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할인폭 높은 식품사 자사몰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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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할인폭 높은 식품사 자사몰로 몰린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3.02.0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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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몰서 장본다"... 소비자도 고물가 전쟁
농심·아워홈·풀무원 자사몰 가입자 수 급증
자사몰 매출도 매년 20~30% 꾸준히 성장
구독·배송 등 차별화 서비스로 회원 유인
사진=CJ제일제당의 자사몰 'CJ더마켓' 홈페이지
사진=CJ제일제당의 자사몰 'CJ더마켓' 홈페이지

서울 화곡동에 사는 주부 김가람(38, 가명) 씨는 최근 식품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자사몰에서 장을 본다. 즉석밥과 냉동만두 등을 10~30% 정도 싼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고물가 여파로 소비 패턴이 바뀐 것 같다"며 "대형마트보다 할인율이 높은 온라인 자사몰을 이용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사는 자취생 김진우(35, 가명) 씨도 식품업체 자사몰을 자주 찾는다. 김 씨는 "자사몰에서 할인하는 상품 위주로 장을 봤더니 실제로 생활비가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자사몰은 식품 제조사가 생산하는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온라인몰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서 할인율이 높은 자사몰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최근에는 배송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인기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물가 급등으로 정상 가격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자사몰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가장 성장세가 높은 자사몰은 지난해 8월 문을 연 농심의 '농심몰'이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동안 가입자 수가 약 200%나 증가했다. 아워홈의 '아워홈몰', 풀무원의 '샵풀무원'도 지난해 가입자 수가 전년 대비 각각 88%, 67% 늘었다. 

식품업체의 자사몰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CJ더마켓', 롯데제과의 '롯데스위트몰', 동원그룹의 '동원몰', 풀무원의 '풀무원샵', 대상의 '정원e샵', 오뚜기의 '오뚜기몰' 등은 20~30% 성장세를 기록했다. 

고물가로 인해 한푼이라도 싼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식품업체들은 자사몰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신규 회원 유입을 늘리고자 각종 할인 혜택을 늘리고 있다. 농심은 농심몰에서 첫 구매시 3만원 이상 구매하면 짜파게티 5봉을 1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할인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대상은 이달 말까지 정원e샵 신규 회원 3000명에게 50%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제품 할인뿐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2020년부터 '월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롯데제과는 지난해 가정간편식(hmr) 정기구독 서비스 '월간밥상'도 론칭했다. 월간밥상을 구독하면 'Chefood(쉐푸드)' 간편식 꾸러미를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전후로 받아볼 수 있다. 친구에게 선물하기 기능도 이용할 수 있어 방문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롯데제과 스위트몰 방문자 수는 2021년 430만명에서 2022년 580만명으로 35% 증가했다.

농심은 농심몰에서만 신제품을 정식 출시일보다 최대 일주일 빠르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농꾸(농심꾸미기)'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농심 대표제품인 '너구리' 컵라면과 '닭다리 스낵' 패키지에 원하는 사진과 문구를 넣어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지금까지 1만4,000개 제품이 팔렸다.

CJ제일제당은 배송 서비스를 도입해 CJ더마켓의 고객 편의성도 높였다. 밤 12시 이전에 결제하면 다음날 배송해주는 '내일도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활한 배송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매일 한정수량만 판매한다.  

이처럼 식품기업들이 자사몰을 강화하는 이유는 유통 채널과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식품 제조사가 할인 프로모션 등을 통해 제품 가격을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소비자의 구매 패턴 등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온라인 유통채널과의 납품가격 갈등이 심화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의 핵심 역량인 배송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대형마트·유통 플랫폼에 빼앗긴 가격 주도권을 자사몰을 통해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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