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연체율 비상... 금감원, 긴급 현장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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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연체율 비상... 금감원, 긴급 현장 점검
  • 김형중 기자
  • 승인 2023.06.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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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융권 18곳 1차 점검 대상
부실 채권 상각·매각 적극 유도
상환 능력 감소로 연체 증가 예상
내주 중 감독·검사 인력 파견... 연체율 직접 관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탈, 상호금융 등의 연체율이 치솟으며 '2금융권발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2금융권 연체채권 관리·감독을 위한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불안 심리 확산을 차단하고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연체채권 상각·매각 상황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주 중반부터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상호금융업 등 2금융권에 감독·검사 인력을 파견, 연체채권 관리 상황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8곳, 카드사 4곳, 캐피탈사 6곳 등 1차 점검

1차 점검 대상으로는 저축은행 8곳, 카드사 4곳, 캐피탈사 6곳 등 모두 18곳을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 단위 조합들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연체율은 확실히 챙겨야 할 부분"이라며 "연체채권 상각·매각 상황 등을 살펴보고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연체율은 부실의 선행지표"라며 "아직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너무 숫자가 커질 경우 외부 불안이 자극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 밝혔다.

이번 현장점검은 6월 말 반기 결산 시점을 앞두고 2금융권 부실채권의 상각·매각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부실채권 상각은 채무자가 상환 능력이 없거나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 손실 처리하는 형태를, 매각은 부실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매각해 채권자 권리를 양도한 형태를 뜻한다.

금융회사는 통상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분기 말이나 연말에 부실채권을 매각하거나 회계에서 상각 처리해 정리한다. 두 경우 모두 해당 채권이 연체에서 빠지기 때문에 연체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분기 연체율 관리를 위해 6월 중 부실채권 정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2분기 연체율 상승 속도가 1분기만큼 가파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추세가 꺾인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2금융권 연체율 비상... 수년 만에 최고 수준

2금융권 연체율은 최근 수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상호금융권 총연체 및 연체율 추이에 따르면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의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2.42%로 전년 말 대비 0.90%p 상승했다.

상호금융권 연체율은 최근 5~6년간 1% 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2% 대로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연체채권 규모도 수조원 수준에서 12조원으로 급증했다.

저축은행업계의 연체율도 1분기 기준 5.1%로, 5%를 넘긴 것은 2016년 말(5.83%) 이후 처음이다.

저축은행업계의 경우 대형 저축은행들마저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자산규모 상위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모아·KB)들의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당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4.93%를 기록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8.57%로 가장 높았고 OK·페퍼저축은행이 각각 6.83%, 5.82%를 기록해 같은 시기 업권 평균 연체율(5.1%)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모아 4.49%, 웰컴 4.42%, KB 4.23%, 다올 4.14%, 애큐온 3.8%, 한국투자 3.61%, SBI 3.36% 순이었다.

대형 저축은행들의 연체율 증가속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전년 같은 기간 연체율은 2.42%로, 1년 새 연체율이 두 배 늘어난 셈이다. 

2금융권은 은행권 대비 규제 수준이 느슨하고 취약 차주 비중이 커 금융 부실의 '약한 고리'로 꼽힌다는 점에서 부실 폭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카드 연체율도 대부분 1% 넘어서... '빚 폭탄' 우려

서민경제 부실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꼽히는 카드 연체율 역시 상승하는 것도 문제다.

올해 1분기 카드사 연체율은 신한카드 1.37%, 삼성카드 1.10%, KB국민카드 1.19%, 롯데카드 1.49%, 우리카드 1.35%, 하나카드 1.14% 등 대부분 1%를 넘었다.

2금융권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커짐에 따라 금융당국은 신규 연체를 억제하고 부실 채권 매각 통로 확대를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최근 2금융권 부실채권을 캠코 이외에 민간 유동화전문회사에도 유연하게 매각할 수 있도록 관련 협약을 개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자산 유동화가 불가능한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해 보유 자산의 유동화 매각을 가능하게 하는 '자산유동화법 시행령' 개정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급격한 금리 상승의 영향이 본격화한 데다가 경기 둔화로 가계·기업의 상환 여력마저 점점 떨어지고 있어 연체율 상승세가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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