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취재원 동의 없는 녹음은 음성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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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취재원 동의 없는 녹음은 음성권 침해"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5.2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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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에 "녹음 안 된다" 말하고 몰래 녹음... 기사화
"음성권 침해당했다" 손해배상 소 제기
박진식 변호사 "불법적 취재 관행 개선되길"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언론사가 개인의 음성을 몰래 녹취하거나 촬영해 보도했던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공익적 목적이라고 해도 정당하지 못한 수단을 통해 이뤄진 불법 녹취·촬영으로 인해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면 위법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달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1004단독(김창보 부장판사) 재판부는 서울 중구의 한 건물 관리인 A씨의 음성을 몰래 녹취해 보도한 YTN 소속 기자들에 대해 ‘음성권 침해’를 인정하고, "해당 기자들은 A씨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A는 자신이 관리하는 건물의 커피숍 임차인이 공용부분 주차장에 다른 사람들의 주차를 막고, 해당 공간에서 창문을 통한 테이크아웃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 수십 차례 제지를 했으나 말을 듣지 않자, 가벽을 설치해 불법영업을 차단았다.

이에 대해 YTN은 ‘건물주의 갑질’이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보도했다. 위 매체 소속 기자들은 취재 과정에서 녹음이 되지 않는다고 안심시키고 A의 음성을 무단으로 녹음해 방송했다. 방송 사실을 뒤늦게 접한 A는 '음성권 침해'를 이유로, 19년 6월 해당 기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를 대리한 박진식 변호사(법무법인 비트윈)는 “방송국의 취재 과정에서 카메라를 손에 든 채 몰래 촬영하는 행위가 불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라며 “불법적인 취재 관행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법원의 판결은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녹음한 내용을 방송한 경우, ‘음성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종전의 판결 취지와 동일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2014년 1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22단독(전연숙 판사)은 박진식 변호사가 KBS 기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음성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자기 의사에 반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배포되지 아니할 권리를 갖는다”며 “이러한 ‘음성권’ 또한 헌법 10조 1문에 의해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인격권에 속하는 권리”라고 규정했다.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방영하는 것은 음성권의 침해로 봐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주요 골자다. 

재판부는 “다른 사람에게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는 발언 내용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녹음되고 방송을 통해 일반인에게 알려짐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 할 것”이라며 “피고들은 각자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방송보도의 내용·목적에 비춰 볼 때, 원고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 이를 방영하는 것이 방송목적의 달성에 반드시 필요했다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 불가결하였다는 사정 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피고 측이 주장한 위법성조각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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