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리는 KT 황창규... 檢, '소환' 넘어 '구속'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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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몰리는 KT 황창규... 檢, '소환' 넘어 '구속'에 무게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6.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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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KT 전산자료 제한적 압수수색’에 담긴 함의 분석
정치자금법 위반 등 상당부분 입증 자신감... 우회적 표현
KT ‘윗선’ 파악 위한 마지막 정리단계... 영장청구 가능성
황회장 소환... 빠르면 이달 안, 늦어도 달 중순 전 예측
황창규 KT회장. 사진=시장경제DB.
황창규 KT회장. 사진=시장경제DB.

지난 5일 검찰이 경기 분당 KT전산센터에 대한 ‘제한적’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20개월 넘게 끌어온 황창규 KT 회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법조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경찰 송치 사건 보완 수사를 목적으로, ‘전산자료 확보 차원’의 제한적 압색을 실시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검찰이 압수수색 직후 기자단에 돌린 '워딩'의 행간을 살피면 수사 주요 쟁점에 대한 정리 및 소환 대상자 선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검찰 수사팀(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이 조만간 대상자에 대한 줄소환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풀이할 수 있다.

앞으로 있을 검찰 수사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사안은 황창규 회장에 대한 신병확보(구속영장 청구) 여부다. 신병확보에 앞선 소환조사는 시기가 문제일 뿐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보강 수사를 위해 전산자료 확보에 나섰다’는 말은 곧 혐의 입증에 대한 우회적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 ▲임직원을 동원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실체 규명 즉 ‘윗선’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최고경영자에 대한 고강도 수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 ▲정치자금법 위반 이외에 황 회장을 상대로 한 여러 건의 고발 및 진정사건이 접수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검찰이 황 회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황창규 회장 둘러싼 4가지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 외 고소·고발 다수

황창규 회장을 둘러싼 수사 사건은 ①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②광고대행사 고가 인수 및 무더기 경영고문 위촉 의혹(조세범처벌법상 조세포탈,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뇌물 등 혐의) ③계열사 위장도급, 근로자 불법 파견, 노조 설립 방해 등 의혹(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④‘KT 채용 비리’ 의혹 등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위 4가지 사안 중 서울남부지검이 수사 중인 ‘KT 채용 비리’ 의혹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서울중앙지검이 맡고 있다.

이들 가운데 수사가 가장 많이 이뤄진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다. 다른 사건들이 KT새노조와 시민단체인 약탈경제반대행동의 고소 혹은 고발을 계기로 불거진 것과 달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2017년 말부터 경찰이 ‘인지’를 통해 수사에 착수했다.

◆상품권 구입 후 되파는 방법으로 11억 비자금 조성, 4억4000여만원 후원금 사용 

경찰은 2017년 11월 ‘KT가 회사 공금으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되파는 방법(상품권깡)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내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분당 KT본사, 서울 광화문빌딩 등에 대한 5차례의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물을 확보한 뒤 혐의점을 살폈다.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이 추산한 비자금 규모는 11억5000만원. 이 가운데 4억4190만원의 돈이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 檢·警의 판단이다.

현행법상 국민 한 명이 국회의원에게 후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00만원으로, 수사당국은 KT가 법령상의 제한을 피하기 위해 소속 임직원은 물론 그 가족과 지인 명의까지 빌려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황 회장 등 KT 임직원들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반려됐다. 같은 해 9월 경찰은 황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임직원들만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의 문턱을 넘는 데 실패했다.

검찰은 KT로부터 쪼개기 후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99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으나 국회의원 본인에 대한 직접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경찰은 해당 의원실 보좌관 등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친 뒤 올해 1월,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사건기록을 보면 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이며,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KT 전·현직 임직원은 황창규 회장을 비롯해 모두 7명이다. 다만 두 차례 검찰의 영장 반려를 의식했는지 경찰은 이들 모두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을 달았다.

◆회사 측 “소관 상임위 의원에 대한 관행적 후원... 입법 로비 아니다”  

검경이 의심하는 ‘상품권깡을 통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의 시기(始期)는 2014년 5월, 종기(終期)는 2017년 10월이다.

수사당국은 쪼개기 후원의 목적으로 ‘국회에 대한 입법 로비’를 꼽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관련 은행법 개정안, 케이블TV 관련 법률 개정안 등 주요 현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KT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입법 로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의혹에 대해 황 회장과 회사 측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국회의원 후원”이라며 구체적 입법 로비는 물론 묵시적 청탁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황 회장 역시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며 연루 의혹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황 회장 측은 “방송 및 정보통신 분야 상임위 소속 여야 국회희원에게 관행적으로 해 오던 후원이기 때문에 특별히 보고할 대상도 아니”라고 부연했다.

후원 대상인 전현직 국회의원들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혐의 입증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의원 1인당 후원금액 수백만원 선... 검찰, ‘입법 로비’ 입증 부담

이 사건 핵심 쟁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행위(상품권깡)보다 그 이면에 있는 ‘목적’(입법 로비)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행위 태양만으로도 비난가능성은 높지만 후원금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KT로부터 후원을 받은 국회의원은 19대 46명, 20대(현역) 66명 합계 112명이다. 이 가운데 중복 의원을 빼면 실제 인원 수는 99명이다. 이들 의원들이 받은 1인당 후원금액은 평균 수백만원 선. 여야 간사와 상임위원장급에게는 1인당 최대 1천만원이 지급되기도 했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범행 방법만 놓고 보면 죄질이 ‘불량’하지만, ‘입법 로비’라는 실체에 대한 입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양형이 있어선 참작할 만한 사유가 충분하다고 볼 수도 있다. 

◆‘저렴’한 수단만으로도 비난가능성 높아... 영장 발부 요건 ‘사안의 중대성’ 충족 

물론 반론도 있다. 

황 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은 아래와 같은 4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소환 등을 통해 ‘상품권깡을 통한 쪼개기 후원’ 정황을 상당 부분 파악했다는 점. 
▲검찰이 영장 신청 반려의 가장 큰 이유로 제시한 ‘국회의원 본인에 대한 조사’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보강할 수 있다는 점. 
▲‘상품권깡을 통한 비자금 조성’이란 범행 방법만으로도 비난가능성이 높다는 점.
▲관행 여부를 떠나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영장 발부 조건 중 하나인 ‘사안의 중대성’을 충족한다는 점. 

황 회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은 빠르면 이달 안, 늦어도 다음 달 중순 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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