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떼도 벽산부르면 돼"... 신세계건설, '불법 재하도급' 공모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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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떼도 벽산부르면 돼"... 신세계건설, '불법 재하도급' 공모 정황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03.0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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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물류센터 '불법 재하도급 언급' 녹취록 논란
신세계건설, 재하도급 알고도 공모 또는 묵인
하청 벽산→재하청 S사→재재하청 A사 구조
A사, S사 갑질상담 위해 신세계 부장과 면담
A사 "벽산-S사 자재비 지급 핑퐁, 피해 입어"
부장 "알아서 갈등 풀어라, 난 벽산 부르면 돼"
재하도급, 부실·산업재해·공사비 갑질 주범
HDC현산 광주 참사도 불법 재하도급 원인
현행법, 재하도급 금지... 위반 시 법정징역 3년

“벽산이 돈 안줘서 문제네. 빨리 벽산하고 풀어...(중략)... 솔직히 코일(시공사)도 까놓고 말해서 (너희 아니어도)구할 수 있어.” -신세계건설 B부장

HDC현대산업개발의 불법 하도급 문제가 거센 사회적 논란을 초래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건설이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알고도 이를 공모 혹은 묵인한 정황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원천과 하청을 제외한 그 아래 단계의 재하도급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재하도급 관행은 순차적인 공사비 갑질과 건설근로자 산업재해, 부실 시공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고려해 위반자는 물론이고 공모자에 대해서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정형을 높였다. 

특히 신세계건설은 법령이 금지한 재하도급을 넘어 재재하도급 사실을 모두 파악하고도 사실상 손을 놓은 것으로 드러나 법적인 책임을 넘어 윤리 경영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원청으로부터 도급을 받은 사업자(하청)는 당해 공사를 다시 하도급할 수 없다. 위반자에 대한 법정형량은 3년 이하 징역 내지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재하도급을 공모하거나 묵인한 자도 처벌 대상이다. 재하도급 공모 법정형은 징역 3년 이하 혹은 3000만원 이하 벌금, 재하도급 묵인 법정형은 2000만원 이하 과태료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를 계기로 인구밀집시설 공사 신뢰도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법률이 금지한 불법 하도급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한 후폭풍을 예고한다.  

지난달 말 대전 소재 중소건설사 A 관계자는 본지에 "(원청) 신세계건설, (하청) 벽산건설의 갑질과 불법 재재하도급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두 기업 모두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제보했다.

문제가 발생한 현장은 ‘광주 오포 물류센터’ 공사이다. 공사 중 신세계건설은 판넬과 코일 시공 원청을 맡았으며, 동 공사를 벽산에 넘겼다. 벽산은 이를 다시 S건설에(재하도급), S건설은 A사(재재하도급)에 순차로 하청을 줬다. A사 관계자는 "지난해 2월부터 장비와 작업자를 배치하는 등 7억원을 투입했지만 같은 해 7월 유선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A사가 체불을 주장하는 미지급 공사대금은 4억원 규모이다.

A사 측은 일방적 해지 통보를 하고, 자재 공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1차 하청 벽산과 신세계건설의 책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신세계건설에 대해서는 원청 건설사로서 현행법이 금지한 불법 재재하도급을 알고도 이를 공모 혹은 묵인했다는 것이 A사 주장의 근거이다. 

신세계건설고 벽산의 재하도급 업체인 'SM건설'과 재재하도급 'A사'가 맺은 계약서. 사진=A사.
광주 오포 물류센터 재하도급 업체 'S건설'과 재재하도급 'A사'가 맺은 계약서. 사진=A사.

 

 "하청사와 갈등, 알아서 풀어라"... 신세계건설 측, 알고도 방치

A사 관계자가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A사는 벽산의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해 신세계건설 B부장과 면담에 나섰다. B부장은 S건설과 A사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앞서 A사 관계자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로 신세계건설 담당 부장과의 녹취록과 공사 관련 문건 사본 등을 기자에게 제공했다.

