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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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구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인가?
  • 정한영 지주클럽 대표
  • 승인 2023.05.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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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전세대출 금리... 집값 거품으로 이어져
현재의 전세제도, 임대인 부담만 가중시켜
낮은 은행 이자, 임대수익에 대한 매력 떨어져
월세 제도에 대한 깊은 사회적 고민 필요
정한영 지주클럽 대표
정한영 지주클럽 대표

현재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대출 중에서 가장 저렴한 것은 전세자금 대출이다. 2023년 2월 기준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이지만 전세자금 대출의 최저 이율은 1.5%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의 낮은 이율이 서민들의 주거에 대한 부담을 줄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낮은 금리를 이용한 갭투자는 집값 거품으로 이어졌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 사기라는 폐단을 낳았다. 

현재 사회적 상황을 전제할 때 전세제도는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임대인이 주택을 제공하고 정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3억원의 주택이 있다. 소유자는 3억원의 주택을 전세가율 80%를 적용해 2억4천만원에 대여한다. 소유자는 건물 유지비와 재산세 등을 부담해야 하지만 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임대한다. 이 것만으로도 불합리한 모습이다.

세입자(임차인)는 부동산의 미래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한 만큼 집주인은 손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다시 표현한다면 과거에는 맞고 미래에는 틀리다. 모든 주택 가격이 상승하지도 않았지만, 미래는 과거처럼 집값이 폭등하거나 상승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세 대출 사기에 문제가 된 집들의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주택이다. 오직 임대수입만으로 유지돼야 하는 것들이다. 전세로는 전혀 수익이 나지 않는 물건이었다. 결국 편법과 불법의 대상이 됐다. 

이번 전세사기의 주된 피해자들은 사회 초년생들이었다. 부담이 그나마 적은 저렴한 비용의 주택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더불어 사회적인 정책도 젊은 피해자 양산에 기여(?)했다. 우리나라의 청년과 신혼부부는 더 낮은 이율의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1억원을 대출받아 월 15~20만원 정도의 이자만 내면 근사한 주택에서 살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혹자는 지금까지 거론한 부분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전세자금 대출은 파격에 가까운 정부지원 제도이다. 이자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한다. 또, 금융권도 전세대출의 문턱을 높게 설정하지 않았다. 이는 이유가 있다. 은행 입장에서 전세자금 대출은 가장 안전한 담보물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세자금 대출은 세입자가 1차적인 인적 담보이고, 전세권이라는 부동산 담보가 2차 담보가 존재한다. 또, 정부가 이자를 지원하다보니 금융권 입장에서는 담보와 수익성이 보장된 우량 대출로 여긴다. 하지만 이러한 1차적 시각이 은행의 부실한 대출 검증으로 이어졌다. 

전세 사기꾼 역시 이를 적극 활용했다. 신축 건물은 거래 가격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감정가를 부풀렸다. 이 방식은 오래 전부터 해왔던 수법이다. 그동안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현재와 같은 장기 부동산 침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급자 입장에서 현재의 임대시장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다. 낮은 금리의 전세자금대출은 전세 주택 수요만 늘렸고, 전세금 상승의 원인이 됐다. 이는 해당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더구나 금융권의 낮은 이자수익은 임대인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는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면 시장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목격해왔다. 임대인의 수익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임차인의 복지에만 몰두한 정책이 결국 전세시장 부실과 교란을 불러왔다. 오히려 주택 임대시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임대인의 수익성을 개선해주는 것이 안정적인 시장 구축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사회의 약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정책 지원이 시장을 교란해서는 안된다. 어떠한 지원이든 그것은 임시적이고 한시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뿐이다. 장기적으로 정상적인 시장 형성을 위한다면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정부는 전세제도에 미련을 버릴 필요가 있다. 분명한 사실은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지원 사업이 안정적인 월세 시장을 형성시키지 못하게 했다. 현재와 같은 전세제도가 지속되는 한 이번과 같은 전세 사기 피해자가 또 양산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정상적인 주택 임대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월세 제도에 대해 깊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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