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탈북민 돕다 시나리오 작가까지... 이젠 시집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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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탈북민 돕다 시나리오 작가까지... 이젠 시집가야죠"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05.0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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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 사단법인 씽크 팀장 인터뷰

<편집자註>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며 시민 세상의 이슈를 건져내는 것이 NGO저널 기자의 일입니다.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시민단체 속 각양각색 사연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인권은 인류 보편의 가치지만 한반도에서 북한 인권 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수십 년간 정치 진영 사이에 공방이 오가다 한쪽에선 말하기 힘든 불편한 진실이 되거나 다른 한쪽에선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땅의 인권은 진짜 위기를 맞고 있는지 모른다. 어느덧 진부한 이미지로 소모되고 있는 ‘북한 인권’을 거부하고 남과 북의 ‘찐’ 연결고리로 탈북민들에 눈 맞춰 가는 단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사단법인 싱크다. 특히 탈북 청소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돕는 데 주력한다. (싱크가 말하는 탈북 청소년이란 대한민국이나 제3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청소년 또는 북한 이탈주민의 자녀) “남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는 이은혜 팀장을 NGO저널이 만났다.

약간의 푼수끼(?)가 느껴질 정도로 털털하고 활발한 모습의 이은혜 팀장. 북한 인권 단체에 몸담아 활동하는 건 그저 '재미있고' 자신과 '맞아서'라고 했다.
약간의 푼수끼(?)가 느껴질 정도로 털털하고 활발한 모습의 이은혜 팀장. 북한 인권 단체에 몸담아 활동하는 건 그저 '재미있고' 자신과 '맞아서'라고 했다.

 

- 북한 인권 운동을 하는 단체 이름이 모 아동 학습지를 연상시킵니다. 무슨 뜻인가요?

"하하. 그런가요? 저희가 이름을 지을 때 NK가 들어가는 수많은 단어를 한번 생각해 봤어요."

- NK라면 North Korea 말인가요?

"네. North Korea의 약자를 떠올린 후 링크(Liberty in North Korea) 등 관련 단체들을 쭉 연상하다가 저희 대표님(손문경 대표)이 싱크(THINK : The Human rights In North Korea) 라는 단어를 생각해 냈어요. 이 단어를 먼저 생각한 후 나름대로 의미를 더 부여해 그럴 듯 하게 만든 셈이죠. 하하."

- 싱크라는 이름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의 이름에 대개 ‘북한 인권’, ‘북한 민주화’ 등의 단어가 들어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데 씽크는 색다르네요. 씽크에선 주로 어떤 활동을 합니까?

"저희는 탈북 청소년들에 집중해 활동하고 있어요. 북한 인권 문제도 자세하게는 여러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알아보니 탈북 청소년에 대한 전문적인 단체가 없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분야인데 말이죠. 기존 북한 인권단체들처럼 강한 느낌의 이름보다 소프트(?)한 느낌을 주는 싱크라는 이름을 택한 것도 북한 인권단체에 대한 정치적 편견을 덜어내고 탈북 청소년 문제가 국내외 시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우연으로 왔다가 필연이 된 북한 인권 운동

 

- 그렇군요. 그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몇 가지 소개해 주시죠.

"우리 단체가 2019년 설립되어 처음으로 했던 프로젝트는 일명 ‘길을 찾는 그대에게(현재는 꿈을 찾는 그대에게로 바뀜)’였어요. 탈북 청소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대학진학 문제에요. 나는 누구인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그 아이들은 스스로 이런 질문들을 품고 있는데 대표님과 직원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다 멘토링이 필요하다는 생각까지 미쳤죠. 사실 이런 문제는 탈북청소년 자신과 부모들이 감당할 몫인데 대부분 부모의 상황이 좋지 않아요.

