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NGO서 인생2막... 초심잡고 시민사회와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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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NGO서 인생2막... 초심잡고 시민사회와 호흡"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05.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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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대외협력실장

<편집자註>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며 시민 세상의 이슈를 건져내는 것이 NGO저널 기자의 일입니다.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시민단체 속 각양각색 사연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누군가는 NGO 활동을 하늘이 자신에게 내린 숙명처럼 느끼겠지만 어떤 이에겐 갑작스러운 사고(?)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우연한 계기로 뜻하지 않게 발을 내딛게 된 대부분의 경우는 아마 대부분 후자일 듯 하다. 기업에서 네슬레, 코카콜라, 질레트 등 유명 다국적기업 광고기획을 담당하고 외국계 기업 디지털 마케팅 분야 임원을 지내는 등 잘 나갔던 ‘광고맨’이 어느날 시민단체 활동가로 변신했다면 사고에 가까운 일 아닐까.

퇴직 후 인생2막을 준비하던 김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대외협력실장이 바른사회 활동가로 변신한 사연을 NGO저널이 만나 들었다. 김 실장은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사회학을 복수전공, 학사 학위를 받고 펜실베니아 대학교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차분한 모습이지만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진단하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 김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대외협력실장. 
차분한 모습이지만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진단하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 김하영 바른사회시민회의 대외협력실장. 

 

-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이달 초부터 활동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 시민단체 가운데 바른사회에서 활동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습니까?

"이문호 사무총장님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꽤 깊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알던 분이고 집안끼리도 서로 잘 아는 사이로 거의 30년 친분을 유지해왔는데 최근 요청을 받고 합류했죠. 대내외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여 저도 주저 없이 도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바른사회가 보수단체이지만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시민단체를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국가적으로나 도덕·윤리적으로 바른길이 무엇인가를 판단, 추구하는 게 옳다 봅니다.

미국도 그렇고, 어쩌다 세계가 편의적으로 진영을 나누어 싸우고 있는데 그 와중에 세계가, 나라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지난 정권 때부터 극심한 편 가르기 현상을 지켜보자면 기가 막힙니다. 소위 진보진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일부 행태도 어떤 면에선 터무니없다, 그래선 우리 후손에게 피해가 가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평소 갖고 있던 그런 부분이 바른사회라는 시민단체에서 기꺼이 활동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 한 것이기도 합니다."

- 그렇군요. 그래도 평소 시민단체나 공익활동에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소위 ‘돈벌이’가 안 되는 곳에 투신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하하. 돈 벌겠다고 시민단체 활동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제가 대학원에서 언론을 전공했습니다. 미국 유학 때 매스미디어 리서치 분야를 전공했어요. 제 석사 동기가 지난정권에서 언론학회장도 엮임하고 언론 분야에서 진영 논리를 넘어 언론, 특히 거대 포털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부)예요. 아무튼 제가 공부한 분야가 그쪽이다 보니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사회 현상 차원에서 바라봤을 때 언론이 사회통합보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식의 병폐가 너무나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에 소셜미디어까지, 미디어가 ‘광클’을 유도하는 현란하고 선동적인 헤드라인으로 현대인들을 잡아끌지 않습니까? 거기다 정치 논리까지 겹치니 현대인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을 넘어 자신들도 모르는 분노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 같아요."

- 앞으로 언론 문제에 집중해 활동하실 생각인가요?

"우리나라 언론 환경이나 대중 매체가 사람들의 사고를 마비시키고 선동에 취약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목소리를 내고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차에 마침 연락을 받은 것이고요."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김하영 실장은 특히 우리나라 언론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그가 가진 문제의식이 바른사회 향후 활동에서도 녹아들지 않을까.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김하영 실장은 특히 우리나라 언론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그가 가진 문제의식이 바른사회 향후 활동에서도 녹아들지 않을까. 

 

- 시민단체 활동 이전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언론 전공이면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셨을 것도 같은데요.

"대학원에서 언론을 공부했지만 직접 관련된 직장을 다닌 것은 아니고요, 유학에서 돌아와 군대 다녀온 후 광고 업계에 들어가 직장 생활을 오래했습니다. 평소 시민단체에 관심이 있었냐고 물으셨는데, 피상적인 관심이었지 깊은 이해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제 형님이 서울대 교수로 전 정권에서 NGO 분야쪽으로 자문도 하고 나름 유명해서 상식 수준의 이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대 담론에만 치중하는 보수시민사회 변화가 필요

- 형님 성함이 궁금합니다. 어쨌든 동생은 보수, 형님은 진보로 갈린 셈이로군요. 갑자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생각납니다.

