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증산에 찬물... 현대차 노조, 또 막무가내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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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리세이드 증산에 찬물... 현대차 노조, 또 막무가내 파업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8.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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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64세로 연장"... 노조의 ‘투쟁동력 약화’ 위기감 반영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안... 노조, 1·2심 법원서 모두 패소
내달 중순 파업 유력... 팰리세이드 생산확대 차질 불가피
사진=KBS뉴스 화면 캡처
사진=KBS뉴스 화면 캡처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차 노조는 30일 밤 “전체 조합원의 70%가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며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는 “사측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올해 임단협에서 승리하는 날까지 전체 조합원은 집행부의 지침에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 

업계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의 이날 발언을 사실상의 ‘파업 예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9일과 30일 이틀간에 걸쳐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현대차 주변에서는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파업 찬성표’가 과반을 훨씬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극심한 실적 부진으로 고전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 상반기 실적이 상승곡선을 그린 만큼 노조의 기대치가 어느 때보다 높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노조가 집계한 파업 찬성 비율은 70.5%(전체 조합원 대비). 조합원 10명 중 7명으로부터 파업 찬성표를 얻어내 투쟁 동력도 확보했다.

사측은 지난 5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6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으나 노조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이제 남은 일정은 중앙노동위 조정 절차뿐이다. 노조는 이달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냈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첨예해 쟁의조정절차에서 극적인 타협점이 도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업계는 중노위의 조정이 결렬되고 노조의 집단휴가가 끝나는 다음 달 중순을 ‘파업 개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난제는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과 정년연장 이슈다.

기본급 인상,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인력 충원 등의 노조 요구사항은 비교적 수월하게 접점을 찾을 수 있는 항목이다.

◆64세까지 정년 연장... 고령화는 명분, 속내는 ‘투쟁 동력 약화’ 위기감

두 가지 쟁점 가운데 정년연장은 노조가 세(勢)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관철하고자 하는 이슈다. 노조는 최근의 고령화 추세를 이유로 정년연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사측에 제시한 안은 ‘만 64세까지 정년연장’이다.

‘단결’과 ‘투쟁’이란 표제어로 상징되는 노조의 힘은 ‘집단’에서 나온다. 반면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강조하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는 노조에게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집단보다는 개인, ‘단결 투쟁’보다는 ‘인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는 노조에 대한 기본 인식 자체가 기존 세대와 다르다.

‘정년 64세 연장안’에는 회사를 떠나는 기존 조합원이 늘어날수록 투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노조의 고민이 담겨 있다.

정년 연장안에 대한 사측의 입장 역시 확고하다.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가 화석연료 차량 수요를 빠르게 대체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대규모 인력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정년을 연장할 경우 수소차·자율주행·커넥티비티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투자할 예산을 인건비로 전용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노조 ‘상여금 통상임금 반영’... 1·2심 법원 ‘원고 청구 기각’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이슈도 접점이 안 보인다. 노조가 이 안을 요구하며 제시한 근거는 ‘기아차와의 형평성’이다. 

기아차 노조와 현대차 노조는 각각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청구 소송’을 법원에 냈으나 결과는 대조적이다.

기아차 노조가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2017년 8월31일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 임금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노조원들이 청구한 ‘일비’에 대해선 “영업활동 수행이란 추가 조건이 붙은 임금으로 고정성이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올해 2월22일 나온 이 사건 항소심 판결도 1심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는 기아차 노조원 2만7천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미지급 수당 등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월급 주급 일급 시간급 또는 도급금액’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1항).

위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란 요건을 갖춰야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

기본급 이외에 직무수당 직책수당 자격(면허)수당 위험수당 벽지근무수당 등도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 인정된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여금은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 3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과 추석에 지급되는 ‘명절 상여금’이 그 예다. 명절 상여금은 지급 당시 ‘재직 중일 것’을 추가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판례의 일관된 시각이다. 이와 달리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인정되므로 통상임금 성격을 가진다.

현대차 노조가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1심과 2심 모두 ‘원고 패소’ 판단을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현대차 노조가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에서 “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의 주된 이유가 ‘통상임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단도 원심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는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이슈를 올해 단체협약 4대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같은 계열인 기아차 노조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두 가지 쟁점에 대해 극적인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파업을 막을 길은 거의 없다. 이 경우 겨우 기지개를 켠 현대차의 하반기 실적은 다시 꺾일 위험이 크다.

우여곡절 끝에 노사가 합의한 '팰리세이드 생산 확대'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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