아이들 대부분이 중국인 아빠와 탈북 엄마 사이에 태어난 한부모 가정 출신이에요. 아빠는 중국에 있고 한국에 온 엄마는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하는 처지라 아이들 교육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죠. 그렇다 보니 많은 아이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고, 특히나 엄마가 아이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선생님들이 제시해 주는 부분도 ‘일단 검정고시부터 통과해라’ 등으로 지극히 한정적이었고요.

아이들과 상담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아이들이 실제로 본받고 따라갈 모델을 제시해주는 멘토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직업 교육을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길을 찾는 그대에게’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됐죠. 마침 그때 기독교 방송 중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라는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를 얻었는데,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단순 강의 프로그램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감동하더라고요.

씽크를 소개해 달라는 말에 신이 난 이 팀장은 진지한 표정과 달리 "제가 너무 수다스럽죠?"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씽크를 소개해 달라는 말에 신이 난 이 팀장은 진지한 표정과 달리 "제가 너무 수다스럽죠?"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우리는 직업군을 더 다양화하고 평소 아이들이 절대 못 만날 것 같은 분들을 초청하자, 다만 ‘나도 노력하면 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질 법한 젊은 20~30대의 형, 누나 같은 현실감 있는 분들을 모시자고 했어요. 예를 들어 항공사의 파일럿 같은 분들 말이죠. 아이들이 초청 강사를 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직업에 대한 개념이 생길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대학병원 남자 간호사와 같은 분들도 아이들이 직업인으로서 어떤 롤모델로 삼을만한 분들이죠.

저희가 강연자로 초대했던 남자 간호사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 경우에요. 이혼 가정에서 자라고 어렸을 때부터 고시원에서 혼자 살면서 자기 앞날을 개척했던 친구였어요. 원래 법대를 다닐 만큼 똑똑한 친구였는데 공적인 분야에 뜻이 있었어요. NGO 단체에 들어갈지 실질적인 구호 활동을 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될지 고민하다 간호사를 선택했던 친구였죠.

첫 등록금을 빼고는 내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도 뛰어났고 기숙사비, 생활비를 스스로 벌면서 대학을 마치고 간호사가 된 케이스였는데 이런 구체적인 사례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됐어요. 그 외에도 배우, 마케터 등 직업인들을 초대해 아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고 배울 수 있도록 했어요. 이 강의를 처음 들었던 아이들이 놀라고 좋아했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이 강연 시리즈가 저희 첫 프로젝트였어요. 이후 이 프로젝트를 좀 더 발전시켜 건축가를 초대했을 때 아이들도 실제 건축 모형을 만들어보게 하고 플로리스트를 초대했을 때는 꽃으로 다양한 디자인 경험도 쌓게 하고 요리사를 초대했을 때는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보게 했어요. 단순히 강의를 듣는 차원을 넘어 경험해보도록 하는 이 방식이 굉장히 신선했던 모양이에요. 학교나 학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죠. 탈북민대안학교에서 강의요청이 많이 들어왔고 돌아다니면서 요청이 오는 대로 진행했어요."

2021년 5월 29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글로벌 통일리더십 아카데미. 사진 왼쪽부터 김일수 대사, 손문경 THINK대표, 롤랜드 윌슨 한국조지메이슨대학 교수, 권소영 한국조지메이슨 대학 교수 (제공-씽크)
2021년 5월 29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글로벌 통일리더십 아카데미. 사진 왼쪽부터 김일수 대사, 손문경 THINK대표, 롤랜드 윌슨 한국조지메이슨대학 교수, 권소영 한국조지메이슨 대학 교수 (제공-씽크)

 

-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소감이 있을 것 같아요.

“보람이 컸죠. 그런데 사실 처음엔 ‘아니, 얘들은 나도 못 받은 좋은 교육 받네?’ 하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하하. 농담이고요. 탈북민 아이들은 저처럼 부모가 이끌어주고 조언해주고 멘토링을 해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니 그런 지원은 당연합니다. 지원이 있어야 아이들이 우리 사회 현실에 적응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배우 수업을 받은 어떤 아이는 성우 대본을 주고 라디오 드라마를 한번 연습시켰더니 그 수업 끝나고 진짜 연기학원에 등록했어요. 너무 재미있었다고 해보고 싶었다고 그러더라고요. 아이들이 그렇게 자기 길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모습에서 보람을 크게 느끼고 행복합니다. 저도 어떤 성취감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 자기 욕망에 충실한 직업인의 길보다 타인을 돕는 시민운동, 특히 북한 인권 운동을 하겠다고 어떻게 마음먹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계기가 있었습니까?