"조국 사태 때 갈등이 좀 있었지만...아이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하하.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는 사이는 절대(!) 아닙니다. 어쨌든 이념이 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형님이 80년대 운동권 출신이다 보니 아무래도 저와 의견 차이가 꽤 큽니다. 광복 이후 6·25전쟁 때도 집안 내에서 싸웠듯 저희 집안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없지 않아 있지만 그렇다고 불구대천원수는 아니니 절대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하하."

- 자꾸 강조하시니 형님과 진짜 견원지간이 아닌가...농담입니다. 화제를 돌려보죠. 5월부터 시작하셨으니 정말 막 시작인 셈인데요, 짧은 시간이지만 시민단체에 몸담아 활동해 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오자마자 5월 4일 윤석열 정부 1주년 기념 토론회 세미나가 있었고 그다음 며칠 전 바른사회 주관으로 교육 정책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나름 큰 행사였는데 어쩌다 제가 사회까지 보게 되었죠. 현장에서 정책 토론들을 지켜보면서 ‘각 분야의 양식 있는 전문가들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라며 공감했는데, 토론회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길, 좋은 정책제안 내용이 많아도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는데 장벽이 너무 높다고 하는 겁니다.

그런 좋은 내용들이 홍보도 잘 안 되고요. 그런 사례들을 통해 어렵고 복잡한 주제인데다 이해당사자들의 충돌과 진영 간 충돌, 공무원들과 기관 사이에 얽히고설켜 조정이 어려운 바람에 아주 좋은 내용이지만 일반 시민이 체감하기까지 실현되는데 굉장히 어렵다는 걸 체감했어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진보적 성향의 형님과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한때 갈등을 빚었다고. 하지만 물보다 진한 게 피가 아니었던가. 김 실장은 "피보다 진한 게 이념이더라"고 토로. 그래도 형제의 우애는 여전하다고 한다.
진보적 성향의 형님과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한때 갈등을 빚었다고. 하지만 물보다 진한 게 피가 아니었던가. 김 실장은 "피보다 진한 게 이념이더라"고 토로. 그래도 형제의 우애는 여전하다고 한다.

 

- 보수단체 활동가들을 만나면 거의 자동으로 꼭 묻게 되는 질문입니다만...진보에 비해 보수는 다루는 이슈도 협소하고 서로 간 협력이 왜 잘 안되는지, 또 진보단체가 던지는 아젠다는 정당으로 수용이 잘 되는데 왜 보수는 상대적으로 안 되는지입니다.

"저 역시 굉장히 공감하고 한편으론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제가 보기에 소위 진보단체들은 주제 선정을 잘합니다. 생활 밀착형 주제를 갖고 이슈 파이팅도 잘하고 거기에서 파생하여 다른 분야와 엮어 끌고 가는 능력도 탁월하죠. 연대도 잘하고요. 반면 보수는 너무 점잖죠. 국가적 차원의, 지나치게 거대 담론에만 빠져 있고요. 도덕적이고 유교적인 면에서만 접근하려니까...그런 부분이 안타깝죠."

- 그럼 앞으로 바른사회도 생활밀착형 보수 아젠다 발굴 시작되는 겁니까?

"그게 제 욕심이기도 하고 강한 필요성을 느낍니다. 한 예로 오늘 아침 ‘잇섭’ 유튜버가 단통법 관련 문제 의식을 담은 영상을 올려서 봤는데 공감이 많이 됐거든요. 생활 밀착형 이슈이고 대중의 호소력이 큰 주제죠. 보수도 상아탑에서 나와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 보수가 점잖다, 상아탑에만 머문다는 비판이 의도와 무관하게 한편으론 반동을 낳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국민 다수의 지탄을 받는 몇몇 극우 아스팔트 유튜버 활동가들이 예고요. 이들은 아주 극단적인 논리로 애국이 아닌 돈벌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죠.

"양쪽 극단의 문제가 참 어렵습니다. 이상과 철학은 물론 중요하고 지켜야 할 가치이지만 실질적으로 대중이 체감할 수 있는 시민활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중간 고리 역할이 참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바른사회나 저나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역할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보수시민사회를 지켜보면서 뭔가 바꿔보고 싶다고 느낀 부분이 있습니까?

"글쎄요. 화법을 좀 고쳐야 한다고 할까요?"

- 화법이요?

"화법은 보수 진보 이런 진영이나 조직을 떠나서 개인에서 출발합니다. 어떤 사회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대화법이 굉장히 약해요 서로 대화하는 방법들을 잘 모릅니다. 개인들이 각자 자기의 어떤 이념과 주장을 직설적으로 던지기 바쁘고 그래서 충돌이 일어나게 되어 기본적인 소통, 이해가 어렵게 돼요. 특히 어른들은 굉장히 강직하고 어떤 면에서는 약간 고지식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해와 타협이 참 어렵습니다. 그리고 소위 진보들 중에서도 가짜진보는 타협의 여지가 없죠.

