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리브엠' 신한 '땡겨요', 시장 안착할까... 혁신금융업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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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리브엠' 신한 '땡겨요', 시장 안착할까... 혁신금융업 시험대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3.10.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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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알뜰폰 부수사업 허가 준비... 신한은행 내년 추가 연장
적자 우려 '수익다각화'과제...시장 가능성 의문
은행들, "돈 버는 사업 아냐...상생도모 목적"
전문가들 "규제 허용 범위 불명확... 차선책 필요"
은행권 혁신금융사업 중 대표로 손꼽히는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이 혁신서비스 지정을 넘어 자체사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편집=시장경제DB
은행권 혁신금융사업 중 대표로 손꼽히는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이 혁신서비스 지정을 넘어 자체사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편집=시장경제DB

은행권 혁신금융서비스 중 대표로 손꼽히는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이 혁신서비스 지정을 넘어 자체부수사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알뜰폰 사업 '리브엠(Liiv M)'은 2차례 금융혁신서비스 연장이후 부수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규제 허용을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았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현재 구체적인 사업계획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신업과 관련된 플랫폼이나 요금제 할인혜택 등 다양하게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지난 4월 12일 정례회의에서 리브엠 등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내용의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의결 안건을 통과시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받아 알뜰폰 사업을 지속해왔으나, 규제 특례 기간이 4월 16일 만료됨에 따라 이를 부수업무로 지정해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했다. 금융위가 해당 요청을 수용함에 따라 국민은행은 별도의 기한연장 없이 알뜰폰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는 국민은행 리브엠 부수업무 관련 신고를 정식으로 허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4월 관련 공고를 통해 법령 등을 정비했다”면서 “국민은행이 신고하면, 심사 후 허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리브엠은 국내 시중은행이 금융업 밖으로 진출한 첫 사례로 2019년 4월 최초 지정됐다. 리브모바일은 알뜰폰 사업자 최초로 5G 서비스와 워치 요금제를 출시하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통신망을 모두 확보해 시장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장차 고객 확보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선 KB알뜰폰 사업이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되면 다른 금융사들도 별도 허가나 신고 없이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통신시장 진출 외에도 다양한 비금융사업 진출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직접 진출에는 “조심스럽다”라며 선을 긋고 있다. 

현재 주요은행들은 직·간접적으로 제휴업무를 통해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일례로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와의 제휴로 간접 진출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9월 모바일 플랫폼 ‘NH올원뱅크’에서 ‘NH올원 알뜰폰 요금제 가입’ 서비스를 시작했다. 알뜰폰 사업자인 프리텔레콤과 제휴해 요금제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알뜰폰 요금제 비교 플랫폼인 고고팩토리와 제휴해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통신업과 손잡고 요금제 할인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직접 진출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리브엠 정식 승인상황과 시장 현황을 봐서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업체 4개와 제휴해 요금제를 내놓은 바 있지만, 최근 알뜰폰 제휴사업은 접고,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땡겨요는 '착한소비'를 컨셉으로 지난 2021년 12월 광진구청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올해는 서울, 인천, 부산, 경남 양산, 경기도 일부 지역을 비롯해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땡겨요는 소상공인과 상생한다는 관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비금융사업 관련 부수업무 진출을 어디까지 열어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규제 허용에 대한 범위가 제한적이고, 법 정비도 불명확하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즉, 허용은 쉽게 뚫렸어도 여전히 이종산업의 진입에서는 관련업에 대한 따로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병화 성균관대학교 핀테크융합 교수는 "현재 금융당국이 규제샌드박스라는 제도를 통해 은행들이 본업이 아닌 다른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있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허용 범위에 대한 부분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소비자보호’ 부분만을 생각하고 샌드박스를 허용해주고 있다. 은행들이 타 업권 사업을 영위하려면 관련 업권의 허가는 따로 받아야 하는 현실인데 산업 생태계 질서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문제점 해결과 관련해 임 교수는 "경쟁만을 명분으로 한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 완화보다는 출혈경쟁을 고려한 방지책 강구와 선을 넘을 경우에 대한 처벌대책, 민관 공동 시장 모니터링 체계 등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현재 현행법상 금융회사의 부수업무는 제한적이다. 현행법상 허용된 은행들의 부수 업무는 여·수신 등 은행 고유 업무와 연관성이 있거나 금융위 신고를 통해 신규 허용된 업무 등 총 35개 업무로 정해져 있다. 또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위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은행 자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업종은 은행업 감독 규정에 열거된 15개 업종으로 한정돼 있다. 다만 금융회사들은 금융위의 규제샌드박스 적용을 통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부수업무를 한시적으로만 운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타 산업과 경쟁하려면 더 월등한 서비스를 추진해야 하는데 제대로 시장에 정착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본업과 무관한 비금융업을 하겠다는 것은 혁신시장면에서도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 때문"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인 사업 진출 관점에서 봤을 때 초기비용을 투자하면서까지 어렵게 시장 진출에 나서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영덕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민은행 알뜰폰 사업은 2022년 1월 기준 약 40만명으로 급증했으나, 영업손실면에서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139억, 184억의 적자를 냈다. 신한은행은 땡겨요에 대한 실적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어 영업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본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므로 비금융업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노리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즉, 기존 금융서비스와 연계한 사업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애초부터 돈 버는 사업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수익성 전환에 대한 고민은 없다”면서 “소비자 편의성 제공 및 상생 서비스 연계를 통해 시장개척의 활로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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