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완승'에 난감해진 변협... 일부선 "집행부 책임"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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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완승'에 난감해진 변협... 일부선 "집행부 책임" 쓴소리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10.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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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회생' 로톡, 리걸테크 유니콘 박차
법무부 판단에 불복할 길 없는 변협
'2차 징계의결' 나설 가능성도 제기돼
예전만 못한 지지세, 난처해진 집행부
4일 강남 로앤컴퍼니 사옥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김본환 대표가 법무부 징계위 결정 의미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로앤컴퍼니
4일 서울 강남 로앤컴퍼니 사옥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김본환 대표가 법무부 징계위 결정 의미 및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로앤컴퍼니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가 법률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소속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를 내린 것과 관련, 법무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변협과 로톡 양측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로톡이 그간 변협과의 법적 다툼에서 사실상 ‘완승’을 거둔 반면, 가지고 있는 패를 거의 다 내보인 변협으로선 난감한 입장에 놓인 모양새다. 

4일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 김본환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법무부도 법률 플랫폼이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제고하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실질적 보장에 기여하고 있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며 “법무부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일부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법무부의 권고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률 플랫폼 이용을 이유로 변호사를 징계하는 일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며, “변호사가 플랫폼을 써서 고객을 만나고, 고객은 플랫폼에서 편리하게 변호사를 검색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 드디어 자유로워졌다”고 법무부 징계위 결정에 환영의 뜻을 전했다. 

앞서 변협은 2021년 5월 법률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이하 광고규정)’을 개정하고, 이를 근거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123인의 로톡 이용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해당 징계대상 변호사들은 즉각 법무부에 이의를 신청했다. 

이의신청을 받아들인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심사숙고 끝에 ‘징계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로톡’의 손을 들어줬다. 징계위는 징계 변호사 123명 중 3명에게는 ‘불문 경고(죄는 묻지 않고 경고)’ 결정을, 나머지 120명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징계위는 “로톡의 광고 및 운영 방식이 소비자 입장에서 로톡과 가입 변호사 사이 이해관계가 있다고 오해할 정도이기 때문에 변협의 광고규정에 위배된다”면서도 ▲2021년 8월 법무부가 로톡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점 ▲지난해 5월 검찰의 불기소 결정 등 등을 고려하면, 변호사들이 로톡 운영 방식을 광고규정에 위반되는 것으로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법무부의 이 같은 결정에 존폐의 기로에 서 있던 로톡은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다. 향후 서비스 고도화와 AI 기술에 기반한 신규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한편, 3~4년 안에 대한민국 최초의 ‘리걸테크 유니콘’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변협과의 갈등이 격화되는 동안 로톡은 한때 4000명에 달했던 가입 변호사 수가 절반인 2000명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고육지책으로 직원의 50%를 감원하고, 사옥도 입주 내놓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야 했다. 

하지만 이번 법무부 판단을 계기로 로톡에 대한 변협의 강경 일변도식 대응은 그 추진력을 상당 부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변협이 로톡을 제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인 변호사 징계가 무력화된 상황인 만큼, 로톡에게는 ‘기사회생’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로톡의 지하철 옥외광고. 사진=연합뉴스
로톡의 지하철 옥외광고. 사진=연합뉴스

 

변협, 2차 징계의결 나설까... 득보다는 실 많은 '무리수'

법조계에선 변협이 법무부의 이번 결정에 ‘반기’를 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무부가 변협의 징계를 ‘취소’한 것에 대해 불복절차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변협이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얘기다. 

‘광고규정’에 대한 권한과 징계권을 변협에 부여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위임'에 불과하다. 위임에 의한 징계권은 불복제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확정적 권한이라고 할 수 없다. 아울러 법무부 징계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체는 ‘징계혐의자’에 국한되고, 변협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즉 변협은 법무부 징계 취소의 법적 요력을 법정에서 다툴 수 있는 당사자적격이 없다.

변호사법 100조 4항(징계 결정에 대한 불복)에 따르면, 법무부 징계위 결정에 불복하는 '징계혐의자'(변호사)는 행정소송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법원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다. 

변협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카드로는 새로운 규정을 이유로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다시 의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미 법무부가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취소한 상황에서, 변협이 '무리수'를 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나아가 변협이 이러한 ‘무리수’를 둘 경우,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변호사법 개정안’ 통과가 가속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여론의 상당수가 사법 접근성 등에 장점이 있는 로톡에 우호적인데다, 정치권에서도 ‘리걸테크’ 산업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어서다.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 ‘유니콘팜’은 올해 5월 31일 '변호사 등의 광고 금지 유형'을 법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금지광고 유형을 변협 내부규정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법무부가 광고 금지 유형을 직접 규율하게 된다. 변협 입장에선 자신들이 가진 일부 권한을 법무부에 돌려줘야 하는 것이므로,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맞는 셈이다. 

한편, 법무부의 징계취소 결정으로 변협 내 분위기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현 변협 집행부가 로톡에 대한 ‘강성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음에도, 별다른 소득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변협 내에선 법무부가 로톡의 일부 서비스에 대해 '광고규정 위반' 판단을 내린 것을 두고 낙관적인 ‘시그널’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변협 내부에서도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 집행부에 대한 지지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다. 

변협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은 로톡에 대한 견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추측되지만, 소속 변호사들이 집행부를 전적으로 지지하느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는 않은 분위기”라며 “집행부 임기는 2년으로 짧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법무부 판단을 계기로 차기 변협회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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