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코로나 타격, 수치로 곧 닥친다"... 위기의 건설사, 신년사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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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코로나 타격, 수치로 곧 닥친다"... 위기의 건설사, 신년사 패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1.07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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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삼성, GS 등 신년사 없이 새해 출발
신년사 비공개, 단순 인사말로 조용히 업무 시작
"'규제‧코로나' 타격... 재무적 수치로 다가올 것"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밝았지만 건설업계의 상황은 녹록치 않은 분위기다. 새해 초기는 구성원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독려해야 할 시점이지만 올해 건설사 수장들은 신년사까지 건너 띄면서 한 해 업무에 돌입했다.

코로나 장기화와 정부의 강력한 건설·부동산 규제로 인한 타격이 올해부턴 재무적 수치로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 경영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신년사를 공개한 건설사도 있다. 이들의 신년사를 종합하면 올해 건설사들의 경영 키워드는 ‘미래 먹거리’와 ‘안전’이 될 전망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은 올해 신년사를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다. 요청하는 언론에 한해 공개했다. 새해 시간에 맞춰 신년사를 배포하던 것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건설업계에서 올해 신년사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단연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2020년 도시정비사업 수주 4조7383억원 돌파'라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여기에 정진행 부회장, 박동욱 사장 투톱체재에서 올해 윤영준 사장 체재로 전환됐기 때문에 윤 사장이 과연 올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됐었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은 신년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윤 사장은 12월경 사보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국내 건설 1위”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보에 따르면 윤 사장은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국내 건설 1위의 자리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며 “일부 사업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건설명가로 다시금 우뚝 설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1등 건설사로서 고객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는 동시에 우리 임직원들이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드는 데에도 같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신반포15차, 반포3주구를 수주하면서 복귀한 삼성물산은 과거와 달리 가벼운 인사말 수준의 신년사로 업무를 시작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오세철 사장은 ‘재해 없는 회사’를 올해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엄격해진 사회적 요구 수준으로 ‘안전’ 역량을 끌어올리고, 사회와 약속한 ‘환경‧품질’을 반드시 준수할 것을 다짐했다.

DL이앤씨(구 대림산업)는 상호와 사옥을 변경함에 따라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영 방침을 밝혔다. DL이앤씨 마창민 대표이사는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이룩한 성과는 또 다른 발전과 혁신의 계기가 된다"며 "남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미래에도 우리의 위치를 굳건히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GS건설은 임병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신년사를 통해 ♦토털 솔루션 컴퍼니(Total Solution Company) 도약 ♦신사업 안정화 육성 ♦지속가능 역량 및 인프라 구축 ♦공정인사를 통한 성과주의 정착 등 4가지의 경영 방침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래픽 디자인=김수정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인=김수정 디자이너

포스코건설은 지난해에 이어 ‘안전’을 메인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포스코건설은 2018년 건설현장에서만 10명이 사망하는 등 ‘노동자 사망 건설사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지만 2019년 한성희 사장 부임 후 단 4개월만에 5가지의 안전 관련 대책을 세워 문제를 해결했다.

대우건설 김형 사장은 내실경영,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정도경영 등의 경영 키워드를 제시하며 새해를 시작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 최고 성적을 거두면서 ‘수익성 중심‧지속가능’의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다양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지만 올해는 ‘아시아나항공’을 언급하지 않았다.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사업 등 사업지를 공개하면서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고 밝히는 등 본업인 건설업에 충실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먹거리 지연, 정부의 강력한 건설-부동산 규제 등으로 건설업계의 먹거리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방역에 실패한 국가의 먹거리는 우리나라보다 불안하다. 무엇보다 재개발, 재건축, 분양가 통제 등의 규제는 이미 3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규제에 대한 타격이 올해부터는 재무적 수치로 나타날 것”라며 “기존과 다른 분위기의 위기의식이 건설업계에 퍼져 있어 떠들썩한 신년사 보다 조용한 새해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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