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경험'으로 만들었다... 혁신車 팰리세이드·베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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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경험'으로 만들었다... 혁신車 팰리세이드·베뉴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7.2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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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경험(UX) 반영한 팰리세이드, 국내 및 북미 지역서 판매 호조 
현대차,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설문조사... 분석결과, 팰리세이드 개발에 반영
‘베뉴’, 2030세대 라이프스타일 녹아든 ‘커스터마이징’ 강점 
사용자경험→톡톡 튀는디자인, 깔맞춤 편의사양으로 구체화 
현대차 실적개선에도 긍정 효과
지난해 12월 출시된 현대차 프리미엄 대형 SUV 팰리세이드.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지난해 12월 출시된 현대차 프리미엄 대형 SUV 팰리세이드.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6개의 USB포트와 16개의 컵홀더(팰리세이드). 반려견을 위한 전용 카시트(베뉴). 
위 편의사양은 현대차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각각 출시한 SUV 차량에 새롭게 탑재된 이색 아이템이다.

압도적인 볼륨감을 앞세운 팰리세이드는 40~50대 중년 남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선택을 받으며 현대차의 상반기 실적 개선을 ‘하드캐리’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0년대 미국의 머슬카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의 차제는 물론이고 운전자와 동승자를 모두 배려한 편의장치의 디테일은 팰리세이드만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20~30대 ‘혼족’을 겨냥한 베뉴는 이와 정반대의 컨셉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팰리세이드가 가정을 둔 40~50대 남성을 주고객층으로 설정했다면, 베뉴는 ‘도시 감성의 혼족을 위한 엔트리 SUV’라는 정체성을 부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22일 현대차가 발표한 올해 2분기 및 상반기 실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판매 대수는 줄고 영업이익은 늘었다.’

실제 현대차의 상반기 및 2분기 실적을 보면 판매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조금 줄었다. 미중 무역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올해 상반기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은 아쉬운 부분이다. 터키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과 신흥시장에서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했음에도 영업이익은 늘었다. 매출도 소폭이지만 개선됐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현대차의 SUV 차량 실적 호조에서 찾았다. 세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SUV에 집중한 신차 개발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이후 SUV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신차 출시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지역별·고객 맞춤형 SUV를 투입하는데 각별한 공을 들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팰리세이드와 베뉴다.

◆“기왕이면 확실하게 튀자”... 팰리세이드, 디자인 과정서 대규모 설문조사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북미 SUV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프리미엄급 대형 세단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지역은 대형 SUV를 선호하는 경향이 유독 강하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중대형 SUV 시장 규모가 160만대에 달했다. 북미지역 대형 SUV 시장 잠유율 1위는 포드의 익스플로러로 지난해에만 26만2000대를 팔았다. 2위와 3위는 도요타의 하이랜더(24만여대), 지프의 그랜드체로키(22만여대)가 각각 차지했다. 4위는 혼다 파일럿(16만여대), 5위는 쉐보레 트래비스(14만여대)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상위 5개 차종은 공통적으로 거대한 차체를 자랑한다. 팰리세이드는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대형’이지만 미국에서는 준대형 정도 수준이다.

대형 SUV 디자인이 ‘근육질 바디’를 연상케하는 볼륨감과 입체감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현대차는 팰리세이드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 디자인을 도입했다.

팰리세이드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렬한 인상의 전면부 캐스케이딩 그릴과 입체감을 극대화한 수직구조의 해드램프다. 외관이 첫 인상을 좌우한다면 내부의 디테일은 팰리세이드 경쟁력의 숨은 비결이다.

현대차는 팰리세이트 개발에 앞서 회사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장기간에 걸친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고객의 불만과 희망사항은 팰리세이드 내외부 디자인 곳곳에 스며들었다.

앞서 소개한 6개의 USB포트와 16개의 컵홀더는 현대차 신차 개발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사용자경험’(UX)이다.

◆내외부 디자인 및 편의사양 채택에 ‘사용자경험’(UX) 반영

3열 좌석의 팰리세이드에 이렇게 많은 USB포트와 컵홀더를 배치했다는 건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 UX)에 대한 심층 조사 없이는 나올 수 없다.

현대차는 3열 좌석과 운전자 사이의 ‘소통’을 위해 내부 스피커까지 설치했다. ‘후석 대화 모드’라고 불리는 이 기능은 일본 브랜드 혼다 오딧세이가 먼저 장착한 아이템이지만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혼다의 후석 대화 모드는 목소리가 울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팰리세이드의 그것은 목소리를 훨씬 선명하게 전달한다.

