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發 '관치' 논란에 재조명되는 文 '캠코더'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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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發 '관치' 논란에 재조명되는 文 '캠코더' 인사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1.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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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헤리티지·흥국生 해결 '리더십'
CEO연임 관련 관치금융 논란 일어
"文 캠코더·유시민·경금회 인사전횡"
"전 정부 인사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취임 6개월을 맞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두고 업계 기강확립을 위한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와 함께 주요 금융지주 인사와 관련해서는 '관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하에서도 호흡이 맞는 인사들로 금융권 '조각(組閣)'이 이뤄질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지만, 전임 정부의 지나친 금융권 인사전횡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3일 금융권에 의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업계 현안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면서 감독기관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하루 전인 22일 금융감독원은 독일 헤리티지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결론냈다. 이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해외운용사가 상품제안서 중요 내용 대부분을 거짓 또는 과장되게 작성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면서 100% 투자금 반환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이복현 원장은 10월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독일 헤리티지DLS펀드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관련 자료들이 해외에 있고 자료 수집 과정에 애로가 있지만 챙겨보겠다"고 약속했다.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사태발생 3년이 지났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금감원 관계자들이 합심해 원만하게 결론내준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범준 금융감독원 소비자 권익보호 담당 부원장보가 독일 헤리티지펀드 분쟁조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김범준 금융감독원 소비자 권익보호 담당 부원장보가 독일 헤리티지펀드 분쟁조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최근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일주일 만에 철회하는데 금감원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이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일부 행사하고, 대주주가 유상증자하는 절충안을 내놓고 적극 (관계자들을) 설득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취임 직후 은행권을 향해 금리 인상기에 대출 금리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고, 이후 공매도 금지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이슈 등에 대해 기회가 있을때마다 소신을 피력하며 감독기관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외에도 이복현 원장은 최근 은행권 기강확립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임기만료를 앞둔 일부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무리한 연임을 포기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금감원 내부 단속도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8월에 이어 2023년 초에도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호불호는 있겠지만, 이복현 원장이 애매한 스탠스가 아니라 구체적인 감독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면서 업계 전반이 예측가능해진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과거 당국 수장들 중에는 전문성이 부족해 매사 원론적이고 애매한 지시로 일관하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만 떠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이 한화투자증권이 판매한 ‘라움 시퀀스 앱솔루트 사모펀드’와 관련해 전수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반면 이복현 원장에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른바 '관치금융'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회장 연임과 관련한 발언이 정부와 친한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8일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금감원장의 행보와 말은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역시 22일 성명서에서 "금감원장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 선임권을 쥔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아 차기 회장 선임에 들어간 금융지주를 압박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있었던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신임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하자 노조가 출근을 저지해 임명 12일 만인 21일에 취임식을 가졌다. 이 외에도 BNK금융 김지완 회장의 조기 사퇴와 후임 선임과 관련해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관치금융 논란에 재조명되는 文 '캠코더' 인사

복수 금융권 관계자들은 '관치금융' 논란과 관련해 전임 문재인 정부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낙하산, 보은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노골적이고 무차별적인 낙하산 인사가 행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른바 △경금회(경남중·경남고·경희대 출신 금융인) △유시민(유명대학, 시민단체, 민주당)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와 같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특히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임명은 시민운동가 중심의 '코드 인사'가 실패한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김 전 원장은 적절치 못한 해외출장 등 논란으로 15일만에 사의를 표명해 최단기간 금감원장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관피아' 논란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시중은행·보험사·저축은행·증권사·카드사 164곳을 조사한 결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경제부처와 기관 근무자 250명이 금융권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임 박근혜 정부 시기(2013~2016년) 금융기관 취업자 199명 대비 25.6% 늘어난 수치였다.

직무경험이나 전문성이 없는 이들을 무리하게 요직에 앉히는 '낙하산 인사'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일례로 지난해 9월 금융노조는 한국주택금융공사 상임이사에 문재인 후보 선대위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식에 즉각 성명을 통해 "정권 말기 현 정권의 알박기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어섰다"면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사에 경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임원으로 앉히는 것은 무면허자에게 대형버스 운전을 맡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2020년 9월에는 캠코가 관련 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신임 사외이사에 앉혀 논란이 일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30년간 여성 시민운동을 해온 인사에게 국유재산관리, 부실채권 인수와 구조조정 업무를 맡겼다"면서 "경선에서 탈락한 이에게 한 자리를 내준 전형적인 보은, 낙하산 인사"라고 설명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산업은행이 4·15 총선 당시 여당 경선에서 떨어진 친여인사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인사 역시 금융분야에는 별다른 이력이 없었다. 국민연금 역시 비전문가, 낙선인사 등을 요직에 앉혀 구설수에 올랐고 비슷한 시기 한국수출입은행은 금융과 무관한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경호본부장 출신을 감사로 임명해 빈축을 샀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개최한 '2019년 기업인 만남' 모습 ⓒ대한상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 15일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같은 해 9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정무위 산하 공공기관 40곳의 임원 중 문재인 정부 출범후 총 197명이 임명됐는데, 이 중 71명이 '낙하산 인사'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성 의원 측은 △KDB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IBK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은 43명중 21명이 낙하산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23일 시중은행 관계자는 "역대 어느 정부나 손발이 잘 맞는 인사들을 금융권에 포진시켰고, 현 정부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업계도 잘 알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금융권 인사에 정부 '입김'이 없을 수 없지만, 전 정부의 인사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적정선을 지킬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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