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늘리는 삼성생명... '인오가닉' 전략으로 승승장구
상태바
해외투자 늘리는 삼성생명... '인오가닉' 전략으로 승승장구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2.04.29 1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벤처·부동산 영역 확장 속도
英 부동산 운용사 세빌스IM 지분 25% 취득
중국·태국 방카슈랑스 채널로 영업망 확대
전영묵 대표 "해외사업 비중 확대" 강조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전경. 사진=삼성생명 제공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전경. 사진=삼성생명 제공

삼성생명이 '인오가닉(Inorganic)' 전략으로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오가닉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사업과 역량을 마련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뜻한다. 포화된 국내 보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수익 다각화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기존 보험영업을 벗어나 벤처·부동산 투자 등으로 해외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지난 4일에는 삼성생명의 중국 합작법인이 자본을 확충하며 현지 영업 확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또한 삼성생명은 지난해 영국의 부동산 자산운용사 세빌스IM을 인수하며 해외 부동산 투자의 패달을 밟았다. 

삼성생명의 해외영토 확장 배경에는 전영묵 대표의 커리어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자산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3월 ‘2030 중장기 전략’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산운용 확대를 핵심 수익 가치로 삼고 부동산·PE펀드 등 투자 다변화로 계열사 시너지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해외 진출 관련 고민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드러난다. 전 대표는 “자산운용은 운용계열사와 더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만들겠다”며 “글로벌 자산운용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 대표는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자산운용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보험, 증권, 자산운용사 등 금융업 전반에서 자산운용업무를 두루 경험한 만큼 그룹 대내외적으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2030 중장기 전략’으로 이익 30%를 자산운용·해외 부문에서 달성한다는 전 대표의 중장기 비전에 따라 삼성생명은 해외시장 확대, 지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하반기 전략회의에서 "자산운용 이익 비중을 18%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 영국 진출 출사표... 글로벌 사업 본격화

삼성생명은 지난해 보험 선진국인 영국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5월 삼성생명은 영국의 종합부동산 그룹 세빌스산하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세빌스IM(이하 세빌스) 지분 25%를 취득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6개월 뒤인 11월에는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의 세빌스 지분 인수를 승인하면서 관계회사로 편입됐다.

세빌스IM은 1987년 세빌스 plc 산하 운용부문으로 출발한 뒤 2004년 그룹 산하 부동산 자산전문운용사로 독립했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 등 13개국 16개 사무소에서 총 299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32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해외 운용자산 기준으로 유럽 독립계 부동산 운용사 중 5위에 위치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20년부터 세빌스IM에 대한 실사 작업과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 4월 내부 협상팀이 런던 본사를 직접 방문해 최종적인 투자 조건을 합의했다. 2대 주주가 된 삼성생명은 세빌스IM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사업협력위원회를 신설해 협력을 강화했다. 

삼성생명 측은 세빌스IM이 다양한 실물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공동 투자와 펀딩 등 다양한 사업적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세빌스IM 지분인수 당시에는 향후 4년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자산의 위탁운용을 약정하기로 했다. 위탁운용 약정 진행 결과 등에 따라 10%의 지분을 2025년까지 추가로 취득할 수 있는 콜옵션(매도청구권)도 가졌다.

삼성생명 측은 세빌스IM을 통해 자산운용이 본격화된다면 대체투자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도 전망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대체투자 자산은 2018년 18조8000억원에서 2021년 27조원으로 44%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에서 차지하는 대체투자 자산의 비중은 10.8% 수준이다. 이를 2025년까지 15%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세빌스의 실적은 올해부터 적용된다. 기업회계 기준 제9조 2항에 따르면 출자총액이나 지분이 20% 이상일 때 관계회사로 분류된다. 지분 25%를 취득했기 때문에 연결재무제표에 실적이 반영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세빌스IM은 다양한 부동산 분야에 대한 투자 경험과 우수한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자산운용 사업 확대 전략에 적합한 전략적 파트너로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수익 기반 강화와 다변화를 위한 글로벌 자산운용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진=삼성생명 제공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진=삼성생명 제공

◇ 중국·태국 보험사업 순항

중국과 태국에서 이뤄지는 보험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은 중국에서 운영 중인 합작법인 중국은행을 기반으로 방카슈랑스 영업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보험영업 수입료는 약 1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행의 방카슈랑스 영업망을 활용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일에는 중은삼성인수보험유한공사의 자본을 확충해 영업 기반을 강화했다. 중은삼성인수보험유한공사는 지난달 약 4,6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4,800억원에서 9,4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합작법인의 최대주주인 중국은행은 약 2,300억원을 출자했다. 삼성생명이 약 1,200억원, 중국항공이 약 1,100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중국법인이 인터넷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채널(디지털 다이렉트상품)을 론칭했다. 기존 방카슈랑스 채널, 개인 채널(일반설계사), TM 채널(텔레마케팅)에 이어 본격적으로 온라인 보험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삼성생명은 2005년 중국항공과 지분 50%씩을 투자해 중항삼성인수보험을 설립했다. 이후 2015년 중국 5대 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을 최대주주로 맞아 법인명을 중은삼성으로 바꿨다. 현재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25%다. 

태국 시장 보험영업 역시 순항 중이다. 삼성생명 태국법인의 지난해 보험료 수입은 1,785억원으로 2019년(1,543억원)과 2020년(1,661억원)에 이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억원으로 전년 동기(9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생명은 태국법인을 통해 현지 중위권 보험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판매 채널에 기반 한 성장에 주요 은행과 방카슈랑스 제휴를 늘리고, 중소형 보험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은 중국과 태국의 보험사업을 전초기지로 삼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로 영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은 중장기적으로 대체자산과 전통자산을 아우르는 글로벌 자산운용 체계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현재까지 삼성자산운용과 삼성 SRA 2개 계열사를 통해 주로 국내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면, 앞으로는 글로벌 시장의 유망한 선진 운용사들과 제휴해 해외 운용사업의 기반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성장잠재력이 큰 해외운용사 지분 추가 인수, 삼성자산운용과 SRA자산운용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강화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부동산, 인프라, PE펀드 등 투자 다변화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