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핀테크가 금융의 미래... 17년 된 전근법 개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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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핀테크가 금융의 미래... 17년 된 전근법 개정 시급"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3.08.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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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인터뷰
企銀 30년 재직... 핀테크 전문가 변신
스마트금융 관할... 핀테크 육성 '한몫''
핀산협 설립 주도... '심부름꾼' 자처
핀테크 활성화 최우선과제는 '전금법 개정'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사진=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제공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사진=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제공

핀테크가 짧은시간에도 금융산업의 주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핀테크기업이 갖고 있는 IT기술의 간편함을 무기로 금융권의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금융사들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주요 지표로 삼고 핀테크기업들과 동맹관계를 맺는 등 디지털금융서비스를 추진중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핀테크기업을 금융계 반란군으로 폄하하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핀테크산업 태동기부터 금융사와 핀테크기업간 가교 역할을 실천하고 있는 은행원 출신 핀테크 전문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2월 한국핀테크산업협회(핀산협) 수장이 된 이근주(63) 회장이 주인공이다. 이 회장은 기자와 만나 “핀테크에 금융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언뜻 들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말이지만 말속에 업계 발전에 대한 그의 진심이 녹아 있었다.

 

젊은 업계에 뛰어들다... "핀테크가 금융혁신"

"이종산업과 교류를 통해 핀테크서비스 제공 범위를 넓히고, 창업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 회장이 평소 협회 회원사들과 소통할때 던지는 말이다. 이 회장은 핀산협 설립준비단계부터 함께한 산증인이다. 그가 지금의 핀테크사들과 넒은 인맥을 자랑하며 핀테크 금융전문가로 거듭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다. 국내 핀테크산업은 급격히 성장했지만 이 회장이 첫발을 내디딜때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한 신생산업이었다. 

초기 핀테크시장은 젋은 CEO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이들 모두 성공한 인물로 꼽힌다. 이 회장은 이들 대표들이 처음 산업에 뛰어든 모습을 보고 패기와 열정에 반했다고 회고한다. 그는 젊은 핀테크기업이 금융미래를 창조할 거라고 직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에 없던 산업이라 각종 규제와 제약이 핀테크산업의 발목을 잡았다. 

이 회장은 IBK기업은행에서 스마트금융부장(핀테크사업총괄)을 역임했다. 30년간 기업은행에서 근무한 전통 금융맨으로 뉴욕지점, 국제업무부 등을 두루 거쳤다. 스마트금융부장으로 근무하면서 디지털금융 역량을 키우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같은 이력을 바탕으로 '핀테크를 육성해야할 새 산업'으로 이끌기 위해 과감히 뛰어들었다. 2015년 9월 은행 퇴임을 앞두고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같은해 7월 출범을 주도했다. 지금도 회원사의 심부름꾼을 자처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핀산협 출범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에는 핀테크라는 개념조차 없었고 관련업계도 설립에 냉소적이었다. 이 회장은 젊은 핀테크 CEO들이 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통금융사들과 협업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IT기술과 기존 금융서비스와의 동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제2의 토스, 카카오페이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중소형 핀테크사들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업계 대표들과 만나 협회 설립 필요성을 적극 역설했다. 

핀산협은 올해로 설립 7년차를 맞았다. 출범당시 60여개이던 회원사가 지금은 437개사로 7배이상 늘어나며 업계 대변기관으로 기틀을 다졌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두나무, 빗썸코리아 등 핀테크기업뿐아니라 SC제일은행, 교보생명, 비씨카드 등 전통금융사들도 회원사로 다수 합류했다.

이 회장은 핀산협 탄생의 산파역이나 다름없다. 그는 핀산협 설립을 위해 설립준비국장과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그는 설립 당시 소규모 핀테크사까지 품는 협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이런 마인드가 전달돼 회원사들을 하나둘씩 늘려갔다.

특히 이 회장은 핀산협 회장이 되기전 '제로페이 전도사'를 자처했다. 이 회장은 소상공인 간편결제사업추진단장, 한국간편결제진흥원장을 역임했다. 진흥원은 제로페이사업을 운영하는 비영리재단법인으로 공공지급결제사업분야에서 상호협력해 소상공인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진한다. 이 회장은 핀산협 사무국장으로 재임하던 2018년 10월 중기부와 서울시로부터 제로페이사업 추진위원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이 회장은 핀산협 4대 회장에 출마했다. 그는 "핀테크 창업활성화, 회원사간 소통 강화, 회원사 확충 등 상생하는 핀테크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커지면서 회장 선거에 직접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핀테크-금융사 ‘상생구도’로 가야... 규제가 걸림돌

“핀테크업종 관련 규제 혁신과 다른 업종 교류를 통한 핀테크산업 성장이 필요하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통과, 마이데이터 서비스 영역 확대, 망분리 규제의 합리적 완화 등이 매우 시급하다."

