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환자에 담배 권하는 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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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환자에 담배 권하는 저축은행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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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신용회복 대출 지난해 6월말 기준 2,100억에 달해
일부 저축은행들이 신용회복 절차를 밟고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법정 최고 금리의 신용회복자 전용상품을 팔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유명 저축은행 신용회복 전용대출 상품의 인터넷 광고 캡처.

일부 저축은행들이 빚을 못 갚아 개인회생이나 개인 워크 아웃 등 채무재조정 중인 서민들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6일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일부 저축은행들이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 등을 통해 채무 재조정을 받아 신용회복 절차를 밟고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법정 최고 금리의 신용회복자 전용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들이 고금리가 주는 달콤함에 취해 생계가 어려운 소비자를 부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비난이다.

법원이나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재조정은 채무불이행에 빠졌거나 빠질 위험에 처한 채무자들이 채무의 일부를 탕감 받고 변제기간의 조정 등을 통해 신용회복 절차를 밟는 길이다.

특히 법원의 개인회생절차를 밟는 채무자의 경우는 임의적인 채무조정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는 파산지경에 이른 채무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신용회복자 전용상품은 고금리의 이자율이 부과되고 있으며 지난 해 6월 말 기준 자산은 2,100억여원에 달하고 있다.

신용회복자 전용상품을 판매중인 저축은행들은 신용회복중인 소비자에게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는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 하는 소비자에게 급전을 융통해 주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가지고 있다고 한다. ‘S’저축은행의 경우 소액신용대출 자산 700억 원 중 360억 원이 이와 같은 신용회복자 전용상품에 기댄 자산이다. ‘신용회복자 전용상품’ 전문 저축은행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부터 신용회복자 전용상품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에게 공적 금융 지원제도를 우선 안내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 신규대출 취급시 안내 여부에 대한 자필서명을 징구하거나 온라인 판매의 경우 안내내용을 녹취하도록 하는가 하면 기존 고객들에게는 공적지원제도를 우편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개별 안내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회복자 전용상품의 판매가 대부분 대출 모집인에 의해 판매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안내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과도한 빚 때문에 이미 신용상태가 망가진 소비자에게 고금리 대출상품을 파는 것은 폐암에 걸린 환자에게 담배를 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하며 “부채의 덫에 빠졌던 소비자들의 재활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데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태도가 서민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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