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日 넘었다... '133년 엔진역사' 새로 쓴 현대차 CVVD
상태바
獨·日 넘었다... '133년 엔진역사' 새로 쓴 현대차 CVVD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7.12 0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中·日 등에 100여건 CVVD 특허 등록… "기술 종주국 입성"
엔진 성능 4% 이상, 연비 5% 이상 향상... '두마리 토끼' 잡아
첫 적용 'G1.6 T-GDi 엔진', 올 출시 예정 쏘나타 터보에 탑재
CVVD 기술을 고안한 하경표 연구위원. 사진=현대·기아차
CVVD 기술을 고안한 하경표 연구위원(사진 오른쪽)이 엔진을 들여다 보고 있다. 사진=현대·기아차

자동차 엔진이 처음으로 발명된 133년 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연비와 성능에 대한 고민은 개발자들의 오랜 화두였다. 밸브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이 ‘열쇠’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는 난제였다. 엔진은 강한 쇳덩어리로 이뤄져 있지만 일말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민감하다. 불규칙한 작동은 곧 엔진의 고장으로 이어진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엔진의 한계를 세계 최초로 혁신한 기술을 선보였다. 최근 발표한 '연속가변밸브듀레이션(CVVD) 기술이 그것이다. 그동안 ‘연비냐, 성능이냐’를 놓고 벌인 논쟁은 더이상 CVVD 엔진 앞에서 무의미해졌다. 

CVVD 기술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엔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라고 평가하는 것일까.

먼저, 자동차 엔진의 작동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엔진은 실린더 내에서 ‘흡입-압축-팽창-배기’의 4행정을 거쳐 동력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밸브다. 

엔진 밸브는 흡기와 배기 밸브로 나뉜다. 흡입 행정에서 흡기 밸브가 열리면 공기와 연료의 혼합가스가 연소실 내부로 들어가고, 피스톤에 의한 압축과 폭발을 거쳐 배기 밸브가 배기가스를 내보낸다. 밸브는 통상 0.02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열리고 닫히며, 엔진의 수명 동안 약 1억번 정도 동작한다.

실린더 내 연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의 양이다. 이론적으로 밸브가 작동하는 간격을 적절히 제어하면 엔진의 성능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밸브를 열고 싶을 때 열고 닫고 싶을 때 닫는다는 것이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CVVD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CVVD 시스템은 기존의 캠 샤프트에 가변 제어부, 구동 모터로 구성된다. ECU가 CVVD 구동 모터를 최대 6000rpm으로 회전시키면, 가변 제어부는 0.5초 만에 끝에서 끝까지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동을 통해 연결 링크의 중심이 바뀌고 캠의 회전 속도도 변경된다. 이 과정에서 캠이 밸브를 누를 때 속도가 바뀌게 되고 밸브가 열리는 시간도 변화하게 된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CVVD는 밸브가 열려 있는 시간을 1400단계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으며, 엔진 성능은 4% 이상, 연비는 5% 이상 향상되고 배출가스는 12% 이상 저감시킬 수 있다.

사진=현대·기아차
사진=현대·기아차

◆ 獨·日 메이커 콧대 납작하게 만든 현대·기아차의 CVVD 엔진 기술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도 가변 밸브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곳은 단연 독일과 일본의 회사들이다. 

독일 포르쉐는 1992년 최초로 가변 밸브 기술인 '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CVVT)‘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고속 구간에서는 밸브를 일찍 열고, 저속 구간에서는 늦게 열도록 해 연비를 늘렸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엔진들이 채택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여기에 BMW도 2001년 ‘연속 가변 밸브 리프트(CVVL)’ 기술을 발표하며 가세했다. 이 기술은 CVVT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밸브가 열리는 시점과 열어두는 시간까지 제어 가능하다. 독일 뿐만 아니라, 일본 도요타도 CVVL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엔진들은 연비를 우선시하는 아킨슨 사이클, 성능에 중점을 둔 밀러 사이클, 연비와 성능 절충형 오토 사이클 등 세 가지 중 하나의 엔진 사이클을 선택하고 그에 따라 고정된 밸브 열림 시간(밸브 듀레이션)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CVVD 기술을 만든 주역들, 윗줄 왼쪽부터 박건혁 책임연구원(이하 책임), 유인상 책임, 박동헌 책임, 손유상 글로벌R&D마스터, 아랫줄 왼쪽부터 하경표 연구위원, 김백식 책임, 이승재 책임
CVVD 기술을 만든 주역들, 윗줄 왼쪽부터 박건혁 책임연구원(이하 책임), 유인상 책임, 박동헌 책임, 손유상 글로벌R&D마스터, 아랫줄 왼쪽부터 하경표 연구위원, 김백식 책임, 이승재 책임

 

사진=현대기아차 제공
사진=현대기아차 제공

반면,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CVVD 기술은 연비 주행, 가속 주행 등 운전 조건 별로 밸브 듀레이션을 길거나 짧게 제어해 아킨슨, 오토, 밀러 사이클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우수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독일과 일본이 양분했던 가변 밸브 기술을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가 한 단계 더 진화시킨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일본, 중국, EU 등 주요 국가에 각각 100여 건에 이르는 CVVD 관련 특허를 등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에 등록된 특허 수는 12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VVD 기술이 최초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쏘나타 터보에 최초 탑재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