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개미의 도발, 태국 주가조작 혐의... 다올투자증권 '내우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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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의 도발, 태국 주가조작 혐의... 다올투자증권 '내우외환'
  • 유명환 기자
  • 승인 2023.09.2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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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부채 비율 93%로 업계 평균치 훌쩍 넘어
금리 상승 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적 기록
"최대 주주 이병철 회장과 경영권 놓고 진흙탕 싸움"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인 김기수 포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 시장에서는 김 대표의 경영권 참여 의사 발표와 해외 법인 임직원의 주가조각 혐의에 대한 수사 등이 다올투자증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인 김기수 포레스토투자자문 대표는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했다. 

다올투자증권은 라덕연 일당이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해 시세를 끌어 올린 종목 중 하나다. 김 대표는 다올투자증권이 지난 4월 24일 하한가를 기록하자 저가에 주식을 매수해 단숨에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증권업계는 김 대표의 주가 보유 목적을 놓고 ‘인수목적’을 위한 것이란 의견이 팽배했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이후 자금난을 겪으면서 대규모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자회사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난 3월 다올금융그룹은 계열사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우리금융지주에 2125억원에 매각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국내 1세대 VC로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등 스타트업에 투자한 알짜 기업이다. 

지난 1월에는 130억원에 다올신용정보의 매각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 2255억원을 확보했다.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발부채 비율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다올투자증권의 우발부채는 2554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38.6%로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다올증권의 우발채무는 646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93%에 달했다. 이는 업계 평균 우발부채가 60~70%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실적 회복은 미지수다. 최근 미국와 영국 등 주요선진국들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시황 역시 악화되면서 기업금융(IB)과 세일즈&트레이딩(S&T) 등에 대한 실적이 쪼그라 들고 있다. 특히 저금리 시기에 부동산금융을 확대하면서 실적 악화는 가속화되는 추세다.

다올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3억원으로 전년 대비 56.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938억원으로 73% 감소했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 398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4분기는 유동화증권 및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심화되면서 중소형 증권사가 사모사채 및 유동화증권을 직접 인수하는 등의 부담이 있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올증권의 1분기 영업손실은 114억7000만원을 기록했고, 같은기간 순이익은 385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다올인베·신용정보 등 자회사 매각에도 도리어 적자전환한 것이다. 회사 측은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자 실적 관련 노출을 최대한 피하는 모습이다.

실적 악화와 더불어 해외 법인 매각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태국 현지법인 '다올타일랜드'을 매각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지만, 최근 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다올투자증권의 태국 법인인 다올타일랜드의 대표 등 임원 4명을 주가조작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이들은 2018년 말 대체투자시장(MAI)에 상장된 타이거홀딩(TIGER)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SEC는 이들이 2018년 10월 24일부터 11월 13일까지 5일 동안 TIGER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고객의 개인 펀드 계좌를 통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지 일각에서는 태국 금융당국의 수사가 태국 현지법인뿐만 아니라 한국 금융당국의 협조로 다올투자증권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이 같은 이유로 2대 주주인 김 대표의 주식 보유 목적이 주목 받고 있다. 시장은 김 대표가 주주권을 행사해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가 실제 경영에 참여할 경우 이사회 구성원을 교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공시에서 “좀 더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 있어 보유 목적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 제1항의 각호에 언급된 행동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사와 감사의 선임과 해임, 직무 정지, 정관 변경이다.

시장은 빠르면 올해 말부터 이사회 구성원을 놓고 최대주주인 이병철 회장과 김 대표와의 대립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고위 간계자는 “다올투자증권 1대 주주인 이병철 회장 측 지분(25.20%)과 10.86%가량 차이가 나고 있지만 현재 주가를 추가적으로 매입해 격차를 줄인다면 이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특히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태국 법인사장에서 주가조작 혐의가 발생하면서 매각이 쉽게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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