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개최된 LHRI 연구발표회... "'LH' 말고 '국민·주거' 연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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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개최된 LHRI 연구발표회... "'LH' 말고 '국민·주거' 연구해야"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4.03.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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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부설연구소 LHRI, 29일 7년만에 연구보고회 공식 개최
김홍배 현 원장은 "권위있는 연구로 국민 신뢰 회복"
손경환 전 원장 "사회적 주거 위기는 LHRI에게 기회"
남영우 국토부 정책관 "기업 연구소 목표 '이익', LHRI는 '국민'이 목표 돼야"
정창무 학회장 "LHRI 연구비는 수준분양자가 제공"
김진유 학회장 "국토硏·KDI와 차별 위해 '주거복지'만 집중해야"
사진=LH
사진=LH

LH(한국토지주택공사) 부설연구소 LHRI(토지주택연구원)이 29일 성남시 소재 LH 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7년만에 연구과제 성과발표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홍배 연구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LHRI는 융복합 연구수행을 위한 조직개편, 과제선정과 평가방식 개편을 통해 토지주택분야의 리딩연구기관으로 명성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LHRI는 토지주택분야 정책, 계획, 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LH의 부설 연구 전문기관이다. 그간 1200건이 넘는 현장중심 실증연구를 수행해왔다. 이번 발표회는 LHRI가 지난해 수행한 100여 건의 연구과제 중 주요 성과를 선별해 발표하는 자리로, 2016년 이후 7년만 개최다.

LHRI는 그간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LH의 부동산 투기, 순살아파트 사태와 자체적인 금품 비리 문제 등 대내외적인 이유로 연구원의 최대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연구보고회'를 개최하지 않아왔다.

7년만에 열린 이날 연구보고회는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박진철 대한건축학회장 등 국내 토지주택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이 패널로 참여해 이목을 끌었다. 각계 전문가들은 이날 'LHRI 사회적기여와 앞으로 나갈 방향'이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통해 LHRI를 향한 기대감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좌담회 의장을 맡은 김홍배 원장은 "LHRI는 권위있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LH는 몇 해 전 매우 어려운 상황(부동산 투기, 철근누락 사태 등)을 겪었지만 (문제의 수위에 비해) 사회의 반응은 너무 민감했다고 생각하는데,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인 이유는 LH의 사회적 기대감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라며 "이런 기대감을 우리(LHRI)도 충분히 느끼면서 연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우리 연구원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주거복지, 저출산, 이런 사회적 부분과 결합해 '주거 복지'를 연구해야 한다"며 "이같은 사회 현상과 주거복지를 LH와 어떻게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현실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경환 LHRI 3대 원장은 "사회적 주거 위기가 LHRI에겐 기회"라고 언급했다.  

손 전 원장은 "저출산, 양극화, 고령화, 이런 변화들이 국민 주거를 담당하고 있는 LH를 둘러싸고 있는데, LHRI에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라며 "단순히 몇 만가구를 공급했다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주거복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주거복지기여도' 같은 지표를 개발해 주거복지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면 LH 신뢰회복에 도움이 될"이라고 밝혔다.

남영우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LHRI의 연구량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질적인 평가에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 정책관은 국토부에서 LH 혁신방안을 담당한 부서장이다. 

남 정책관은 "문헌상 구체적으로 연구원 혁신 방안의 성과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며 "민간기업 부설 연구원이라면 연구의 대상이 '이익'이지만 LH의 부설 연구원, 공기업의 연구원이기 때문에 연구의 대상은 당연히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LH와 LHRI는 공사와 연구소이기 때문에 반드시 차별화가 필요하다"며 "연구원이 개발한 연구가 실제 현장에서 적용됐다면 피드백를 재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남 정책관은 "공공사업의 이권 카르텔을 해소하고 공공주택 품질과 안전을 높이고자 4월 1일부터 LH 공공주택에 대한 설계·시공·감리업체의 선정과 계약 업무가 조달청으로 이관되는데, 이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점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과정의 문제를 LHRI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창무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은 LHRI의 연구비는 수준분양자가 제공하는 만큼 연구의 목적이 'LH'가 아닌 '주거복지'가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학회장은 "LHRI에게 연구비를 직접적으로 주는 곳은 LH이지만 그 돈의 원천을 따라가보면 수분양자가 주는 것이고, 이는 다시 말해 국민이 주는 것"이라며 "LHRI의 연구 목적은 반드시 '국민'이 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년전 LH는 (부동산 투기 등)사회 이슈에 휘말렸다. 국민들은 연판장을 들고, LH를 비판했다"며 "'왜 LH를 괴롭히느냐', 'LH 괴롭히면 가만두지 않겠다' 등으로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LHRI가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 학회장은 필요하다면 LHRI 독립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학회장은 "이제는 주거의 계획과 실행을 LH만으론 할 수 없다. 직주근접 시대이기 때문에 범 부처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LHRI가 LH에 한정지어 연구를 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LH의 지나친 간섭은 LHRI 입장에선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과거 서울대에서도 서울대법인화법을 통해 교육부로부터의 간섭이 확 줄었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LHRI도 서울대법인화법 같은 제도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유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은 국토연구원, KDI 사이에서 LHRI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학회장은 "연구 성과들을 보니 다소 아쉬운 부분이 많다. LHRI의 연구원 규모는 적은데, 너무 넓은 영역을 연구를 하고 있다"며 "국토연구원, KDI, 건설기술연구원, SH연구원 등 비슷한 연구원 사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 고민할 시점이고, 국토·건설·토지 등등을 다하겠다면 그것은 욕심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LH는 시공사가 아닌 디벨로퍼이기 때문에 국토부가 LH에 기대하는 것은 '주거복지'"라며 "주거복지 자금조달, 주거 서비스 등 철저히 주거 복지에 전문성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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