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처럼 느는 화장품 회사... "K뷰티, 이미 레드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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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처럼 느는 화장품 회사... "K뷰티, 이미 레드오션"
  • 홍성인 기자
  • 승인 2020.05.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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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준 화장품 제조·판매 1만 8천여개사
아모레퍼시픽, 메디힐 등 유명 기업들도 고전 중
중국 시장 성공 담보 못해… "무분별한 창업 지양해야"
지난해 열린 중국 상해 국제 미용박람회에 참가한 한국 화장품 기업 부스에 중국 바이어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지난해 열린 중국 상해 국제 미용박람회에 참가한 한국 화장품 기업 부스에 중국 바이어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K뷰티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자 국내 화장품 기업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국내 화장품기업은 책임판매업자, 제조업자를 합해 1만8618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기업들이 마치 치킨집처럼 늘고 있다”며 “매달 200~300여개의 기업이 생기고 100여개의 기업이 문을 닫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화장품 기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책임판매업자로 등록한 후 제조업자를 통해 ODM·OEM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화장품 제조사의 기술력과 안전성은 세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수준이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콘셉트와 홍보·마케팅, 유통라인 구축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하지만, 국내에 등록된 화장품 기업 수가 말해주듯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많지 않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매출 보고서를 올린 364개 기업의 매출규모를 살펴보면 최소 12억원에서 최대 7조 7천억원까지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매출 1조 이상을 기록하는 기업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7개사로 나타났으며, 5천억원~1조원 8개사, 1천억~5천억 40개사, 100억~1천억원 기업이 255개사로 확인됐다. 사실상 나머지 기업들은 100억원 이하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K뷰티 기업들이 이렇게 늘어나게 된 데에는 마스크팩 신화로 대변되는 국내 화장품 산업의 성장과 맞물린다. 특히, 높은 제품력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했다.

한국 화장품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별 수입액 중 줄곧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화장품 기업들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도 중국에서의 성공을 염두한 것이 원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하지만, 이러한 강세도 얼마 가지 않았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중국 화장품 시장의 국가별 수입액은 일본이 36억5천815만 달러(4조4450억원)로 1위를 기록했고, 프랑스가 33억2687만 달러(4조421억원)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33억2251만 달러(4조362억원)로 1년 만에 두 계단이나 떨어졌다.

화장품 최대 수출국 중국에서의 입지 변화는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국 화장품의 성장을 눈여겨보고 화장품 산업에 직간접적인 투자를 지속했고, 자금력을 무기로 국내 화장품 연구진들을 영입해왔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이미 중국 화장품 기술력이 한국과 대등한 수준이거나 그 이상으로 올라섰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마스크팩, 쿠션, BB크림으로 대변되는 혁신적인 제품들의 발명이 어느 순간부터 정체된 것도 K뷰티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중국의 사드 보복과 코로나19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났지만 취약한 유통구조도 부정적 요인 중 하나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의 중국 수출 방식은 중국 내 밴더를 활용한 판매와 일명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따이공’을 통한 유통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매출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마스크팩 신화를 이끌었던 메디힐, 리더스코스메틱의 매출 하락은 꾸준하게 이어져오고 있고, K뷰티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지속적인 실적 하락에 체질 개선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산업 전반에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신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며 “제품을 판매할 타깃과 유통망 확보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제품은 론칭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내수시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이다. 결국 성장을 위해선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야 하는데 현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창업 아이템으로 화장품은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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