그 내용을 보면, 신세계건설은 담당자는 재재하도급 사실은 물론이고 벽산과 A사 사이 갈등이 불거진 이유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다음은 녹취록에 나오는 A사 관계자와 신세계건설 B부장 사이 대화 중 일부이다.
 

A사 관계자 :
“저희는 오늘부로 현장(신세계건설의 광주 오포 물류센터)서 손을 뗍니다.”

신세계건설 B부장 : 
“그건 말하지 말고, 벽산하고 말하고, 그건 벽산하고 문제(기성비)이고, 그걸 내가 말하는 건 월권이다. 노임이 안 나갔다면 그건 관여할 문제지만 자재비 문제는 벽산하고 S하고 A사가 해결하면 된다.”

A사 관계자 :
(중략)“하지만 신세계건설이 공사를 총 책임지고 계시니 부장님 시각으로 봤을 때 어디 부분이 문제인지 여쭤보는 것이다.”

B부장 :
“나는 첫 번째로 정확히 코일 발주, 면적, 물량을 서로 다 공유하시고, 발주가 현장에 문제없게 하면 된다. 인력 문제(A사 담당 부분)는 없었다. 인력이랑 장비관리를 좀 해주시고, 설계 문제는 처음에 오신 분은 문제가 있었는데, A사가 오고 난 후에는 없는 것 같다."

A사 관계자 :
“그럼 저희는 객관적인 문제는 없는데, 계약이 타절(일방 계약해지)된 것이다.”

B부장 :
“그건 제가 정리해드리면 벽산하고 S하고 정리하고, S하고 A사가 정리하면 나는 이번 건이 정리가 될 것 같다. 합리적으로 풀었으면 좋겠다.”

A사 관계자 :
"벽산하고 S하고 핑퐁하면서 그 피해를 시공팀(A사)에 주고 있다. 우리 직원들 이 현장(광주 오포 물류센터)서 다 빼겠다."

B부장 :
"A사 나간다고 해도 내가 말은 못하는데, 나는 벽산 부르면 되니깐, 상관없으니깐, 필요한 건 돈 밖에 없다. 돈 주면 다 끝난다. 그게 안되니깐 싸우는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거 빨리 풀어야지 벽산하고 빨리. 뭔지 알잖아요. 돈 안준다며. 채권 그냥 끊는다메. 그러면 벽산도 별로 안 좋아하겠네(웃음소리)."

 

부실 부르는 불법 재하도급... 사측 "하청과 정상 계약, 나머진 모른다"

불법 재하도급은 건설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청산돼야 할 적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학동 참사, 화정동 아이파크 사태 등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근절되지 않은 불법 재하도급 관행이 존재한다. 학동 참사의 경우 최초 책정된 철거 공사비는 50억원 상당이었으나 불법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11억원으로 깎였다. 

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맡은 광주 오포 물류센터의 경우 ‘재하도급’에 이어 ‘재재하도급’까지 이어져, 마지막 단계의 A사 공사비는 크게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위법한 재재하도급이 이뤄지면서 2차, 3차 하청건설사 근로자는 퇴직공제는 물론이고 4대보험 가입도 없이 시공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의 감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신세계건설은 신세계그룹 계열사로 각 지역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쇼핑몰, 대형 아울렛 브랜드 스타필드 공사를 전문적으로 수주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2002년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 상장됐으며, 지난해 시공능력평가는 37위, 시평 평가금액은 1조238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신세계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최근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17년 23위까지 올라서 첫 20위권 대 진입에 성공했으나 18, 19년 29위, 20년 38위, 지난해 37위에 머물면서 좀처럼 반등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지배기업인 이마트 등 그룹 관계사로부터 받는 구조적 한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도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2017년 주택사업 브랜드 '빌리브'를 런칭하고 지난해부터는 지상파 광고를 시작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주택부문 분양수익은 약 495억원 수준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신세계건설은 재하도급 사실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사는 벽산건설과 정상 계약했다. 당사와 협력사간 계약사항 외에는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기자는 벽산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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