"사실 이 질문이 나올 거라고 예상해서 솔직하게 답변해야 할까, 아니면 바람직한(?) 답변을 할까 살짝 고민했어요. 하하. 저는 기본적으로 종교인이에요. 기독교인으로서 이웃에게 봉사하는 건 기본적인 삶의 태도란 말이죠. 원래는 더 종교적인 일을 하고 싶어 선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선교사분들이 대개 NGO 관련 일을 하더라고요.

NGO 활동가부터 경험해봐야 해외 선교사 일도 잘할 수 있겠다 싶어 무작정 인터넷에서 NGO를 검색하기 시작했죠. 마침 집 근처 7분 거리에 NGO 단체가 채용공고를 냈는데, 북한 인권단체였어요. 그곳이 저의 첫 직장이었고 그렇게 인연이 시작됐죠. 제게 ‘처참한 현실의 북한 주민을 해방시켜야 해’ 이런 거창한 정의감에서 시작했을 것이라고 기대하셨는지 몰라도 전 전혀 아니었단 뜻이에요. 하하.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제겐 탈북민 아이들이나 한국의 일반 청소년이나 다를 게 없어요. 다만 탈북민 아이들에겐 이런저런 부분이 더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부족한 그 부분을 채워 넣어주려고 애쓸 뿐이죠. 저에게 ‘그래서 당신은 북한에 대한 어떤 꿈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저의 심정이에요. 제 눈앞에, 가까이에 그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한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바로 제 앞에 지하철 노숙인이 있다고 쳐요. 저는 그분들을 돕고 봉사했던 경험은 없지만 우연한 기회에 제가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과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막상 일을 해봤더니 굉장히 즐겁고 저에게도 잘 맞았던 거죠. ‘이거 재미있네?’ 그래서 일을 계속하다 보니 공부할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고요. 이런 식으로 계속 발전해온 거죠. 세상 기준에서 좀 더 돈을 많이 버는 직업, 더 나아 보이는 직업을 원했다면 그런 길로 갈 수 있었겠지만 기독교인으로서 늘 남을 도와야된다는 마인드로 살아와서 그런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흘러왔어요. 자랑하려는 게 아니고 진짜 제 마음이 그렇단 얘기에요. 저는 사람들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2021년 7월 3일 서울NPO센터에서 열린 탈북청소년 내일을 위한 포럼. (사진제공=씽크)
2021년 7월 3일 서울NPO센터에서 열린 탈북청소년 내일을 위한 포럼. (사진제공=씽크)

 

탈북민이 겪은 끔찍한 경험과 트라우마… ‘감정의 셧다운’이 필수

 

- 아무리 이타적인 사람이라도 봉사와 헌신이 필요한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후회되거나 짜증이 밀려올 때가 있을법한데요.

"‘내가 이 일을 왜 시작했지?’ 하는 생각은 안 드는데, 아무래도 사람을 만나 하는 일이기 때문에 피곤한 부분은 있죠. 어쨌든 탈북민들은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는 등 아주 강력한(?) 경험을 한 분들이라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그분들의 트라우마는 주위 사람들한테도 영향을 줘요. 모든 탈북민이 그렇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제가 여태껏 만났던 탈북민 모든 사람이 공황장애를 앓거나 공황발작을 일으켰어요.

소셜포비아(※ 사회공포증社會恐怖症)라고나 할까요? 그런 종류의 트라우마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을 매일 만나다 보니 저도 떨리고 불안하고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죠. 그분들은 만나는 상대인 NGO 관계자들이나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어떤 불안 증세들을 쏟아내거든요."

