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투기직원 없다" 발표 3주도 안 돼... 경찰, '부동산 비리'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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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투기직원 없다" 발표 3주도 안 돼... 경찰, '부동산 비리' 압수수색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4.2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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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SH 23일 압수수색... "혐의無" 자체 발표 무색
딱지거래 업자에 정보 넘긴 직원 적발
하청업체 유치권 행사 건물 100억대 구입... 檢 수사
임대주택용 건물 100곳 중 15곳, 빈집 방치... "혈세 낭비" 지적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경찰로부터 '부동산 비리' 관련 압수수색을 받기 전날 감사원으로부터 강동구, 금천구 등 특정 자치구의 매입임대주택을 과도하게 사들였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경 압수수색이 강동구, 금천구 사업지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SH는 비정상적 주택 매입을 숨기기 위해 감사원에 허위자료까지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검경이 들여다보고 있는 비리 의혹은 김세용 전 사장 재임 시절 사안으로 알려져, 김 전 사장 소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사원이 22일 발표한 '서울주택도시공사 정기감사'에 따르면 SH는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임대주택 공급 목적(매입임대주택)으로 사들인 다가구·원룸 등 5899호 가운데 42%(2456호)를 금천·강동·구로 등에서 매입했다. 매입임대주택이란 SH가 주택을 사들여 재임대를 하는 주거 복지 사업이다. 

SH공사는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매입임대주택 용도로 1만4751호를 사들였으나, 지난해 6월 기준 2260호(15.3%)는 빈집으로 방치됐다. 빈집으로 방치된 2260호 중 712호(31.7%)도 금천·구로·강동구에 몰려 있다. 25개 자치구별 임대주택 수요, 빈집 현황 등을 감안하지 않은 매입으로 SH가 금천구, 구로구, 강동구 주택을 무리하게 사들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자료=감사원
자료=감사원

특히, 금천구에서는 하도급 업체의 유치권 행사로 정상적인 임대 공급이 불가함에도 불구하고, '사고 주택'을 그대로 매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SH는 임대주택을 장기간 공급하지 못해 임대료 수입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하고, 감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감사원 발표 후 경찰은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감사원 발표 다음 날인 23일 9시 30분부터 7시간 동안 SH본사, 지역센터 2곳 등 총 3곳을 압수수색했다.

부장급 직원을 포함해 직원 3명이 택지지구 내에서 일명 '딱지거래'(분양권 거래)를 하는 부동산 업자에게 지속적으로 개발정보를 넘기고, 수천만원 이상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수사당국은 보고 있다. 

SH 직원들이 뇌물을 받고 넘긴 개발정보에는 택지 개발 예정지, 용도, 토지 규모 등이 포함됐다. 현재 지역센터 근무 직원 2명과 본사 직원 1명은 입건된 상태다. SH 직원들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돼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직원들의 비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보상금액만 1조원에 달했던 고덕강일지구(공공주택지구)에서 이들은 모친 명의로 농사를 짓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영농보상금을 받았다. 이들은 검찰 수사에서 2019년 5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공사 자체 감사에선 비위 사실이 확인돼 지난해 초 부장에서 '차장'으로 강등됐다.

앞서 검찰은 이달 2일 배임 등 혐의로 SH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SH는 2017년 저소득층 공공임대주택용으로 서울 금천구 소재 빌라는 103억원에 구입하고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동 건물을 임대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배임 혐의를 적용 수사에 들어갔다. 이 사건이 바로 감사원에서 지적받은 '금천구 사건'이다.

업계에 따르면 SH는 2017년 12월 부동산 투자회사인 A사와 서울 금천구에 5층짜리 도시형생활주택 건물을 짓고, 부지와 함께 넘겨받는 ‘공공주택 매입약정’을 맺었다. 이후 2018년 12월 103억원을 지급했다. 대금 지급 전, 해당 건물을 공사에 참여한 하청업체 한 곳이 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유치권을 행사 중이었다. 만약 이런 사실을 알고도 SH가 위 금액을 지급했다면 업무상 배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 사건 수사 초점은 대금 지급 전 이같은 사실을 SH가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모아져 있다. 

유치권은 부동산 등에 대해 생긴 채권(공사대금 등)을 변제받을 때까지 해당 물건을 점유하면서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SH는 2019년 12월에서야 유치권 행사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검찰은 건물 매입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SH는 이달 5일 14개 사업지구 대상 2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토지 등 투기 의심 직원 및 가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위 발표가 있은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다양한 잡음이 불거지면서, SH의 조사 결과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H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과 5일 발표(토지 등 투기 의심직원 및 가족 없음)는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면서도 "부동산 비리로 입건된 당사자들이 누군지 몰라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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