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1년 진단③] 금감원도 놀랐다, KB국민銀 '14단계 펀드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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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법 1년 진단③] 금감원도 놀랐다, KB국민銀 '14단계 펀드관리'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3.0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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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DLF·옵티머스 사고 제로, 시스템 주목
'고객 중심 경영' 2016년부터 선도적 실천
KB국민銀, 소비자보호·리스크 최소화 방점
이재근 행장 "고위험 상품 사전협의체 신설"
금융상품 심의·철저한 내부통제 '본보기'
'소비자보호 권익 강화 자문委' 업계 최초 설립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제공

<편집자주> 지난해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된 후 금융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사기·불완전판매를 사전 차단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으로 해석된다. 특히 은행들은 소비자가 직면하는 금융의 모든 단계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섰다. 본지는 금소법 시행 1년을 앞둔 현재 각 은행들이 추진 중인 소비자 보호 전략과 철학을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세 번째 순서는 사모펀드 쓰나미 속에서 ‘무풍지대(無風地帶)’라는 별명을 얻은 KB국민은행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금소법 시행 전부터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으로 위험 부실을 원천 차단해 금융권의 귀감이 되고 있다. KB국민은행 경영진이 고객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평소 금융사고 예방 시스템 구축에 솔선수범으로 나선 것이 대규모 펀드 사태에 휘말리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에도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평가에서 양호한 성적을 받으면서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타 은행처럼 문제가 된 상품들에 대한 판매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DLF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DLF 상품의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4∼5%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가 감수해야 할 손실 위험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 라임 펀드의 경우는 심사 당시 운용사가 장기수익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잠재 리스크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옵티머스 상품은 기초자산이 불투명하다고 결론지었다. 

KB국민은행이 이러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단순 금융상품 판매 행위보다 고객의 리스크 관리를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금소법 이후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실태 평가’에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양호’ 등급을 받았다. 고객의 신뢰를 받는 은행의 본보기라는 것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KB국민은행의 펀드 부실 차단 사례를 분석해 2020년 하반기 '은행권 원금손실 위험 상품 모범규준'에 '베스트 프랙티스(최우수 관행)'로 반영, 모든 은행권에 전파했다. 금감원은 “지난 2020년 6월 말 은행권 내부통제 평가를 실시한 결과 사모펀드 상품 선정부터 판매 후 사후 평가까지 KB국민은행의 14단계 과정을 확인했다"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각 단계별 담당자가 실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객 자산 보호... 위험관리 체계 구축 선도

KB국민은행의 소비자보호·리스크 최소화 노력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은 2016년부터 '고객중심 경영'이라는 모토 아래 금융사고 예방 시스템 구축을 지속했다. 특히 편중 판매 위험 모니터링, 상품·고객 사후관리 강화 등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한 위험관리 체계를 주도했다. 

2019년 펀드 사태가 터진 이후에는 다른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문제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의 독립성과 금융소비자보호 조직 강화를 위해 소비자보호 전담본부를 신설했다. 이와 함께 기존 소비자브랜드전략그룹을 ESG 총괄조직으로 재편하고 자산관리(WM), 신탁부문 간 실질적인 협업 강화를 위해 WM그룹 내 IPS본부와 신탁본부를 통합했다.

금융투자상품 심사관리 측면에서는 더욱 엄격한 관리 방안을 모색했다. 기존부터 추진해온 금융투자상품 판매 가이드라인을 더욱 꼼꼼하게 체크·심사하기 위해 판매 상품을 선정하는 상품위원회 심의 절차를 3단계에서 4단계로 강화했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은행 고객 특성을 감안해 위험이 낮은 채권형이나 혼합형 상품, 포트폴리오 중심의 상품 선택지도 넓혔다.

상품위원회 심의에는 상품·부동산·금융시장·소비자보호 담당자 등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도록 했다. 시장분석에 용이한 실무진들의 심사를 늘려 금융상품 중요성, 위험성 등 다방면에서 상품분석이 가능토록 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금융투자상품 판매 심사 단계는 시장 환경·운용사 선정·상품성 등을 8단계에 걸쳐 촘촘하게 살피고 있다. 단계 구성은 판매 전 8단계, 판매 실행 2단계, 판매 후 4단계로 이뤄진다. 상품 심의는 실무진에 이어 부장급 이상 책임자 의결을 거친다. 

사모펀드와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고위험 상품의 경우 은행 내 투자상품 전문가로 구성된 사전협의체를 신설해 투자상품 판매 리스크 관리를 별도로 맡기기로 했다. 고객자산관리 초점에 맞춘 세심한 가이드라인을 구현한 것이다. 

세부 심사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분야별 전문 실무자 8명으로 구성된 투자 상품협의체가 검토한다. 2단계, 1차 심사에 통과된 상품을 임원 등이 포함된 WM상품위원회가 준법, 소비자보호, 손실 위험 등을 중심으로 재심사한다. 여기서 13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3분의 2가 동의해야 상품 판매를 최종 의결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투자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상품 판매 전부터 출시 후까지 총 14단계로 관리 체계를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본사 사옥. 사진=시장경제DB
KB국민은행 본사 사옥. 사진=시장경제DB

 

소비자보호 제도 강화...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

KB국민은행은 금융상품 리스크 관리 최소화 뿐만 아니라 소비자보호 제도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20년 6월에는 '소비자보호 권익 강화 자문위원회'를 은행권 최초로 설립하면서 소비자보호 정책 개선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표명했다.

소비자보호 권익 강화 자문위원회는 외부 전문위원 4명과 내부 위원 1명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보호 제도와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 의견 제시, 신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지향성 검토 등 금융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한 자문 역할을 한다. 자문 결과는 은행 소비자보호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 

같은해 8월에는 고객 자산 리스크 관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신탁·펀드 고객자산 리스크관리협의회와 심의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현재 고객자산 리스크관리 체계는 크게 신탁자산운용과 신탁·펀드 투자 상품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위 단계의 리스크 관리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리스크관리위원회, 경영진 협의체인 리스크관리협의회, 실무부서로 구성된 리스크관리심의회 등에서 모두 살핀다.  

이밖에도 KB국민은행은 금융위원회, 통신3사와의 협업을 통한 ‘KB국민은행 사칭문자 원천차단 필터링시스템’ 시범 운영 등 금융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대내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 경험 관리 'VOC'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의 영업점 방문 경험과 비대면 채널 이용 경험 등을 모바일 설문으로 청취해 분석하는 것이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영업점과 서비스 담당 부서에 전파해 품질 개선을 추진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영업점을 방문한 시점부터 객장 내 대기 시간, 직원과의 상담 과정, 퇴점까지 모든 과정을 통해 발생한 의견을 즉각적으로 피드백해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서비스 평가가 아닌 영업점에서 실질적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도록 불편사항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영업점 이용 환경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금소법 대응의 경우 지난 2020년 11월부터 은행 내 23개 부서가 참여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준비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했다. 소비자보호본부를 중심으로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앤장의 자문을 받아 내규 개정, 프로세스 검토 작업을 거쳤다. 금소법 관련 조항, 부서별 준비사항 점검, 은행 공통 이슈에 대한 컨트롤타워는 소비자보호본부가 수행했다. 

금소법 시행 이후 현재에도 불완전판매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6대 판매원칙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직무교육을 상품별로 진행하고 있다. 상품별 특수성을 감안해 각 현업부서에서 직원 교육자료를 만들고 직원들은 영상과 교육자료를 통해 직무수행 교육을 듣고 프로세스다. 특히 소비자보호총괄기관에서 제공하는 미스터리 쇼핑 교육을 시청한 직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소비자보호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등 완전판매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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