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배당금 줄인 고려아연에 반발... 경영권 경쟁 이어지나?
상태바
영풍, 배당금 줄인 고려아연에 반발... 경영권 경쟁 이어지나?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4.02.22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려아연, 배당금 전년보다 5천원 줄여
영풍, 이익배당 수정 동의 안건 제출
고려아연 정관 개정안에도 반대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심각하게 훼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영풍그룹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경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공시를 통해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은 배당금이 줄어들면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반발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신주인수권, 일반공모 증자 등의 조항 변경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업계에서는 그간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경쟁해 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이 내달 주주총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표 대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했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맡아 운영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달 19일 공시를 통해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정기 주총을 연다고 밝혔다. 주총 의안에는 재무제표 승인안, 정관 일부 변경안, 이사 선임안, 감사 선임안, 이사 보수 한도 승인안 등이 담겼다. 최 회장을 사내이사에, 장 고문을 기타비상무이사에 각각 재선임하는 내용이다.

 

영풍 "배당, 전년보다 5천원 줄어... 주가 하락 위험"

하지만 영풍은 고려아연 측이 주총 의안으로 올린 배당 결의와 정관 일부 변경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주주 권익의 심각한 침해와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고려아연은 2022년 2만원을 배당하면서 같은 해 중간 배당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려아연이 중간 배당으로 지난해 중순 한 주당 1만원을 지급하고, 결산 배당으로 주당 5000원을 배당하면서 연간 배당금은 총 1만5000원이 됐다. 결국 2022년 대비 5000원이 줄어든 셈이다.

영풍은 19일 입장문에서 "지난해 6월 중간 배당으로 주당 1만원을 배당한 것을 합산하면 작년 현금 배당액은 주당 1만5천원으로, 전년의 2만원보다 5천원 줄어든다"며 "이익 잉여금이 약 7조3천억원으로 여력이 충분한 상태에서 배당금을 줄인다면 주주들의 실망이 커지고 회사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돼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고려아연의 배당액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2022년과 같은 수준의 이익 배당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통주 1주당 1만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수정동의 안건을 제출할 예정이다"라며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사진=연합뉴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사진=연합뉴스

 

영풍은 고려아연이 400억원 이내 범위에서 '외국 합작법인'에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정관 등을 삭제하기로 한 것도 반대했다. "신주인수권에 대한 제한을 풀어 기존 주주를 포함한 제삼자에게 신주인수권을 임의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전체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윤범 회장, 장형진 고문... 고려아연 지분율 30%대 초반 박빙

영풍은 "이미 고려아연은 2022년 9월부터 사실상 국내 기업이나 다름없는 외국 합작법인에 대한 잇단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전체 주식의 약 10%에 달하는 신주를 발행하고, 자사주 매각을 통해서 약 16% 상당의 지분을 외부에 넘긴 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은 지난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을 공언했지만, 정작 그에 반하는 무분별한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 등으로 기업 가치 및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해 왔다. 그 결과 주주들은 ▲주가 하락 ▲지분 가치 희석 ▲배당금 감소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영풍과 고려아연은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형진 고문은 고려아연 이사로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지난해 2000억원을 배당 받아 고려아연의 지분을 늘렸다. 결국 고려아연이 배당을 많이 줄수록 장 고문의 지분도 늘어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장내에서 고려아연 지분을 늘리며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최윤범 회장 측이 최근 지분율을 33%까지 끌어올리면서 장형진 고문의 지분율(32%)을 다소 앞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