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없는 실력파"... 박성호, 하나금융 차기 회장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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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없는 실력파"... 박성호, 하나금융 차기 회장 급부상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3.0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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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포스트 김정태' 후보군 안착 평가
"디지털·글로벌 부문 섭렵한 전략가"
한국투자금융 입사, "뼛속까지 하나人"
경영지원실장 거치며 회장 신임까지
박성호 하나은행장 내정자. 사진=하나금융, 시장경제DB
박성호 하나은행장 내정자. 사진=하나금융, 시장경제DB

하나은행 차기 CEO로 내정된 박성호 부행장이 전문성과 그룹내 신임을 바탕으로 '탄탄대로'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금융권 트렌드인 디지털과 글로벌 부문에서 이미 전문성을 인정받았고 사모펀드 이슈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가 없다는 점도 강점으로 지목된다. 

업계 안팎에선 박성호 내정자가 1년 임기를 앞두고 포스트-김정태(차기 회장) 후보군에 안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성호 내정자는 금융업권의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디지털 부문 대규모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하나금융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하나은행 최고경영자(CEO)에 지성규 현 행장 후임으로 박 부행장을 내정했다. 

이번 임추위에선 이승열 부행장과 박성호 부행장이 차기 행장 후보로 접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호 부행장이 디지털과 글로벌, 자산관리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부분이 선정 요인이었다는 후문이다. 올해 하나은행이 대만 진출과 인도네시아 인터넷 은행 출범 등 글로벌 사업을 앞두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외환은행 통합 주역으로 주목받아

박성호 내정자는 2015년 하나·외환은행 합병 당시 통합추진단장으로서 당시 지지부진하던 양 은행 합병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외환은행 조기합병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통합작업이 예정일보다 지연되자 통합추진단장이었던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CSO·CFO)이 자진사퇴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김정태 회장은 박성호 부행장에게 통합추진단장을 맡겼고 박성호 부행장은 법원으로부터 합병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을 받아내며 통합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그해 12월 박성호 부행장은 하나금융의 IT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 대표로 배치됐다. 하나-외환은행간 전산통합까지 마무리하라는 지시였다. 이듬해 6월 전산통합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박성호 부행장은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나금융TI 대표로서 2017년에는 청라 통합 데이터센터 건립을 진두지휘했다. 금융권 최초로 그룹 공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오픈해 금융지주 최초로 금융보안원의 '정보보안 관리 시스템'을 획득하는 등 디지털 부문 전략가의 면모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외환은행 합병은 다양한 이해관계 상충이 있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박 내정자가) 리더십과 디지털 부문 전문성을 공인받은 계기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성호 내정자가 줄곧 '하나人'의 길을 걸어온 점도 내부적으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박 내정자는 △하나은행 전신 한국투자금융으로 입사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은행장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 부행장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한 정통파로 손꼽힌다.

 

김정태 회장 신임 두터워... "올해 성과가 분수령"

최근 업계에선 박성호 내정자의 '실력' 외에도 김정태 회장의 두터운 신임으로 탄탄대로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성호 부행장의 하나은행장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업계에선 함영주 부회장과 함께 유력 차기회장 후보군으로 부상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김정태 회장과 박성호 부행장 사이의 각별한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행장으로 취임한 김정태 회장은 경영진과 직원의 벽을 허물고 즐거운 직장을 만들고자 했다. 당시 하나은행 인력개발실장이었던 박성호 부행장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직원 댄스 교실'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 김 회장의 눈에 들었다는 전언이다.

박성호 부행장은 김정태 회장이 M&A, 디지털, 글로벌, 자산관리(WM) 등 큰 틀의 경영전략을 내놓을 때 마다 '오른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호 부행장이 'DLF 사태'로 재정비가 필요한 자산관리조직의 임원직을 맡게 된 것도 김 회장과의 두터운 신뢰가 배경이 됐다.

박 내정자가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차기 회장후보로서 강점으로 지목된다. 당초 연임설이 돌았던 지성규 행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감독원에서 경징계(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서도 제재가 예상되면서 결국 '제재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하나금융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이던 함영주·이진국 부회장 역시 각각 '채용비리 1심'과 '주식 선행매매 혐의'라는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다만, 다음달 24일에 있을 함영주 부회장의 공판 결과에 따라 추후 박성호 부행장과 함께 차기 회장을 두고 경합을 벌이게 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은 그룹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박성호 부행장을 찾았다"면서 "김 회장의 높은 신뢰는 업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행장 경력이 1년이 안되는 부분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앞으로 1년간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차기 회장으로 가는 길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최종 선임까지 절차가 남아있다. 최종 선임 이후 공식입장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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