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KT 대표 선임 수난사... 국민연금, "윤경림 반대" 관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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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KT 대표 선임 수난사... 국민연금, "윤경림 반대" 관철할까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3.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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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림 대표 선임건에 국민연금 '반대' 전망
차기 대표선임 실패시 KT 경영공백 불가피
일부 소액주주, 주총 '찬성표' 모으기 나서
국민연금 반대표, '정치권 외압'으로 인식될 수 있어
국민연금공단. 사진= 시장경제신문DB
국민연금공단. 사진= 시장경제DB

[편집자주]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KT의 대표이사 선임 수난사는 언제쯤 끝을 맺을까. 차기 대표이사 인선을 두고, 정치권으로부터의 '외풍'과 마주하고 있는 KT 처지가 자못 위태롭다. 구현모 대표는 임기 3년 동안 사상 첫 매출 25조원 시대를 달성한 주역이었음에도, 공모 절차상 불공정 논란에 떠밀려 연임 의사를 접었다.

후임자로는 KT 내부인사인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장이 내정됐으나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주주 국민연금은 오는 31일 KT 정기 주총에서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전망이다. 이사회의 대표이사 선임과정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KT 정관 및 규정상 윤 사장 내정 절차에 위법은 없다는 것이 반론의 주된 근거이다.

<시장경제>가 KT 차기 대표이사 인선을 둘러싼 논란과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사진=연합뉴스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사진=연합뉴스

 

반대 밀어붙이는 국민연금... 속으론 떨고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를 직접 밀어붙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국민연금이 지향하는 목적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국가가 기업을 지배하고 싶은 것인지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

국민연금 내부 사정에 밝은 공공기관 핵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KT 주총에서 반대쪽에 무게를 싣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 같이 말했다. 자칫 '관치' 내지 '외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윤 사장 대표이사 선임에 끝까지 반대 입장을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란 주장의 근거로 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ISDS는 한·미FTA에 명시된 제도로, 한국 정부의 정책 혹은 부당한 대우 등으로 손해를 입은 외국 투자자에게, 국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ISDS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KT 차기 대표이사 선임 관련 논란의 주된 원인이 정부에 있다고 판단할 경우 국제소송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적기관이자, KT 지분 8.5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지난 정부가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운 이래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은 당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 내지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은 국민연금에게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구 대표가 연임을 스스로 포기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KT 내부인사 출신 대표이사 후보에 대해서까지 반대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적잖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권 친화적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KT
사진=KT

 

KT는 왜 차기 대표로 윤경림 사장을 택했나

앞서 이달 7일 KT이사회는 윤경림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공개모집을 통해 총 33명의 사내·외 후보자가 모였고, 이 중에서 4명을 추린 끝에 KT 내부인사인 윤 사장이 낙점된 것이다. 하마평에 올랐던 정치권 인사들은 한 명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 사장 내정 사실을 밝히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사회는 (윤 사장이)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 그룹의 DX사업 가속화와 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부연했다. 

구 대표 임기 3년 동안 KT는 유·무선 통신서비스 기업에서 디지털 네트워크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지난해 KT는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 25조 6500억원, 영업이익 1조 6901억을 기록하며 사상 첫 매출 25조 시대를 열었다. 구 대표 취임 당시 주가는 1만 9700원선이었지만, 지난해 8월 중순에는 장중 3만9000원선을 넘어섰다.

KT 입장에선 구 대표가 씨를 뿌린 '디지털 전환' 사업을 계승, 차질없이 이행할 적임자가 새 대표로 선임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윤 사장은 구 대표를 보좌해 디지털 전환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인사인 만큼, 업계에선 대체로 이번 차기 대표이사 내정에 우호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위해선 이달 31일 예정된 KT 주총에서의 표 대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5%)이 반대표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호지분을 가진 현대차그룹(7.8%), 신한은행(5.5%)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는 "대주주(국민연금)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며 윤 사장의 대표이사 임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정치권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여서 윤 사장의 손을 들어줄지 미지수다.

이번 주총에서 윤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무산된다면, KT는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와 마주할 공산이 크다. 이사회에서 새로운 후보자를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최소 한 달 이상 '컨트롤 타워' 부재에 시달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가오는 KT 주총... 소액주주들, 윤경림 지지 선언

향방은 소액주주 표 결집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KT 지분 구조에서 소액주주 지분은 57%를 웃돈다.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선 출석 주주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KT는 13일부터 30일까지 주주 전자투표를 진행 중이다. 윤 사장의 대표 선임을 비롯해 제41기 재무재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등이 주요 안건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는 'KT주주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가 윤 사장을 지지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 카페는 개설 한 달만에 회원수 1300명을 돌파했다. 주식수는 14일 오후 기준 총 339만주로, 전체 KT 주식의 약 1.2%에 해당된다.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윤 사장의 대표 선임에 긍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는 윤 사장의 대표 선임 안건에 찬성 의견을 냈다.  

글래스루이스는 사내·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후보자 명단을 검토한 결과, 주주들이 우려할 만한 실질적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주주들이 모든 후보자 선임에 찬성할 것을 추천한다"고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함께 손꼽히는 의결권 자문사이다. 외국인 투자자 및 기관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윤 사장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낭보로 해석된다.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KT 지분은 44%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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