팰리세이드 초기 광고를 보면 운전석에 앉은 아빠와 뒷좌석에 자리한 아들이 스피커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3열 좌석 동승자와의 소통을 위한 스피커는 팰리세이드 사용자경험 조사가 매우 세밀하게 이뤄졌음을 짐작케한다.

◆‘베뉴’, UX가 살려낸 개성...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차’ 구현

올해 7월 출시된 현대차 소형 SUV ‘베뉴’. 사진=현대차.
올해 7월 출시된 현대차 소형 SUV ‘베뉴’. 사진=현대차.

베뉴의 사용자경험은 ‘커스터마이징’으로 구체화됐다.

베뉴는 올해 5월 인도 시장에서 먼저 공개돼 사전계약으로만 3만3000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구입비용, 한 체급 높은 경쟁차종에서도 볼 수 없는 고급 편의사양 기본 채택, 높은 주행안정성 등이 인도 현지인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베뉴는 편의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베뉴의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사용자경험 조사’(유저 리서치) 없이는 설명이 어려운 창의적 결과물이다.

베뉴 운전자는 취향에 따라 원하는 커스터마이징 메뉴를 고를 수 있다. 준비된 선택 상품은 ▲세계 최초로 탑재된 적외선 무릎 워머 ▲반려동물 패키지 ▲오토캠핑족을 위한 공기주입식 에어 카텐트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패키지 ▲컨비니언스 패키지 등이다.

운전자는 스마트폰앱으로 차량 윈도우, 아웃사이드 미러, 선루프, 좌석 열선장치 등을 제어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과의 오토캠핑도 큰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다.

반려동물패키지는 전용 카시트, 안전벨트와 연동할 수 있는 하네스(벨트), 오염 방지 시트커버 등 7종으로 구성돼, 운전자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토캠핑족을 위한 ‘공기주입식 에어 카 텐트’는 설치도 이용방법도 간편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타이어 응급 처치 키트’에 포함된 공기주입기를 이용해 텐트 폴에 공기를 넣어주면 별도의 조작 없이도 텐트를 설치할 수 있다.

현대차가 최근 출시 차량에 기본 혹은 선택사양으로 탑재하는 △열선/통풍 시트 △2열 및 3열 좌석을 누구나 쉽게 접었다 펼 수 있도록 배려한 원터치 조작 버튼 △유아 보호용 카시트 추가 설치 기능 역시 ‘사용자경험 조사’(User research)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UX시대... 국내에서는 낯선 개념, 글로벌 대기업은 적극 활용

‘사용자경험’은 사전적으로 ‘사용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얻는 경험의 종체’라고 정의되며, ‘유저 리서치’(User research)는 [사용자경험 조사 업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사용자경험 조사 방법은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하다. 방법마다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방법을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담팀이 없는 기업의 경우 대부분 디자인 혹은 상품 개발 부서가 이들 업무를 병행한다.

국내에서는 일부 대기업이 제품 혹은 서비스 개발 과정에 UX개념을 도입하고 있지만, 그 의미와 가치를 정확하게 알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드물다. 

반면 해외에서는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꽤 오래전부터 UX개념을 상품 기획 및 개발 단계에 접목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대기업은 별도로 ‘사용자경험 조사팀’을 설립, 운영하기도 한다.

◆사용자경험에 바탕 둔 현대차의 실험, 수익성 제고로 나타나

현대차가 팰리세이드 개발에 앞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가 ‘고객의 경험’을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는 단계로, 한 차원 더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팰리세이드와 베뉴의 특화된 아이템이 주목받는 이유는 신차 개발에 사용자경험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현대차의 전략적 선택이, 수익성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설명처럼 올해 2분기 및 상반기 전체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조금 줄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중국 및 신흥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달리 팰리세이드가 출시된 북미·국내 판매 실적은 견고하다. 인도 시장에서 첫선을 보인 베뉴도 국내 출시와 동시에 2030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사용자경험에 바탕을 둔 SUV 개발 전략이, 현대차 전체의 수익성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엔진과 변속기의 뛰어난 성능,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력과 설계 노하우 등은 상향평준화된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더이상 독보적 강점이 될 수 없다. 차량 성능에 있어서의 기술 격차는 시간이 흐르면 대체로 평준화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차가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디자인에 감성을 얹는 ‘사용자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팰리세이드와 베뉴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주목해서 살펴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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