은행원 출신 핀테크 전문가답게 이 회장은 핀테크산업의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핀테크부문의 사업분야가 다양해 의견을 듣고 취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이 회장은 회원사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핀테크기업과 금융사를 9개로 나눠 소통을 진행중이다. 핀테크와 전통금융사간 경쟁 의식이 아직 남아 있어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란다. 업계가 세분화되고 이해관계가 제각각되면서 소통을 중시하는 것이다. 그는 "선의의 경쟁을 위해서는 상생구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년 임기동안 풀려는 숙제가 있다. 1순위는 전자금융업법 개정과 망분리 규제 해소다. 그는 "핀테크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기조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관련규제로 막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개정안이 빠르게 통과돼 현재에 걸맞는 틀속에서 핀테크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길 기대한다"며 관련법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은 2006년 제정된 이래 17년째 그대로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핀테크 혁신과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다만 핀테크 규제를 논할때면 항상 등장하는 '동일기능·동일규제'에 대해서는 다소 입장차가 보였다. 이 회장은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동일기능인지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기능은 같아 보이지만 사항별로 작동하는 기능은 원리와 기법이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를들어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업자)는 계좌를 열지만 지급결제용도로만 사용된다. 자금운용과 같은 기능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차원에서 동일기능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K-핀테크 기업 향해" 노젓는 뱃사공

이 회장은 유망 핀테크기업 육성을 위해 노젓는 뱃사공과 같은 삶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선 취임이후 신생 핀테크기업들이 하려는 사업분야에 확신을 주고 성장지원을 돕기 위해 혁신지원팀을 따로 조직했다. '혁신지원팀'은 관련사업에 대한 규제·정책 범위를 읽고 대응하고 있는데 일종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준비하는 정책지원팀인 셈이다. 이 회장은 "핀테크기업들의 사업분야나 니즈가 다양해 전문성을 갖춰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전략기획팀'도 따로 갖춰 업계와 소통하며 신사업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도 설립했다. 초대 연구원장은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이 맡았다. 현재 연구원에는 2명의 연구원이 상주하며 정기간담회, 유관기관과의 협력, 글로벌핀테크 동향파악 등을 주업무로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핀테크 업권에 대한 친화적 규제·정책 환경조성을 위한 이론적 기반 마련을 위해 연구원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핀산협은 앞으로 연구원의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부나 국회에 핀테크산업의 성장 필요성을 설득할 계획이다. 앞서 연구원은 지난달초 ‘한국-대만 핀테크 혁신 포럼’을 열고 디지털자산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핀산협은 이달중 저축은행중앙회와 신규대출 비교·비대면 대환대출 업무협약도 추진한다. 업무협약은 저축은행이 플랫폼사에 내야할 중개수수료를 낮추면서 제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 회장은 “저축중앙회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중소플랫폼사도 더 많은 금융사와 상품협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사진=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제공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사진=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제공

이 회장은 최근 핀테크산업의 글로벌화에도 적극적이다. 이를위해 지난 5, 6월 일본핀테크산업협회(FAJ), 대만핀테크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앞으로 금융서비스 혁신을 위한 세미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개발지원, 핀테크 관련기관 연결지원 등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회장의 올해 목표는 회원사 500개를 달성하는 것이다. 회원사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규제 혁신을 더 크게 외칠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아울러 이 회장은 핀테크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핀테크 생태계 구축을 위해 업권 차원의 ESG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핀테크 스타트업의 생존과 도약을 위해 투자유치 및 해외진출을 지원하겠다"며 "회원사간 소통도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핀테크산업협회는 2016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민간협회다. 핀테크 산업진흥과 대외협력, 정책건의, 연구조사사업 등 핀테크산업 전반에 관한 업무를 지원하고 정부·국회 등 관(官)과의 소통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핀산협은 유망 핀테크기업을 발굴은 물론 업계에 이해도가 높은 각계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핀테크 기술 활성화와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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