하지만 중간에 있는 대부분은 대화로 풀어나가야 하죠. 보수도 대중에게 맞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물론 진영마다 각각 피해의식이 있습니다. 보수도 워낙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바람에 감정적이 되고 그걸 풀어가기 바빠 해소하려다 보니 직설적으로 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 충돌이 생기고 중간지대의 시민들은 피곤해하고 짜증을 내게 되는 거죠. 시민들 입장에선 그럴 수밖에 없어요."

김하영 실장은 바른사회의 제2도약을 위해 조직의 재건 및 홍보를 위해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해보겠다고 했다. 
김하영 실장은 바른사회의 제2도약을 위해 조직의 재건 및 홍보를 위해 자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해보겠다고 했다. 

 

시민사회 '정의감'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 바른사회가 한때 부침을 겪었습니다. 정권이 바뀌어 재정비하고 활동에 들어갔는데요, 아무래도 소위 진보좌파 정권 때의 운동방식과 보수우파 정권 때의 운동방식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성향이 비슷한 정권에서의 운동이 자칫 관변이란 오해를 받기도 쉽잖습니까.

"글쎄요. 그 부분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제가 경험이 없어 가타부타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참여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 때 특정 시민단체를 포함해 권력을 견제한다는 시민단체 사람들이 정권에 줄을 대고 대거 참여한 것을 웬만한 국민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도 똑같이 반복한다면 신뢰를 잃게 되겠죠.

바른사회에 몸담고 있는 각 개인의 가치관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활동하기로 결심했을 때 과연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줄을 대기 위해서냐, 아니면 자신이 뜻한 바가 있어 시민단체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소신껏 활동해보고자 하는 것이냐에 따라 태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서 개인에 달린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 뜬금없는 질문입니다만, 현업에서 물러나 이제 인생 2막을 NGO 활동으로 시작하는 셈이신데, 가족들은 찬성하던가요?

"하하. 특별히 찬성이나 반대랄 게 없어요. 가족들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라는 분위기죠. 애들은 소위 MZ세대라 아이들로부터도 활동에 대해 조언을 얻으려고 합니다. 다만 제가 단체에서 주력하고 싶은 건 아까 말씀드린대로 코칭이에요.

(※ 김하영 대외협력실장이 자신감 뿜뿜 내비치며 보내온 'Life & Dream 코칭 프로그램' 문서에는 조직 구성원들의 프로젝트 능력과 리더십 향상 등을 위한 단계별, 과정별 코칭 프로그램이 담겨 있었다. "당신의 조직은 소통하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자신하시나요?"란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코칭 프로그램의 한 단계 중 하나가 ‘갈등 극복과 설득력 향상을 위한 7개 대화 스킬 코칭’이다.) 제가 몸담았던 기업에서도 했고, 개인적으로 따로 공부도 해서 이 부분에선 자신 있죠."

- 건강에도 관심이 많으시다고요.

"하하. 맞습니다. 박 기자도 건강에 관심 있을 나이가 됐...흠흠.."

- 정확히 보셨습니다. 불로장생하고 싶...은건 아니지만 무병장수비법 아시면 좀 알려주세요.

"하하. 유머가 있어 좋군요. 현재 미국 영양 과학 분야 학점을 따는 수업을 제가 듣고 있어요. 이 부분은 나중에 시간 내서 따로 귀뜸해 드리리다."

- 올해 바른사회가 목표하는 활동과 실장님 개인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바른사회가 그동안 부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조직의 안정화가 우선이고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더 커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홍보 등 다방 면에서 시대에 맞는 방향으로 활동해나가야 할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건강 공부를 더 할 생각이에요. 평소 영화 보는 걸 참 좋아하는데 제일 좋아하는 영화 97년작 ‘LA 컨피덴셜’ 속 대사가 요즘 자주 떠오릅니다.

주인공이 부패 경찰로 나오는 케빈 스페이시한테 ‘너는 어쩌다 경찰이 됐니’라고 물으니 ‘나도 모르겠어’라고 답해요. 그게 딱 와 닿더라고요. 그도 처음엔 정의감 넘치는 경찰로 시작했을 텐데 타성에 젖어 흘러가다 어느덧 타락한 경찰이 돼 버린 거죠. 하지만 그 질문을 받고 모르겠다던 부패 경찰이 이후로 달라져요. 내부 비리를 추적하는 정의감을 다시 되찾게 된 것이죠. 사실 우리들이 세상에 대해 얼마나 잘 알겠습니까? 결국은 다 간접 경험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 거죠. 제가 그런 이유로 영화를 좋아합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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