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흥국생명, '자회사형 GA설립' 최종 승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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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흥국생명, '자회사형 GA설립' 최종 승인받았다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3.04.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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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자진철퇴 5개월만 인가 신고
금감원 "대리점 판매요건 충족 19일 수리"
RBC비율 권고치 유지·신회계제도 등 철저 준비
고용불안·구조조정 예상에 노사간 갈등 우려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이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설립 인가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최종 승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설립 추진 이후 5년 만에 승인을 받은 점이라는데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이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설립 인가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최종 승인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설립 추진 이후 5년 만에 승인을 받은 점이라는데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이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설립인가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최종 승인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설립 추진이후 5년만의 승인이란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흥국생명은 지난 19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보험영업을 위한 GA설립 승인을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4월초 자회사형 GA(HK금융서비스) 인가 신고를 했고 최근 자회사 형태로 GA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족함이 없는지 살펴본 결과 재무지표 비율 등 무리가 없다고 판단됐다"며 "보험법상, 상거래법상 허가조건을 충족해 신고서를 수리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앞으로 금감원이 GA설립 승인을 내면 GA 자회사를 통해 영업판매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중소생명보험사중 가장 먼저 GA판매자회사를 설립한 미래에셋생명(미래에셋금융서비스), 라이나생명(라이나금융서비스), 동양생명(마이엔젤금융서비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흥국생명 재무건전성 지표 꾸준히 유지

흥국생명 등 보험사들이 GA판매자회사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영업적 측면에서 GA채널의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GA는 다른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전속설계사 조직을 떼내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면 보험사는 상품개발과 자산운용에 집중할 수 있고 고정비용도 줄일 수 있다.

흥국생명이 GA판매자회사 설립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데는 재무건전성 지표를 꾸준히 유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공시한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RBC(지급여력)비율 152.2%로 금감원의 권고 수준을 넘겼다. 작년 3분기 RBC비율은 154.4%, 유동성비율은 111%였다. 또한 올해부터 도입된 새 회계기준 IFRS17, K-ICS 등 새로운 제도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 대응한 점도 자회사형 GA설립 추진에 힘을 보탰다.

흥국생명은 작년 3월 취임한 임형준 대표를 필두로 건강보험, 변액보험 등 상품 라인업을 재정비했다. 금리인상 등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맞춰 기존상품도 리뉴얼했다.

보험업감독규정 등에 따르면 GA설립을 위해 필요한 금융당국 권고치는 RBC 150%, 유동성비율 100%를 충족해야 한다. 또 올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 IFRS17의 적용으로 보험사 부채는 현재가치로 평가해 재무건전성 지표는 '자산·부채 현재가치 평가기반'의 신지급여력제도, K-ICS(킥스)로 개편됐다. 이 때문에 신종자본증권 일부가 킥스비율을 올리는 가용자본으로 인정된다.

흥국생명은 작년 5억달러(약 710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미이행 결정을 내렸다가 해외투자자들에게 한국채권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자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대신 콜옵션사태가 한창이던 당시 금융당국은 콜옵션 미행사에 문제가 없다며 흥국생명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당시에는 금리상승으로 보험업계 신종자본증권 수요가 미달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흥국생명 재무건전성은 크게 악화됐다. 이때 5600억원 규모의 콜옵션을 상환하면서 RBC비율과 유동성비율은 권고치 밑으로 내려갔다. 이후 신종자본증권 중도상환(콜옵션)을 취소하려 시도하는 등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회계규정상 자본으로 인식되는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인식되는 환매조건부채권 발행으로 상환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작년 11월 결국 재무건전성상 GA사 설립 추진은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판단, 자진 철퇴한바 있다. 

흥국생명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작년 12월14일 이사회를 열고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다가 500억원 감소한 2300억원으로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유상증자후 흥국생명의 재무건전성 지표는 금융당국 권고치를 소폭 상회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 승인이 난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은 아직 정하지 않은 이제 시작 단계다. 여러 이슈가 있던터라 조심스럽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진철회 3개월만 재추진에 의심의 눈초리도

흥국생명의 자회사형 GA설립 추진은 순탄치 않았다. 흥국생명은 올초 설립을 목표로 지난 2018년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 10위권의 대형 GA인 리치앤코에 50억원을 투자해 지분 6.5%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관련한 오너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유동성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져 설립 요건을 맞추지 못해 무산됐다.

작년 9월에도 설립 승인을 신청했으나 심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갑작스럽게 '설계사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소속 보험설계사들에게 영업홍보용 볼펜을 나눠주고 볼펜대금을 보험설계사 급여에 반영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정감사에 불려나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이 자진철회 3개월여만에 GA판매사 설립 추진을 다시 신청한 과정을 두고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낸다. 짧은 시간내 금융당국이 승인을 내줬다는 부분도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상증자 감소 등 재무건전성 지표는 개선됐다고 해도 자회사 설립을 추진할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콜옵션 상환으로 빠져나간 금액은 무려 5600억원이고 유상증자로 수혈된 자금은 2300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회사 설립자금이 손실처리 되지 않은 상황이니 만큼 자회사 출자금을 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텐데 이번 승인은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노조에서도 흥국생명이 GA자회사 설립 승인이 난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자회사 설립이후 직원 고용불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회사로 직원들이 대거 이동할 경우 ‘구조조정문제'가 거론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흥국생명은 최근 직원성과급의 갑작스러운 변경을 두고 노사갈등이 증폭된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보험사의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이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설립 명목은 보험영업판매채널 다각화지만 실상은 전속 설계사의 고용보험료 부담 회피와 금소법 시행에 따른 리스크 회피, 구조조정 등이 이유"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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