 경우 내부 운용 형태에 대해서 알기 힘들고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영입, 금융상품 관련 심사 모델을 고도화했다. 구체적으로 상품선정 단계에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상품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와 함께 WM그룹과 신탁연금그룹 자산관리업무를 상품조직과 마케팅조직으로 분리해 소비자 수익률을 높였다. 자산관리그룹에서 리스크를 감안해 상품을 선정하고 산하 제휴상품부에서 리스크관리 조직과 사전협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자산관리도 고객중심으로 개편했다. 기존의 WM그룹 명칭을 자산관리그룹으로 변경하고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를 강화했다. 자산관리도 고객 신뢰를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자산관리그룹은 생애주기 서비스 등 고객 특성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WM그룹과 신탁연금그룹의 자산관리업무는 상품조직과 마케팅조직으로 분리해 고객 수익률을 제고하는 고객중심 조직으로 개편했다. WM 상품 판매 단계에서 PB고객 전담 채널을 확대하고 PB검증 제도를 신설했다. 채널과 인력별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에 차등을 두기도 했다. 원금손실형 투자상품에 대해서는 고객·운용사별 판매 한도를 두며, 자산관리체계가 정비될 때까지는 초고위험상품의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후관리 단계에서는 자체 검증, 리스크 검증, 준법 검증으로 구성된 3중 구조의 통합리스크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고객 관리 전담조직인 고객케어센터를 신설했다. 현재는 자산관리그룹 고객케어센터1·2팀에서 투자상품리스크 관리와 펀드·신탁 판매 모니터링 등 펀드와 신탁 완전판매를 위한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걸러진 금융상품들은 최종적으로 비예금상품실무협의회(부서장급)와 비예금상품위원회(임원급)에서 관리한다. 

비예금상품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을 중심으로 매월 1회 비예금상품 선정 등을 심의한다. 2020년 초부터 노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판매 즉시 해피콜을 의무화하는 등 해피콜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나아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해 2020년 6월부터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금융투자상품 리콜서비스를 추진했다. ‘금융투자상품 리콜 서비스’를 실시하는 곳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뿐이다. 이 서비스는 개인이나 개인사업자가 영업점에서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했을 경우 불완전판매가 이뤄지면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업점에서 가입한 모든 펀드와 특정금전신탁을 대상으로 한다. 단 인터넷·모바일·스마트키오스크 등 비대면 채널에서 가입한 상품은 제외된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은 설정일을 포함해 15영업일 이내에 우리은행 인터넷이나 콜센터를 통해 민원을 접수하면 된다.

우리은행은 고객이 불완전판매 민원을 접수하면 사실 관계 확인 후 불완전판매 여부를 심사 한다. 이후 불완전판매 사실이 확인되면 투자원금은 물론 해당 기간 발생한 손실금을 전액 보상한다. 리콜서비스를 통해 직원들의 책임을 강화하고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데 그치는 것을 넘어 직원들의 책임과 전문성을 강화해 고객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리스크총괄부에는 투자 상품 리스크 모니터링 기능이 부여됐다. 상품 선정 시 리스크총괄부에 배치된 인력 2명이 고난도 펀드·신탁 신상품 출시 전 리스크 검토를 한다. 검토되는 상품들은 리스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반려되기도 한다. 

우리은행이 자산관리그룹 개편 전에 부서장급 실무협의회를 신설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무협의회에는 소비자보호부장, 리스크총괄부장, 준법감시실장, 개인고객부장, 제휴상품부장, 신탁부장, 중소기업고객부장, 디지털전략부장, 트레이딩부장 등이 참여한다. 상품위원회에는 금융소비자보호그룹장, 리스크관리그룹장, 준법감시인, 개인·기관그룹장, 자산관리그룹장, 투자상품전략단장, 기업그룹장, 자금시장그룹장, 디지털전략그룹장 등이 참여해 의견을 개진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검토에 참여하는 협의회 구성진들은 문제 발생 시 책임이 부여되기 때문에 상품 출시 전 고민이 되는 부분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회·위원회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실제 회의 현장을 보면 고위험펀드 한도 관리 기준 같은 심의사항을 놓고 적극적이고 치열하게 토의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본사. 사진=시장경제DB
우리은행 본사. 사진=시장경제DB

 

