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극한 호우'... 강남 '영동대로 지하차도'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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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극한 호우'... 강남 '영동대로 지하차도' 괜찮나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3.08.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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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 '대규모 지하차도' 조성 계획 잇따라   
영동대로, 동부간선도로 등 지하화 사업 예정  
서울시, 효율성 등 이유... 예정대로 "지하화"      
"국지성 폭우 대응 사실상 어려워"... 불안감 확산   
"청주 지하차도 참사, 재현 가능성 배제 못해" 
과거 데이터 기반 방재 대책... 실효성 의문 
기존 방재개념 넘어선 기상이변... '원점 재검토' 필요

시간당 50mm 이상의 ‘극한 호우’가 현실이 되면서 서울 ‘영동대로 지하차도 설치 계획’ 등 전국적으로 추진이 예정된 ‘도로의 지하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방재 개념으로는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기상이변이 더 자주 발생할 우려가 높은 만큼, 기존 지하차도 조성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하차도 침수는 올해 7월 폭우 피해로 그 심각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지하차도는 교통체증 완화와 소음·분진 감소를 비롯 여러 순기능이 있으나 침수,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상존한다. 특히 기상이변에 따른 국지성 폭우가 일상화되면서 지하차도와 지하주차장, 반 지하 주택 등 지하 공간 인명사고는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기후변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 지침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최근 기상이변은 슈퍼컴퓨터로도 예측이 쉽지 않아 기존 방재 대책으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사업이 예정된 지하차도 조성 사업은 서울 영동대로 복합개발 지하차도,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영동대로 복합개발 지상부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 영동대로 복합개발 지상부 조감도. 사진=서울시.

 

‘영동대로 지하화’... 주변보다 지대 낮은 침수 위험 구역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기본 계획이 수립된 ‘영동대로 복합개발 사업’은 지상을 거대한 ‘녹색광장’으로 만든다는데 방점이 찍혔다. 지상을 녹지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선 대부분 시설의 지하화가 불가피했다. 이 과정에서 GTX 등 대중교통 복합환승센터와 상업시설 등이 모두 지하로 내려가는 설계가 이뤄졌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480m 길이의 ‘대형 지하차도’ 조성이다.

이곳 지하차도가 운행을 시작하면, 시간당 최대 6,000여대의 차량이 통과하고 하루 이용객은 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도심광장의 효용성, 도시경관 등을 앞세워 지하화 계획의 타당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달과 같은 국지성 폭우가 내리는 경우 사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침수 위험 구역’이다. 최근 감사원도 강화된 설계기준을 적용해 침수 대책을 새로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동부간선도로... 참사 발생 청주 지하차도와 같은 하천변 위치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 착공을 앞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이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예정 구간은 인근에 중랑천이 위치해 지난달 참사가 발생한 충북 청주 궁평2지하차도와 입지가 비슷하다.

중랑천변은 널리 알려진 상습 침수 지역 중 하나다. 폭우 발생 시 동부간선도로 양방향 전 구간이 통제됐다는 뉴스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경부간선도로 지하화는 서울 양재~반포 구간(6.9km)에 중심도 지하도로를 설치하고, 지상에 도로와 공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곳은 경부고속도로 진입구간에 해당돼 평일과 주말 모두 통행량이 많다. 이 밖에 경인고속도로, 경기도 자유로, 서울 테헤란로·언주로·도곡로 등도 지하화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평일에도 차량이 몰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고 발생 시 언제든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하차도 조성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누적 강수량 역대 3위’, ‘일평균 강수량 역대 1위’라는 기록을 남겼다. 기상청은 지난달 중순 서울 동작구 지역에 ‘극한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처음 발송했다. 기상청이 밝힌 ‘극한 호우’ 기준은 ‘1시간당 50mm, 3시간당 90mm 이상’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때이다. 극한 호우 기준에 부합하는 폭우는 2013년 48건, 2021년 76건, 지난해 108건으로 연평균 8.5%씩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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