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책비 무려 500%... 메리츠화재, GA설계사 과열유치 '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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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책비 무려 500%... 메리츠화재, GA설계사 과열유치 '구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09.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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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硏 "손보사들, 장기손해보험 시장 차지하기 위해 '출혈경쟁'"
장기인보험 삼성화재 4차례나 앞지른 메리츠... 소비자 민원도 늘어
김동겸 연구위원 "판촉비 급증에 따른 불완전판매 점검도 필요" 주장
메리츠 화재 전경. 사진=시장경제신문DB
메리츠 화재 전경. 사진=시장경제신문DB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이 보험회사에서 챙기는 시책비가 최대 500%에 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3일 '보험회사 사업비율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사업비율은 매출(보험료 수입)에 견준 사업비 규모다. 사업비는 계약을 유치·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여기에는 수당, 점포운영비, 판매촉진비, 광고·선전비, 인건비 등이 해당된다. 설계사는 계약을 유치하는 만큼 수당과 시책비를 받는다. 보험 시장이 전속 설계사에서 GA 설계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GA 설계사들이 과다한 시책비를 요구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일부 보험사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GA 설계사에게 높은 시책비를 보장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난 대표적인 보험사는 메리츠화재다. 메리츠화재는 300%, 때로는 500%의 시책비를 내세워 GA 설계사들을 끌어들였다. 가령 500% 시책비는 보험 한 건을 팔면 월 보험료의 5배를 수당과 별개로 한꺼번에 챙기는 것이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손보업계 5~6위인 메리츠화재는 실손의료보험과 치매를 비롯한 각종 질병보험 등 장기인(人)보험 분야의 월 매출(1∼8월)에서 올해 업계 1위 삼성화재를 4차례나 앞질렀다. 누적 판매량에서는 아직 삼성화재가 1위지만, 메리츠화재가 이 분야에서만큼은 '빅4 체제'를 깨고 2위 자리에 올랐다.

메리츠화재가 판매를 늘린 만큼 소비자 민원도 늘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메리츠에 대한 소비자 민원은 작년 1분기보다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 16곳 중 최고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판촉비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높은 시책비를 내세워 당장 시장 점유율은 높일 수 있겠지만 나중에 보험금 청구가 밀려 들어오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사업비가 늘어나면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손보업계는 사업비 증가율이 보험료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사업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장기손해보험의 신계약비가 늘고, 신계약비가 주로 GA 설계사에 대한 비용을 중심으로 늘어난 게 보험료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장기손해보험 신계약비는 7조3000억원으로 손보 전체 신계약비의 80.1%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16년에는 75.9%였다. 장기손해보험의 대리점 채널 신계약비는 2016년 3조2000억원에서 2018년 4조5000억 원으로 연평균 18.8% 증가했다.

장기손해보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손보사들이 '출혈경쟁'을 벌인 점도 지적됐다. 10개 주요 손보사의 사업비율은 2016년 22.8%에서 2017년 23.5%, 2018년 24.9%로 상승했다. 논란이 커지자 메리츠화재는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첫 사례가 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리점 채널을 통한 장기손해보험 판매 과정에서 모집실적에 따라 모집인에게 지급한 비례수당은 2016년 2조3238억원에서 2018년 2조9495억원으로 연평균 12.7% 늘어났다.

특히 시책비 등 모집실적에 따라 모집인에게 지급한 판촉비 증가율은 대리점 채널(38.4%)이 비대리점 채널(15.1%)보다 2.5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생명보험사들의 사업비율도 2016년 12.9%에서 2017년 13.5%, 2018년 13.6%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손보사와 달리 신지급여력비율(K-ICS)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 등 신계약이 줄고, 매출(보험료 수입) 감소폭이 사업비 감소폭보다 커지면서 사업비율이 오른 것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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