금융소비자보호 책임경영환경 수립

우리은행은 소비자보호와 관련한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고객 중심’에 두고 책임경영환경을 수립했다. 특히 은행장 직속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꾸리는 등 고객보호 업무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2020년 12월부터 소비자보호조직을 크게 확충했다. 금융소비자보호 기획과 점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소비자보호부와 소비자지원부로 분리했다. 지난해 7월에는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소비자보호부 내 소비자보호점검팀을 신설했다. 기존 소비자브랜드그룹은 금융소비자보호그룹과 홍보브랜드그룹으로 분리됐다. 소비자보호 전담조직이 그룹 단위로 격상한 것이다. 소비자중심경영을 더 적극적이고, 전사적으로 실시해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장은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직접 관리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회의체인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는다. 은행장이 소비자보호 정책을 직접 결정하다보니 타 그룹도 방법을 더욱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자산관리상품위원회에는 그룹장 외에도 자문위원들이 참여한다. 법률 전문가도 포진해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소속 전문 인력이 다수 투입되기도 한다. 은행장 직속 준법감시실 소속 변호사도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설계와 구조를 검토했던 핵심 인력들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에 배치해 실효성을 높였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이는 고객 보호 업무의 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금융소비자보호그룹 내 인력도 43% 증원했다. DLF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2019년 상반기만 해도 46명에 그쳤지만, 지금은 66명으로 확충됐다. 

금융소비자그룹이 금융상품 판매 전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역할도 부여했다. 기존에는 상품을 팔았던 소관 부서에서 판매 전 리스크 관리부터 사후관리를 모두 통제했지만, 사모펀드 사태 이후 소비자보호 담당은 금융소비자보호그룹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위험관리 기준은 리스크관리그룹, 내부통제 기준은 준법감시인 등으로 바뀌면서 그 책임을 나눴다.

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은 금융상품 선정 시 금융상품 약관·설명서·안내문 작성에 있어 사전협의를 수행한다. 우리은행은 고위험 펀드 상품의 위험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이전에 펀드 업무를 담당했던 제휴 상품부 출신 인력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 쪽으로 이동시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 관련 전문가 등 우수 인력을 금융소비자그룹에 포진시킨 이유는 소비자보호 강화에 힘이 실리는 효과를 부여하기 위함”이라며 “많은 상품에는 파생이 내재돼 있기 때문에 구조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실제로 금융상품을 만들어본 인력들로 그룹 인원을 충원했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부는 준법감시인 산하 준법지원부로 통폐합됐다. 2019년 이후 불거진 각종 사모펀드 사태로 조직이 확대되고 독립 운영됐지만, 대부분 이슈가 해소되면서 다시 축소했다는 것이다.

금소법 시행 전후 변화도 확연하다. 우리은행은 금소법 시행 이후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인 'WeTube'를 통해 관련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 펀드 판매 시 이뤄지는 설명과 녹취를 기존에는 고난도·부적합투자자·고령투자자에 한해서만 실시했다면, 지난해 3월 25일부터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확대해 진행했다. 현재 녹취 시스템은 상품 설명을 직접 리딩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향후 이를 TTS(자동리딩방식)으로 바꿔 운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전 영업본부와 직할 VG(Value Group) 화상 연수를 통해 금소법 시행에 따른 영업 현장의 변화를 공유하고, 전 직원 대상 사이버 연수를 실시 중이다. 금소법 주요 내용과 필수 준수사항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고객 간 소통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소비자 목소리를 듣기 위해 2020년 ‘우리 팬 리포터’를 신설했다. ‘우리 팬(Woori Fan) 리포터’는 고객 중심의 의사결정과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고객 패널이다.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아이디어, 고객 불편사항, 제도 개선 필요사항 발굴을 통해 다양한 제안 활동을 수행하는 우리은행과 고객 간 새로운 소통창구다. 다양한 연령대의 우리은행 고객들을 선발해 ‘고객 패널’로 운영 중이다. 분기별 간담회에서 우리 팬 리포터와 우리은행 상품개발 담당자가 함께 토론하고, 개선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고객 의견을 수렴하는 등 고객 중심의 개선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과 언택트에 맞춘 다양한 비대면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상품별 판매 프로세스를 새롭게 마련하고 영업 현장에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맞춤형 연수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거래 편의성을 위해 좀 더 세밀하고 촘촘하게 보호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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