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중 경쟁,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 유기적인 대응을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미리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선제적으로 수립하는 경영 방식이다. 이와 함께 경제 위기와 기회 등에 대비해 전사 시스템과 임직원 역량을 선제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1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과거 경영방법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글로벌 전환기에 살고있다"며 "미·중 경쟁과 이코노믹 다운턴, 블랙스완으로 부를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위기 변수들은 물론 기회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을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투자, 운영비용 등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역량 강화도 주문했다. 최 회장은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환경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사인포스트(징후)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변한다"며 "징후들이 나타날 때마다 즉각적이고도 체계적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SK 구성원들이 충분히 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확대경영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부회장, 조대식 의장, 수펙스추구협의회 7개 위원회 위원장, 주요 관계사 CEO 30여명, 외부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경제·산업 위기 대응 및 경영 역량 제고를 위한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관계사 별 비즈니스 모델 변화 추진 방향과 실행력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글로벌 시장 변화 상황에 대해 듣고, 글로벌 기업들의 변화 사례 등을 놓고 토론이 이뤄지기도 했다.

최 회장은 "SK 관계사 별 대응은 힘들기도 하고 속도도 잘 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각 시장 별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클로징 스피치에서 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 추진 경과 등을 분석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CEO들이 조직의 빠른 의사결정과 혁신을 주도하고 파이낸셜 커뮤니티 등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직접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기업에 대한 경영진의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는 부분을 짚었다.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CEO는 사업에 대한 통찰은 물론 이에 기반한 실행 리더십, 가치 지향적 인격 등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그동안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자산 효율화 등을 추진해 왔지만 파이낸셜 스토리 차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없다"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 제고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