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거리 X-파일②]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상인들 불만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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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화거리 X-파일②]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상인들 불만 아우성
  • 방성주 기자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5.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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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특화상권 활성화 지원사업 1년째, 상인들은 불만 가득

이국적 분위기에 맘껏 취해볼 수 있는 이태원동. 그곳을 한층 특별하게 만드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앤틱가구거리' 소상공인들이다. 이곳을 걷고 있으면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고풍스러운 유럽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이태원 상권 내에서도 꿋꿋이 전통과 개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곳은 최근 서울시가 '특화거리'로 선정해 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일선 현장의 소상공인들은 서울시 정책에 어떤 입장을 세우고 있는지 들어봤다.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사진=시장경제신문

6호선 이태원역에 내려 '앤틱가구거리' 거리에 도착했다.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몇몇 상인들은 팔짱을 끼고 공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상인은 "내일부터가 가구거리 '페스티벌'이라 축제 준비로 한창 바쁜 시간인데 서울시가 예고도 없이 도로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축제는 정부지원 없이 상인회가 회비를 모아 준비한 것이어서 상인들의 걱정이 더욱 컸고, 서울시 공무원들이 협의 없이 진행한 공사에 화가난 상태였다. 

앤틱가구협회가 제기한 민원과 페스티벌을 하루앞둔 17일 공사 시행 모습. 사진=앤틱가구협회

지난해 서울시는 ‘특화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를 특화 상권으로 지정했다.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단순하게 좋은 취지이지만 2016년 사업이 끝난 후 상인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그들은 서울시가 용산구와 함께 진행한 사업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곳의 소상공인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서울시 정책은 상업활동부터 편의시설, 공공시설, 주차장까지 다방면에 걸친 것이었다. 가구거리 상인회인 ‘이태원 앤틱가구협회’의 신현용 회장과 최유미 이사는 가구거리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서울시가 시행하는 지원 사업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보여준 곳은 ‘가구거리’의 얼굴, '표지판'이었다. 표지판은 이태원역 방면에는 없었고 용산구청 방면에만 있었다. 용산구청 방면 표지판은 가구점 밀집지역과 상당히 먼 거리에 있었다. 실제로 가구거리는 표지판부터 200미터를 더 들어가 코너를 돌아야 했다. 상인들은 “이태원동에는 4차선 도로 위에 큰 간판을 사용해 관광특구를 홍보하는데 반해 우리에겐 너무 홀대한다”며 혀를 내둘었다.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표지판과 가구거리임을 알리는 조형물 실제로 이 간판은 상가 중심부와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가구거리 입구에서 가구점 밀집지역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에는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갈색 목제로 ‘벤치’를 만들어놨다. 하지만 벤치에는 앉아 쉬는 사람도 없고 그늘막 하나 없었다. 벤치로 만들진 것을 무색하게 했다. 최 이사는 "여기에 앉아 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예산 낭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곳을 지나가던 중 본지 기자가 화장실을 갈 수 있겠냐고 물었지만 "이곳엔 공용화장실도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쉼터로 마련된 '벤치' 오늘도 쉬어가는 사람이 없다 한편 이곳은 특화 상품을 판매하는 시장 거리지만 상품을 내놓고 판매할 수 없고 쇼윈도로만 볼 수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상인들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앤틱가구거리는 특화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이 집적된 ‘특화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가구를 거리 밖에 진열해 놓고 판매할 수 없다. 오로지 쇼윈도를 통해서만 구경할 수 있다. 25년간 이곳에서 가구점을 운영한 박 모씨(50)는 “현행법상 도보를 점거하는 것은 불법행위가 맞지만 특화된 시장 거리라면 일부 상품만이라도 도보에 내놓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또 상인들은 약 100여 개의 점포가 월마다 내는 회비와 대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페스티벌을 진행할 뿐이며 정부는 도와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협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가구거리 페스티벌에 한번 방문해달라고 연락했지만 아직 답이 없다고 한다. 더욱이 협회장은 박원순 시장이 유럽 순방에서 귀국하는 날 인천공항에 나가 상인들의 고충을 전달하려고 그를 만났지만 아직까지 이뤄진게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서울시는 앤틱가구거리 활성화를 위해 간판 '등'을 정비했으나 상인들은 원하던 바가 아니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모습니다. 작년 설치된 가로등도 마찬가지. 정부가 가로등 등을 바꿨지만 상인들은 냉소적 반응이다. 가구거리 협회 이사는 “정부 예산으로 세워진 갈색 가로등은 사막에 온 분위기를 자아내 이곳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와 상인간의 관계 회복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앤틱가구거리에 위치한 점포, 입구엔 "구청장 퇴출"이라는 피켓이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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