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덮친 '먹거리 포비아'… "믿고 먹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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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덮친 '먹거리 포비아'… "믿고 먹을게 없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8.2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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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계란·햄버거·햄·소시지·족발·편육·과자·소주·배추까지...
먹거리 불안에 소비자들 불안 증폭.. 물가폭등도 우려

대한민국 먹거리에 비상이 걸렸다. 어느 것 하나 안심하고 먹을게 없기 때문이다.

AI 닭부터 살충제 계란, HUS 햄버거, E형 감염 소시지·햄, 식중독 족발, 대장균 편육, 천공 질소과자, 담뱃배 소주에 이어 최근에는 배추·고추 가격이 폭등하면서 안심하고 먹을 게 없어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류독감(AI)은 이제 연중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3000만 마리, 올해 600만 마리에 가까운 닭이 살처분 됐고, 닭들이 살충제 살포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올 가을 또 AI 감염을 예고하고 있다.

살충제 계란은 올 여름 대한민국을 강타한 최대 먹거리 문제였다. 정확히 몇 개의 계란을 처분했는지 파악조차 제대로 안 될 정도다. 살충제 계란 문제는 제빵·제과업계 등으로 연쇄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지난 6월 맥도널드에서 발생한 햄버거병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한 어린이가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햄버거병이 발생했다. 이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으로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된 뒤 신장 기능이 저하돼 생기는 질환으로 보통 ‘햄버거병’이라고 말한다. 현재까지 5명의 피해자가 나타났고, 아직도 진위여부를 판단 중이다.

대표 먹거리 중 하나인 햄·소시지(유럽산)도 판매 중단됐다. 유럽산 햄·소시지를 먹고 E형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유럽에서 E형 간염 유발 논란이 일고 있는 독일·네덜란드산 돼지고기 원료로 만든 가공육 제품을 매장에서 모두 철수시켰다.

식약처는 국내산은 안전하고, 가열해 먹으면 괜찮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신뢰가 가지 않고 있다.

족발‧편육도 세균으로 범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족발 및 편육 30개 제품을 대상으로 위생 및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30개 중 11개 제품에서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와 식품 오염의 척도가 되는 ‘대장균군’ 등이 검출됐다.

냉장‧냉동 족발 14개 중 1개 제품에서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가 검출됐고, 5개 제품에서는 ‘대장균군’이 기준치보다 최소 3.7배~최대 123만 배, 2개 제품은 ‘세균수’가 기준치보다 최소 1.6배~최대 270만 배 초과 검출됐다.

편육 10개 중 3개 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기준치보다 최소 1.7배~최대 23배, 2개 제품에서 ‘세균수’가 기준치보다 최소 580매~최대 2만 1000배 초가 검출됐고, 배달족발 6개 중 1개 제품에서 ‘대장균’이 기준치보다 17배 초과 검출됐다. 족발·편육 전반에 걸친 위생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위에 구멍이 뚫린 질소과자도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8월 초 충남의 한 워터파크에서 12세 어린이를 사서 먹다 위에 구멍이 생기는 사고가 발생 한 있다. 먹으면 입에서 연기가 나는 이른바 '용가리 과자'(질소 과자)를 먹다 발생한 사고다. 이 과자에는 액체질소가 첨가돼 있다. 식약처는 과자·술에 넣는 '액체질소'에 사용 기준이 생기며 이를 어긴 업소에 영업정지가 내려지도록 법을 개정 중이다.

소주에서는 담뱃재 추정 물질이 나와 제조정지 처분이 나왔다. 식약처는 주류업체 무학의 ‘좋은데이’ 소주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제조정지 처분을 내렸다.

무학은 지난 5월 22일 경남 창원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1공장에서 생산한 소주 ‘좋은데이’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품목제조정지 5일 처분을 받았다. 해당 이물질은 소비자가 발견해 신고했으며 식약처 조사 결과 담뱃재로 추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학 창원공장에서는 지하수 수질검사에서 ‘일반세균’ 부적합 판정이 나오기도 했다.

먹거리의 안전 문제 뿐 아니라 물가 폭등도 문제다.

지난달 초 김치를 담글 때만 해도 포기당 2천원을 조금 넘던 배춧값이 8천600원까지 치솟았기다. 무려 450% 인상이다.

서울 중구의 한 칼국수 전문점은 밑반찬으로 당분간 배추 겉절이 대신 단무지로 교체할지 고민하고 있다.

식당 주인은 "매일 배추 10포기씩 겉절이를 담는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안그래도 살충제 계란 문제로 손님들의 발길이 뜸한데, 배춧값까지 올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의 고랭지의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배춧값은 금값이 됐다.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가 비 때문에 속이 곯아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배추(상품) 1포기는 평균 6,768원에 거래되고 있다. 싼 곳은 5,490원이지만 비싼 곳은 8,000원이나 된다.

아이스크림 가격도 인상될 예정이다.

지난 3월 바닐라 주산지 마스가스카르에 덮친 태풍으로 인해 국제 바닐라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했다.

롯데제과와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의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가격 폭등세가 지속될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아이스크림 업체들은 각사 대표 제품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제품에 바닐라를 원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대표 조미료 '미원'과 '다시다' 가격도 인상됐다.

통상 조미료 가격이 오를 때 장류 가격 인상이 함께 움직인 것을 감안하면 식재료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상은 지난 5월 500g짜리 미원 제품 가격을 대형마트 기준 9350원에서 1만350원으로 10.7% 올렸다. 2012년 9000원에서 9350원으로 3.9% 올린 이후 5년만의 인상이다. 평균 가격 인상률은 7%에 달한다.

CJ제일제당도 지난 3월 다시다의 가격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쇠고기 다시다 100g짜리가 대형마트 기준으로 1980원에서 5% 올라 2070원이 됐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14년 쇠고기다시다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8.3% 인상한 바 있다. 제품별로 5~9%가량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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