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왜 LG전자 떠나나... '조주완 소통' 무색, 작년 30%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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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왜 LG전자 떠나나... '조주완 소통' 무색, 작년 30% 퇴사
  • 한정우 기자
  • 승인 2023.08.3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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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9세 이하 직원 '자발적 퇴직률' 29.9%
20년 13.3%, 21년 24.7%... '젊은 LG' 표방 머쓱
29세 이하 퇴직률, 다른 연령대 대비 매우 높아
조주완 대표 취임 후 '조직문화 개선' 설문조사
"자유로운 소통 어렵고, 비효율적 보고 많아"
신현한 교수 "원활하지 않은 소통, 개선 필요"
사진=LG전자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LG트윈타워. 사진=LG전자.

LG전자에 몸담은 만 29세 이하 직원 3명 중 1명의 지난해 ‘자발적 퇴직률’이 2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매년 29세 이하 직원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해당 연령대 근무자 비중은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위 수치는 국내와 국외 사업장 집계를 더한 것으로, 국내로 한정한 자발적 퇴직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회사 관계자는 부연했다.

회사는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휴대폰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한 뒤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자동자 전기·전자 장비’(전장), AI,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규 사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포트폴리오는 물론 기업 이미지 자체를 바꾸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MZ세대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를 등지는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LG전자에게 MZ세대는 휴대폰 사업 실패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전장’으로 대표되는 회사의 미래 가치를 공유할 핵심 자원이다. 이들의 자발적 이직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같은 내용은 이달 1일 발간된 회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 글로벌 전체 정규직은 총 7만1545명으로, 29세 이하는 1만1676명이다. 비율은 16.31%.

자발적 퇴직률 29,9%를 반영하면 지난해 회사를 떠난 29세 이하 직원은 약 3492명이다. 자발적 퇴직이란 징계나 해고, 구조조정, 정년퇴직 등에 의하지 않고 본인의 의지로 회사를 떠난 경우를 말한다.

LG전자 내 MZ세대 자발적 퇴직률이 우려되는 구체적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그 비율이 유난히 높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30~49세 이하 자발적 퇴직률은 7.8%, 50세 이상 자발적 퇴직률은 2.6%였다. 

다른 하나는 LG전자 MZ세대 이직률이 3년 연속 ‘우상향’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과 2021년 해당 연령대 직원의 자발적 퇴직률은 각각 13.3%, 24.7%를 기록했다. 

LG전자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LG전자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 사진=연합뉴스

 

조 대표 '젊은 LG' 강조 불구... '짐 싸는' 젊은 직원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업계 일각에선 그 원인으로 회사 구성원 간 소통 부재를 첫손에 꼽고 있다.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조직문화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LG전자는 겉으로 드러난 '인화' 이미지와는 달리 내부 문화는 '옛스럽다'는 평이 적지 않다. 특히 조직 의사소통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직원 개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야근이나 특근을 강제하는 분위기가 상존한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젊은 LG'를 표방한 조주완 대표의 리더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조주완 대표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강조하면서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는데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 이유는 MZ세대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생성형 AI 등 급변하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주 고객층으로, 온·오프라인 여론 흐름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취임 한달 후인 지난해 2월, LG전자 조직문화 개선의 방향성과 실천 방안 논의를 위해 '리인벤트 데이'라는 온라인 행사를 개최했다. '관행'이란 이름 아래 굳어진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었다. 조사 결과 임직원들은 조직 내에서 자유로운 소통이 어렵고, 비효율적 보고가 만연해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대학생 '디자인크루'들과 함께 GenZ의 생각과 미래 컨셉 제품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연합뉴스
조주완 LG전자 사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대학생 '디자인크루'들과 함께 GenZ의 생각과 미래 컨셉 제품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연합뉴스

 

2030 직원들 즉각적인 피드백 중시... "소통 방식 고민할 때" 

다른 국내 대기업들은 국내 사업장의 자발적 퇴직률만을 공개하고 있어 직접 비교가 쉽지 않다. 지난해 29세 이하 자발적 퇴직률은 SK하이닉스 3.1%, 현대차 0.23%로 각각 조사됐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일 20대 초반 학생들을 교육하며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는데, MZ세대는 즉각적인 피드백을 가장 원한다"며 "20대와 30대 신입 직원들은 본인들이 체감하는 근본적인 일의 만족도를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G전자의 비교적 높은 퇴직률은 조직 내 원활하지 않은 소통이 문제로 보여진다“며 ”경직된 조직 문화가 남아있다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극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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