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보험家 홍원학·이문화 '금의환향'... 조직 운영은 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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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보험家 홍원학·이문화 '금의환향'... 조직 운영은 딴 판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4.01.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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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올해 전국지역영업단 72-50개로 축소
조직슬림화 가속화...제판분리 속도내나 
화재, 안정화 방점...디지털 대응 예상
보험의 명가인 삼성그룹 보험계열사 간 CEO인사교체와 조직재편이 단행됐다. 삼성생명 신임 대표에는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화재 대표에는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이 내정됐다. 사진편집=시장경제DB
보험의 명가인 삼성그룹 보험계열사 간 CEO인사교체와 조직 개편이 단행됐다. 삼성생명 신임 대표에는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화재 대표에는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이 내정됐다. 사진편집=시장경제DB

삼성그룹 보험계열사의 CEO 인사와 조직 개편이 단행됐다. 삼성생명 신임 대표에는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화재 대표에는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이 내정됐다. 두 사람은 1990년 입사한 정통 '보험맨' 출신이다. 그간의 실적과 체질 개선 성과를 인정받아 ‘금의환향(錦衣還鄕)’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두 보험사의 CEO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삼성생명은 조직슬림화 기조를 보였고, 삼성화재는 안정화에 중심을 뒀다. 삼성화재는 소액미니보험 형태의 보험상품 개발에 주력함과 동시에 핀테크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금융그룹사들은 지난 12월 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결정했다. 삼성생명에는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이 내정됐고, 삼성화재는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이 대표로 승진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두 내정자는 모두 친정에 복귀하는 셈이다.

삼성생명 홍 내정자는 그동안 삼성화재의 도약을 이끈 인물로 내부에서도 거는 기대가 크다. 특히, 홍 내정자가 과거 삼성생명에 근무한 경력이 있어 내부 문제에 대해 무리없이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홍 내정자는 삼성생명 입사한 후 인사팀장,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 1본부장 등을 거쳤다. 또, 삼성화재 당시에는 부사장, 자동차보본부 부사장,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특히 삼성화재 대표 시정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 내정자는 ‘삼성의 영업통’으로 불린다. 이 내정자는 1999년 입사 이래 계리RB팀장, 경영지원팀장, 전략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삼성생명의 전략영업본부장을 지냈다. 그는 최근 새로 구성된 노동조합 사무실을 최초로 방문해 이목을 끌었다. 직원들 간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 수장들에 대한 변화와 혁신에 대한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 다만, 조직 개편 방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 맏형격인 삼성생명은 지역단 축소·인력개편을 통한 조직 슬림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보험사 지역영업단은 은행 지점과 비슷한 체재다. 8개로 나뉜 권역과 지점 사이 중간 관리 조직으로 구성돼 왔다. 

삼성생명은 최근 전국 지역영업단 축소를 단행했다. 올해 72개였던 지역영업단을 50개로 줄였다. 일례로 서울의 여의도와 강원도 강릉과 합쳐 서서울 지역단으로 구성했고, 경북은 서대구와 달서지역, 구미 등 일부 지역영업단을 통폐합했다. 지역단 별 임직원 수는 차이는 있지만 단장급 2~3명 정도를 본부로 배치하는 등 일부 축소했다. 

삼성생명의 조직 슬림화 기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1년 90개였던 지역단을 2022년 85개, 2023년 초 81개로 줄였다. 이는 불필요한 지역단을 통합시켜 영업 조직 효율성 증대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직 축소로 마련된 운영비는 사업단 영업력 강화와 특화지원단 지원에 쓰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지역단 축소와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제판분리(상품 개발과 판매 분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제판분리는 보험사가 판매조직을 법인보험대리점(GA)형 판매 자회사로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본사 조직 축소와 비용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생명 본부·부서는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신설 부서는 생겼다. CPC전략실 내 시장대응팀과 기획실 산하에 시니어리빙 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시장대응팀은 기존 전속 설계사 중심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을 비전속 채널까지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삼성생명은 지난해부터 도입된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에 따라 수익성과 연결된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의 경우 종신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건강보험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삼성생명의 2023년 1~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497억원으로 전년 동기 8395억원에 비해 6102억원(72.7%) 증가했다. 매출액은 29조58억원에서 23조3321억원으로 5조6737억원(19.6%)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조1477억원에서 1조7965억원으로 6488억원(56.5%) 늘었다.

삼성생명의 2023년 3분기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7587억원으로 전년 동기 7009억원에 비해 578억원(8.2%) 증가했다. 특히 보장성보험 신계약 APE는 4582억원에서 6113억원으로 1531억원(33.4%)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삼성생명이 조직슬림화를 추구하는 반면 삼성화재는 ‘조직 안정’에 중점을 뒀다. 신임 부사장에는 김일평, 신임 임원에는 권영집·김상현·김현중·양덕현·이윤재·장명조·조은영 상무를 승진시켰다.

이문화 내정자는 앞으로 영업 효율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장기보험부문 아래 헬스케어사업팀, 자동차보험부문 아래 특화보상팀과 모빌리티기술연구소를 신설한 점이다. 아울러 기존 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모빌리티뮤지엄을 모빌리티기술연구소로 통합했다. 신설된 특화보상팀은 초기보상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업계에 비대면 영업 환경이 확산됨에 따라 디지털 특성을 띈 미니보험 활성화에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또, 핀테크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이는 이문화 내정자가 전 홍원학 대표이사가 표명해온 글로벌 경영 전략 마련과 디지털화 속도 제고에 힘을 쏟겠다는 기조를 이어받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삼성화재는 내부 안정을 토대로 손보업계 1위를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화재의 2023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6460억원으로 삼성생명 1조4497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크다. 4분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의 순이익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300조원에 달하는 자산규모의 삼성생명이 90조원에 불과한 삼성화재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는 총자산수익률(ROA)와 자기자본수익률(ROE)에서도 나타난다. 3분기 말 기준 삼성생명의 ROA와 ROE는 각각 0.55%, 5.39%이지만, 삼성화재는 ROA 2.67%, ROE 10.75%를 기록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 위축이 우려되면서 생명보험사들 중심으로 조직슬림화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화재의 경우 기존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안정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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