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철도파업 탓 레미콘 수급차질… 공사중단해야 할 판"
상태바
건설업계 "철도파업 탓 레미콘 수급차질… 공사중단해야 할 판"
  • 이기륭 기자
  • 승인 2016.11.07 2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절기 앞둬 가속도 필요에도 대체 공정 급급

"철도파업으로 레미콘사들의 사정이 악화되면서 저희 현장은 2주 전부터 이미 레미콘 부족현상을 겪고 있었죠. 예년에 비해 공사현장이 늘면서 자잿값도 많이 올랐는데, 수급이 제대로 안 되면서 걱정이 많습니다. 겨울이 오기 전에 골조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파업이 11월 중순을 넘어서면 공사중단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A아파트 단지 현장 관계자)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를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한 지 6주가 훌쩍 지나면서 건설업계도 영향권에 들어섰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시멘트·레미콘 등 건자재업계 수급난이 건설업계까지 전이되고 있는 것. 수급난으로 공사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각종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건설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기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파업참가자는 7282명으로, 출근대상자 1만8366명 중 39.6%가 하던 일을 내려놨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지난 9월27일부터 현재까지 누적 파업참가자 수는 총 7677명으로, 이중 485명(6.2%)은 복귀했고 253명(3.3%)은 직위해제됐다.

노조 파업참가율이 전체 40% 수준을 웃돌며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전동열차와 새마을·무궁화 등 일반열차, 화물열차는 일부 감축 운행돼 평상시 대비 운행률은 92.9%에 그치고 있다. 새마을·무궁화 운행률이 60.0%, 화물열차는 87.5% 수준을 보이고 있다.

화물열차 운행률이 떨어지면서 물류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시멘트·레미콘 등 건자재 역시 마찬가지다. 건설공사 성수기에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철도파업에 더해 콘크리트 타설이 힘든 동절기까지 다가오고 있어 업계 근심이 가중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믹서트럭 8.5제, 타워크레인 파업, 운송료를 둘러싼 레미콘공장 가동중단 등으로 공사기간이 적잖이 늦춰진 만큼 건설현장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직격탄은 시멘트업계가 가장 처음 맞았다. 시멘트협회 집계 결과 철도파업 이후 시멘트 수송차질 물량은 40만톤을 넘어섰다. 평시에 비해 시멘트 운송량이 45%까지 떨어졌고, 출하량도 50%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 생산능력은 있지만 철도파업으로 출하가 늦어지면서 재고가 쌓여 생산량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협회 측은 "철도 대신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송량을 늘리고 있지만 BCT 1대의 운송량은 25톤에 불과해 열차 1회(1000톤)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며 "해상운송도 시멘트 벌크 화물을 내릴 수 있는 항구가 정해져 있어 선박들이 화물을 내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멘트 수급상황이 여의치 않자 레미콘업계 역시 매출타격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상 최대 주택착공량을 틈타 연말 추위가 오기 전에 매출을 극대화해야 하지만, 파업에 8.5제 등이 맞물리면서 출하량을 감축하는 제한출하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레미콘업체들은 철도파업 수송차질에 따른 부족분을 그동안 확보해둔 시멘트로 건설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도권 철도역에 비치된 사일로(저장고) 시멘트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일부 중소 레미콘사 경우 이미 제한출하에 들어갔다.

레미콘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자체 시멘트회사에서의 조달로 겨우 출하를 맞춰왔지만, 철도 운송 차질이 지속되면서 제한출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시멘트뿐만 아니라 골재수급도 버거운 형편이라 레미콘 공급 차질이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연말까지는 어떻게든 건설현장의 콘크리트 타설이 가능하지만 혹시라도 눈이 오는 시기가 빨라지거나 장기화되면 매출이 급감할 수 밖에 없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도 수급난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건설현장별 비상대책에 나서고 있다.

일선 건설현장에서는 레미콘 타설 등 골조공사를 최소화하고 터파기 등 토목공사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마다 현장이 풀가동되고 있는 데다 성수기에 자재대란이 빚어지면서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사전에 확보하고 발주해둔 물량으로 공사를 진행해왔지만, 레미콘사마저 제한출하에 들어가면서 공사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겨울을 앞두고 막바지 레미콘 타성을 미리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 공정 등으로 돌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장이 멈추게 되면 단순 공기지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용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최근 1~2년간 이어진 신규분양시장 호조로 예년에 비해 공사현장이 크게 증가한 터라 피해규모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1년 중 최대 성수기인 3~4분기에 발생한 철도파업 장기화로 시멘트 산업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인 레미콘 및 건설 현장에도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며 "골재나 석재 등 다른 자재들의 수급도 불안정해 철도파업이 이달 내 끝나지 않을 경우 수도권 아파트 공사장 등 곳곳의 공사 중단이 예상된다. 레미콘 부족에 따른 아파트 공사 중단은 계약자들의 입주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협회도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국토부 장관에게 제출한 건의문을 통해 "시멘트 공급 차질과 레미콘 수급난이 가중되면서 공기 지연으로 인한 분양주택의 입주 지연과 콘크리트의 '끊어치기 시공'에 따른 품질 저하 및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설공사 차질을 막기 위해 화물열차를 이용한 시멘트 운송 특별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고, 특히 주택착공량이 집중된 수도권 시멘트 운송 화물열차의 조속한 증편을 통해 건설공사가 적기에 수행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