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View] '엔진 독립' 성큼... 飛上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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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View] '엔진 독립' 성큼... 飛上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1.07.0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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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염원 '항공 엔진 독립' 이끌 최유력 후보
77년 삼성정밀공업으로 출범, 15년 한화 인수
P&W와 '수익 공유 계약' 체결... 기술력 검증
해외 항공기업과 파트너십... 거래선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견고... '주가 상승' 호재 충분
부품 공급한 수리온 헬기 추락은 악재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는 전투기에는 ‘국산 엔진’이 없다. 수백명을 태우고 하늘을 오가는 대형 민간 여객기에도 ‘국산 엔진’은 없다. 대한민국 국방의 자부심인 '국산' 미사일도 ‘엔진’만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군사력 세계 6위, 경제력 10위를 자랑하면서도 ‘항공엔진 독립’의 현 주소는 초라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눈여겨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고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못다한 꿈과 김승연 한화 회장의 비원(悲願)이 담긴 이 회사의 목표는 ‘엔진 독립’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 최고 항공기업 GE(제너럴 일렉트릭)로부터 엔진 생산 라이센스를 부여받았다. 독자 기술로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엔진 완제품을 생산하기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으나, GE가 신뢰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품질을 갖추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항공 엔진 전문기업이라는 찬사와 '엔친 하청기업'이란 냉소적 반응이 동시에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어로스페이스='로열&기술' 기업
김승연 회장, 현안 직접 챙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산업적으로 볼 때 ‘항공 엔진 전문기업'으로 분류된다. 다만 투자를 염두에 둔다면 ‘로열&기술 기업’으로 바라보는 게 더 효율적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최정상급’의 기술을 전제로 하면서, 총수가 직접 챙기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올해 2월 김승연 한화 회장은 복귀 후 신년사를 통해 “혁신의 속도”를 강조하면서 "미래 먹거리 사업 선점에 속도를 붙이겠다"고 강조했다. 그 직후 회사의 주가는 요동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해 1월 인공위성 전문업체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인수한 것도, 김 회장 일가가 직접 챙긴 성과로 투자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연혁]

1977년 8월: 삼성정밀공업주식회사 설립
1987년 2월: 삼성항공산업주식회사 상호 변경
2000년 3월: 삼성테크윈주식회사 상호 변경
2015년 6월: 삼성전자 외 특수관계인 4인, (주)한화에 보유지분 매각
2015년 6월: 한화테크윈주식회사 상호 변경
2018년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주식회사 상호 변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작업자가 엔진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에서 작업자가 엔진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P&W와 '수익 공유' 계약... 품질 경쟁력 입증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 ▲방산 ▲시큐리티 ▲산업장비 ▲파워시스템 ▲IT서비스 등 6개 사업을 영위 중이다. ‘항공 엔진‧기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직접 맡고, 나머지 5개 사업은 자회사가 각각 맡는 구조이다. 6개 사업은 각각의 전문성이 매우 강해 상호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특정 사업이 부진하더라도 기업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반면 사업 사이의 시너지를 내는 데도 제약이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 엔진‧기계’ 주요 고객은 ‘대한민국 정부’, ‘국적 항공사’, ‘해외 주요 엔진 제작업체’이다. 내수와 수출 비율은 6 대 4 정도. 항공엔진 시장점유율은 보안상 비공개다. 

항공엔진 산업은 ‘거북이 산업’으로 불린다. 신제품 개발에서 양산까지 상당한 기간과 막대한 개발비를 필요로 한다. 대신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장에 안착하면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엔진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3요소로는 품질‧납기‧가격이 꼽힌다. 그 중에서도 ‘품질’은 핵심 변수라고 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글로벌 엔진 제작사 P&W(프랫 앤 휘트니)와 GTF(Geared Turbo Fan, 제트엔진) 엔진의 RSP(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 리스크‧수익 공유 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했다.

RSP 구조 아래서 엔진 원제작사와 참여 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지분 비율에 따라 공유한다. 물론 손실도 지분 비율을 기준으로 분담한다. 상당한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고, 초기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 부문 영업이익은 RSP를 도입한 2017년부터 내림세를 보였다. 2016년 영업이익은 1507억원에 달했으나 2017년 –175억원, 2018년 –982억원, 2019년 –662억원, 2020년 –74억원 등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일반 기업의 성적표라면 부실 경영을 의심할 수도 있는 지표이나 사정이 다르다. 매출이 본격 발생하기 전 '초기 투입비용'이 적자로 기록된 것. 