- 그때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종교의 힘에 의지합니까?

"NGO에 몸담은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데, 그럴 땐 셧다운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저는 그렇게 하거든요. 탈북민 여성들을 만날 때마다 그분들이 성폭행을 당한 경험을 듣게 돼요. 언젠가 40명의 탈북 여성들의 탈북 과정을 인터뷰한 일이 있었는데, 그 여성들이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모두 (탈북 브로커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얘길 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그 부분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것도 아니었고 담담하게 잠깐 과정을 이야기 하지만 저도 여성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받아적는 과정에서 이미 그 과정(성폭행 과정) 안에 들어가 있어요.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되니 눈물이 계속 떨어지는데 아무리 감정적으로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너무 힘들거든요. 일이 끝나고 친구들을 만나서 그 얘길 하면서 푸는 거죠.

어떤 탈북 여성 한 분은, 17살 때 탈북해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또래들과 같이 인신매매 브로커에게 잡혔는데 자기보다 한 살 어린 16살짜리 아이를 성폭행하려고 해서 자기가 대신 잤다고 얘길 하는데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난 후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니 ‘왜 혼자 스트레스를 받느냐, 퇴근하자마자 다 잊어라’ 하는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그때부터 퇴근 이후에는 마음에 셔터를 내리고 다 잊는 연습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좀 괜찮아지더군요.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이란 책이 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봉사하는 활동가들 이야기인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산 책이에요. 책 내용 중에 어떤 활동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식량 공급하는 활동가였는데, 전투가 치열한 곳에서는 사람들이 고립돼 있어 밥을 잘 못 먹기 때문에 식량 공급을 위해 동선 계획을 짜고 그 방식대로만 식량을 딱 던지고 나온다고 해요.

사람들을 만나도 어떤 감정적 교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죠. 그렇게 교류하다 보면 연민과 동정이 생기고 스스로가 너무 힘들어지니까요. 저와 너무 비슷해서 공감하며 읽었어요. 이런 일을 하는 NGO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셧다운 하는 연습이 정말 필요해요."

남북사랑학교와 함께한 우리들의 스케치북-탈북청소년 음원프로젝트 뮤비 촬영. 정주연 선생님 반 아이들의 노래 '잘될거야'. 2021년 4월 9일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발매됐다고 한다.(제공=씽크)
남북사랑학교와 함께한 우리들의 스케치북-탈북청소년 음원프로젝트 뮤비 촬영. 정주연 선생님 반 아이들의 노래 '잘될거야'. 2021년 4월 9일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발매됐다고 한다.(사진제공=씽크)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과 잘못된 혐오 없애는데 보람

 

- NGO 활동가들은 대부분 생계유지가 빡빡하더군요. 싱크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그렇죠. 언젠가 배우 김혜자 선생님이 예능 프로그램 유키즈온더블록에 출연해서 하셨던 말 이 생각나요. 김혜자 선생님이 어떤 질문을 받고 ‘배우가 직업인가?’라는 생각을 하셨데요. 사실 저도 똑같아요. ‘이 일이 돈 버는 직업인가?’라는 생각을 했단 말이죠. 이 활동으로 돈도 벌면 좋겠지만 아닌 경우가 많죠.

생계를 위해 돈을 버는 다른 일을 해야 하고, 실제로 따로 일하고 있기도 하고요. NGO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은 저 같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은 아니에요. 단지 이 일이 재미있고 하고 싶으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지금껏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잣대에 맞추려 노력하며 살지 않아요."

- NGO 활동도 좋지만 연애활동(?)도 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혹시 본인은 돈을 초월해 살지만 이상형의 남성은 돈이 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 인터뷰이에 양해를 얻은 가벼운 질문임을 독자 여러분이 이해해주시길.)

