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삼성바이오 가서 '장송곡 시위'... "주민이 볼모냐"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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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삼성바이오 가서 '장송곡 시위'... "주민이 볼모냐" 분노 폭발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1.06.2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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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송도 4공장 건설 현장, 양대노총 시위 몸살
민노총 "공사에 조합원 써라", 29일부터 시위
한노총, 특정 기업 상대로 임금 지급 요구 시위
삼바와 무관한데... 임직원·주민, 시위 피해 극심
장송곡 시위에 "정 떨어진다... 어린 자녀들 울어"
노조 이기적 태도에 분노, 주민들 "삼바 응원하자"
확성기 음량 조정하며 단속 회피... 경찰 "집회 신고 돼 있어"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건설현장 입구. 사진=시장경제DB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건설현장 입구. 사진=시장경제DB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는 주민들의 항의글로 넘쳐났다. '소음 때문에 환청이 들린다', '꼭두새벽부터 귀가 터질 듯한 소음을 듣다 보면 살인 충동이 들 정도로 화가 치민다', '주변에 공동주택 있는거 알고 일부러 알고 하는 것 같다', '악의적으로 아파트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다' 등 게시글을 조금만 살펴봐도 주민들이 느끼는 분노의 크기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들의 분노 대상은 삼성바이오 제4공장 인근서 20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노조 집회와 시위이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경인지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제4공장 건설공사에 소속 조합원 채용과 노조 운용 장비 사용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건설노조 로더수도권지부는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시위 중이다. 제4공장 건설에 참여 중인 세경토건이 대전 레미안 현장에서 중장비 가운데 하나인 로더(트럭 등에 화물을 싣는 장비)를 민노총, 한노총 각각 1대씩 동수로 운용키로 했다가 공정상 민노총 운용 장비가 먼저 투입되고 한노총 운용 장비 투입이 2개월간 지연되자, 그 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 주장 요지이다. 

하나는 소속 조합원과 장비 투입을 압박하는 위력 행사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바이오와는 관계도 없는 건설업체에 대한 약속이행 요구이다. 두 건 모두 삼성바이오 측이 그 요구를 따라야 할 법률적 의무가 전혀 없다. 아파트 주민들이 양대 노총의 시위로 생활권을 침해당할 합리적 이유 역시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주민들에 따르면 집회 현장에서는 확성기를 통해 장송곡이 울려퍼지기도 한다. 한달 가까이 주민들의 기본권이 지속적인 침해를 받고 있는데도 관할 구청이나 경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건설현장 입구. 사진=시장경제DB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건설현장 입구. 사진=시장경제DB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장송곡·민중가요 이어져 

주민들은 소음 때문에 고충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집에서 공부하는 어린 자녀들의 정신적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 주민들 호소이다. 특히 주민들은 기말고사 시험 기간을 앞두고 걱정이 커졌다. 주민 A는 "집이 31층인데 창문을 닫아도 들린다"며 "시험공부와 온라인 수업을 듣는 데 방해된다"고 하소연했다.

참다 못한 주민 B는 "직접 쫓아가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고 했더니 일자리를 잃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며 "나도 임금받는 노동자 입장이지만 내가 고용주라도 저런 식의 해법을 찾는 노동자는 고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주민 C는 "집회의 자유가 충분히 있는 건 알지만, 공사와 상관없는 인근 주민의 일상생활은 누가 보호해 주느냐"며 "뭐가 억울해서 투쟁을 외치는지 이해도 안 되고 우린 너무 고통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주민 D는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귀를 때리는 노조 측의 소음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무섭다고 운다"며 "아이들은 무슨 죄냐"고 되물었다. 그는 "옆에 있는 유치원·어린이집은 고려 안 하고 시위하는 게 정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소음이 계속되자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도 민주노총 본부, 연수경찰서에 민원을 넣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장송곡을 내보내지 말라고 요구하면 비슷한 느낌의 민중가요로 대체하고, 경찰이 출동하면 방송장비 음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단속을 회피한다는 것이 주민들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집회 소음기준을 지켰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주민 E는 한국노총 전국건설조합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지켜서 하고 있다"라는 말만 반복해 들어야 했다. E는 "어제 경찰에 신고했는데 소음이 기준치 이하라는 말만 하더라. 밤새 육아하고 하루 종일 소음에 시달리는 거 죽을 맛"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 F는 관할 송도2지구대에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소음으로 인해 많이 불편하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집회 신고가 돼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 F는 "경찰은 법 테두리 안이라고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하고, 그렇다고 몽둥이 들고 쫓아가 봐야 얻을 수 있는 것도 없고 정말 이기적인 것 같다"며 "자기들 이익을 위해 아무 관련 없는 주민 피해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식"이라고 분노했다.

 

아파트 주민 "삼바에 민원 들어가게 일부러 저러는 듯"

노조의 '소음 시위'가 계속되자 주민들 사이에선 삼성바이로직스에 힘을 실어주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주민 G는 "경찰이 측정하러 안오면 살짝 키웠다가 옆에 있으면 줄이는데 삼바도 불쌍, 나도 불쌍하다"고 했다.

주민 H는 "삼바에 소음 민원 들어가게 하려고 일부러 저러나 싶다"며 "노조가 삼바에 항의하는 것도 아니고 건설업체를 찾아온거라 공장 공사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항의할 때마다 노조가 뿌듯해 할 거 생각하면 화가 난다"며 "삼바를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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