위 적자는 GTF 엔진 RSP 사업 비용으로 2016년 72억원, 2017년 478억원, 2018년 1032억원, 2019년 891억원, 2020년 609억원을 지출하면서 발생한 일종의 착시효과로 볼 수 있다. 영업이익이 적자라고 해서 무조건 주식을 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글로벌 항공기업에 부품 공급 계약 잇따라 

구체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재와 악재를 가르는 요소를 살펴보도록 하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개발비와 시설투자에 따른 차입금 증가 수준, 제품의 개발 성공 가능성, 납품 계약, 납품 실적, 자금조달 가능성 등이 호재와 악재를 가르는 주요 기준이라 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5일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미국 GE(제너럴 모터스)와 3억2000만 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항공기 엔진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정보는 ‘호재’로 분류된다. 발표 후 주가는 소폭 뛰었다.

올해 3월 P&W 최상위 파트너 등급인 ‘골드(Gold)’를 획득한 것도 ‘호재’였다. '골드 인증'은 미국 P&W 모회사인 RTX가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평가 프로그램(RTX Supplier Gold)으로, 지난해 1년 동안 단 1건의 품질문제 없이 100% 납품을 완료한 파트너에게 주어지는 인증이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한화가 부품 공급,
롤스로이스 엔진 탑재 항공기 사고 발생

반대로 한화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은 항공기 추락 사고, 결함 발생 등은 ‘악재’로 분류된다. ‘트렌트1000’ 엔진 폭발 사건이 대표사례다.

롤스로이드 ‘트렌트1000’ 엔진을 장착한 항공기에서 잇따라 사고가 발생하자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018년 4월 문제의 엔진을 탑재한 항공기의 ETOPS를 기존 330분에서 140분으로 대폭 줄였다.

ETOPS는 'Extended-range Twin-engine Operational Performance Standards'의 약자로, 운항 중 엔진 한 개가 고장이 날 때를 대비해, 비상착륙이 가능한 공항과의 거리를 의미한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롤스로이스에 10억 달러 규모(한화 1조1150억원)의 트렌트 엔진 터빈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수리온 헬기 추락 사건 역시 ‘악재’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12월 훈련 중이던 수리온 헬기 4호기가 전북 익산 인근에서 추락했다. 사건 발생 후 정부는 헬기 결함을 주장하며 제조물책임법 위반 혐의로 납품업체인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당시 정부는 "엔진 설계가 잘못됐고, 계기 시현·사용자 규범 등 표시상 결함이 있었으며 엔진 재점화가 실패하는 등 제조상 결함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하락했다. 다행히 2019년 9월 1심, 2021년 1월 2심서 모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승소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결함 의혹'만으로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는 기술 기업의 특성을 보여준 사례다.

 

월1회 방위사업추진위 결과 주목해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요 고객사는 앞서 설명한 대로 방위사업청(정부), P&W, GE 등 3곳이다. 세 곳 모두 방위산업과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한미 국방정책의 변경은 회사 실적과 직결된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탄도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 등 제한이 해제되면서 회사는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남은 것은 '미사일 기술 독립'이다. 

정부의 미사일 정책은 국방부가 확정하지만 실행은 방위사업청 내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맡고 있다. 공식적으로 위원회 개최일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통상 월1회 열리며, 회의 결과는 당일 발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13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장사정포 요격체계 사업추진 기본전략(안) 2조8900억원 ▲함정용 전자전장비-II 사업추진 기본전략(안) 6100억원 ▲수직이착륙형 정찰용 무인항공기 사업추진 기본전략(안) 1조2800억원 ▲연합해상전술 데이터링크 성능 개량(Link-22) 사업추진 기본전략(안) 3800억원 ▲대형기동헬기II 사업추진 기본전략(안) 1조3100억원 ▲F-35A 성능 개량 사업추진 기본전략(안) 3700억원 ▲자주도하장비 기술협력 생산 계획(안) 5300억원 등의 내용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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