"주변 사람들에게 농담으로 취집할 거라고 말은 해요. 교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아는 오빠가 ‘은혜야, 취집은 미스코리아나 하는 거야’ 하더군요.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는 진지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 농담도 잘 못하고 살아요 제가. 하하. 물론 살아가는 데 있어 경제적인 문제 참 중요해요. 하지만 최우선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상형이라...흔한 말이긴 하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손잡고 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 그렇군요. 꼭 그런 분 만나시길 바랍니다. 싱크의 앞으로 활동계획이 있을 텐데요. 개인적인 목표도 함께 들려주시죠.

"싱크 같은 경우, 올해 일본 재일교포 북송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찍으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이걸 위해 오는 6월쯤 일본 출장을 다녀올 것 같아요. 도쿄, 오사카, 니가타 등을 돌면서 찍을 예정이에요. 그리운 가족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에요. 일단 이 작품이 만들어지면 내년 EBS 국제 다큐영화제에 출품하는 게 목표이고요.

개인적인 목표라...사실은 작년에 잠시 일을 쉬면서 소설을 썼어요. 정말 놀랍죠. 소설은커녕 저는 평소 일기도 안 쓰는 사람인데 말이죠. 하하. 어느 날 책을 구매하려고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팝업창에 상금 5천만 원의 스토리 공모전이 뜨더라고요. 1등에 당선되면 영화사와 연결돼 영화제작도 가능하고요. 놀면 뭐하냐는 생각에 미친 듯이 쓰면서, 이건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소설의 주제는 탈북자와 관련된 것이었고요.

소설이 완성되고 영화제작을 위해 시나리오로 고쳐 쓰려고 친한 배우 언니를 통해 견본을 얻어 보면서 ‘아, 시나리오는 이렇게 쓰는구나’ 하면서 썼어요. 재미있더라고요. 개인적인 목표는 이 시나리오를 갖고 영화를 만드는 거예요. 미국의 한 인권재단에서 인권영화 공모를 했는데, 제가 쓴 이 시나리오에 큰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채택될 뻔하다 막판 잘 안 됐어요. 저로선 아쉽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같이 영화 찍으려던 제작사가 오히려 잘됐다, 비용도 더 모으고 잘 준비해서 찍어보자고 얘기가 나왔고 지금 준비 중입니다.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가서 잠깐 이야기하자면, 저는 소설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문제에 대한 해결이 아닌 문제를 그대로 던져서 같이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요. 최근에 어떤 기자님에게 교정 관련으로 소설을 보냈는데, 교정에 관련된 이야기라기보단 소설을 읽고 난 후기를 들려주시더라고요. 이분이 소위 대치동 엄마이신데,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수 사건'을 언급하시면서 미디어를 통해 사건을 접하면서 조선족이나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음료수 사건 배후가 조선족이었기에 조선족, 탈북민 다 같은 부류로 보셨던 거예요. 그 사람들과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같이 살긴 어렵겠다는 분노감이 치밀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소설을 읽고 나서 오히려 자신이 그들을 역차별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도 유대인 혐오처럼 인종차별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들을 느꼈다 하더라고요. 같이 살아가면서 이해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하시더군요. 이 책을 쓴 의도가 제대로 통한 것 같아서 기뻤죠."

- 북한 인권 운동을 통해서 개인적으로도 참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군요.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싱크에 대해 좀 더 알려드리고 싶어요. 싱크는 탈북 청소년 관련 일도 하지만 여성, 청소년, 아동과 관련된 전반적인 일을 합니다. 여성 관련해선 엄마들을 위한 상담 지원, 청소년 관련해선 진로문제, 인스타툰이라고 만화를 통한 미술 치료도 하죠. 예술을 활용해 아이들 심리 치료를 하고, 그 결과물이 또 일반 시민에게까지 어떤 감동을 주는 그런 일들을 싱크가 참 잘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든 음악이 있는데 음원이 팔려 정산금도 이번에 나왔어요. 그 돈으로 또 다른 탈북민을 지원할 수 있게 되어서 그 점도 참 감사하죠. 두루두루 감사한 일들이 지금껏 많았고 앞으로도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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