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파트너스, 勞使대립 심화... 'GA 성장'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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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라이프파트너스, 勞使대립 심화... 'GA 성장' 제동 걸리나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4.03.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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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라이프파트너스, 보수규정 두고 노사 갈등
노조 "소속 설계사 40% 이탈... 회복여부 막연"
GA 육성 선언 KB라이프생명... 분위기 '뒤숭숭'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KB라이프생명(대표이사 사장 이환주)이 영업채널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출범시킨 GA(보험 대리점) 자회사 KB라이프파트너스가 최근 극심한 노사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 측은 사측이 소속 보험설계사에게 불리한 보수 규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노사 단체교섭도 지난 1년여 동안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외국계 보험사였던 푸르덴셜생명을 2022년 KB라이프생명이 인수해 '제판분리(보험상품 개발 및 판매를 분리)' 방침에 따라 설립한 회사다. 판매채널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후발주자라는 약점과 함께 실적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GA 보수규정이 뭐길래... 대립각 세우는 勞使

현재 KB라이프파트너스와 노조 간 힘겨루기는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보수규정 변경을 두고, 사측과 노조 모두 한치의 양보 없는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KB라이프파트너스지회는 19일 오전 여의도 KB금융지주 신사옥 앞에서 보수규정 설명회 요구 및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사측이 4월부터 보수 및 제도를 변경하겠다고 공지하고 AM(지점장), SM(팀장)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노조와는 아무런 사전협의가 없었고, LP(팀원)에 대한 설명회도 거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에 개정되는 보수규정은 ▲보험계약 해약 ▲실효시의 보수 환수 제도 변경 ▲주력 상품에 대한 수수료 지급 방식 변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KB라이프파트너스 측이 소속 설계사들에 대해 서명을 강요하면서부터 불거졌다. 

KB라이프파트너스는 지난해 4월 소속 설계사들에게 ‘보수 규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종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물의를 빚었다. 이 같은 사측의 무리수는 즉각 부작용으로 돌아왔다. 설계사들이 대거 ‘엑소더스’에 나선 것이다. 

최근 노조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66명 중 51.8%가 ‘보수제도 변경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86.2%는 ‘보수제도 설명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조 측은 1년여 사이에 소속 설계사의 30~40%가 이탈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쟁사로부터 스카웃 제의가 오거나, 수수료율에서 유리한 회사를 찾아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측은 다시 회복될 것이란 막연한 전망에 기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사의 기대와는 달리, 이탈한 수 만큼의 설계사 충원은 현재 요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특성상 이직이 잦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KB라이프파트너스의 보수가 ‘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충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KB라이프파트너스와 노조 간 ‘불통’은 끝을 알 수 없는 현재진행형이다. 노조는 2023년 1월 27일 첫 노사 상견례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25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21일 26차 교섭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사측과 노조 간 의견차이가 큰 탓에 낙관적이지 않다.

노조 측 관계자는 “이번 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할 것”이라며 “회사 내 상당수가 노조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단체교섭을 미루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사진=KB라이프파트너스
사진=KB라이프파트너스

 

KB라이프파트너스 "1200%룰에 준한 것", 노조 "설계사 이탈 가속"

KB라이프파트너스 측은 해당 보수규정에 대해 “1200%룰에 맞춘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200%룰이란 현행 보험업 감독규정에서 보험사가 설계사와의 계약 첫 1년간 지급 수수료를 월 납입 보험료의 12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동종업계와 비교할 때, 사측의 일방적인 보수규정 산정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능한 설계사라면 불리한 보수규정이 있는 회사에 남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업계에선 GA사 육성이 최대 화두다. 이에 따라 보험설계사 인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업계에선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과열되면서 금융당국이 ‘과당경쟁을 자제하라’는 주문까지 내렸을 정도다.  

생명보험사에 종사하는 보험설계사는 소속 보험사의 상품만 취급하는 전속 설계사와 타사의 보험까지 판매할 수 있는 GA 설계사로 나뉜다. 

각각 장단점도 분명하다. 전속 설계사는 한 회사의 보험상품만 취급하는 만큼 자사 상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반면, GA 소속 설계사는 고객 입장에서 여러 회사의 보험상품을 비교해보고 고를 수 있다. 타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해당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설계사와 나누는 구조여서 수익의 저변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여러모로 볼 때 GA는 금융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회사 입장에선 직접 전속설계사를 육성해 운영하는 것보다 고정비용이 적다는 부분도 매력적이다. 보험상품 개발에 매진할 수 있고, 판매는 GA에 맡기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업계에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됨에 따라 GA를 통한 판매채널 확보는 필수적인 개념이 됐다. 이 회계기준에선 재무제표상 기존의 저축성 상품보다는 변액보험·보장성 상품이 수익률 상승에 도움이 된다. 이미 성장가능성을 눈여겨 본 삼성생명, 신한라이프, 라이나생명, 동양생명 등이 GA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업계 상황 속에서 KB라이프파트너스와 노조 간 불화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KB라이프파트너스 관계자는 “AM(지점장), SM(팀장) 및 노조집행부를 대상으로 보수규정 개정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며 "회사는 판매전문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사 이탈 현상과 관련해선 ”특정 시기에 따라 경력직으로 들어오는 등의 증감이 있기 마련인데 이는 GA 업계의 특수성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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