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방 전략' 셧다운 되나... 미얀마 암초에 KB금융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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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 전략' 셧다운 되나... 미얀마 암초에 KB금융 '끙끙'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03.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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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현지 업무 중단, 실적 악화 불가피
돌발 변수에 사실상 신남방 전략 '셧다운' 
KB금융, 주총 앞두고 대응책 마련 고심
KB금융지주 여의도 본사 전경. 사진=KB금융지주 제공
KB금융지주 여의도 본사 전경. 사진=KB금융지주 제공

미얀마 유혈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KB금융지주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대외개방을 거부하고 자급자족 형식의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자 KB금융지주는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0일 본지 취재 결과, 현재 KB금융지주 계열사는 모든 현지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KB금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당초 수립했던 해외진출 계획을 전면 조정하는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를 만났다"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시중 금융권 중 미얀마 진출에 가장 공을 들여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잠재력 있는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윤종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 경영전략방향으로 'R.E.N.E.W 2021'을 제시했다. 그 중 두 번째(E)로 글로벌과 신성장동력 확장(Expansion of Global & New Biz)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해외사업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매일 현지 상황이 악화되면서 그 충격은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KB금융의 글로벌 부문이 당기순이익이 8300만달러(920억원)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액은 최소 수십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향후 미얀마 사태가 더 장기화될 경우, KB금융이 올해 목표하는 신남방 전략이 사실상 '셧다운'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앞서 윤종규 회장은 동남아 시장 인수·합병(M&A)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면서 "동남아 시장에서 성장잠재력이 높은 영역의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추가적인 M&A 기회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 때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포스트 베트남'으로 불리기도 했다, 인프라는 취약하지만 성장 잠재력은 높다는 것이었다. 아시아 최후의 미개척 시장으로 손꼽히면서 국내 금융권들이 진출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현지 영업 전면 중지... 때 아닌 쿠데타에 글로벌 사업 타격 예상

(왼쪽부터) 김창우 KB미얀마은행 법인장, 우조민윈 미얀마 상공회의소 회장, 우표밍테인 양곤주정부 주지사, 이상화 주미얀마 한국대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왼쪽부터) 김창우 KB미얀마은행 법인장, 우조민윈 미얀마 상공회의소 회장, 우표밍테인 양곤주정부 주지사, 이상화 주미얀마 한국대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앞서 KB금융은 최근 수년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에서 디지털 뱅킹과 자동차금융 등에 신규 진출해 시장의 이해도와 경험을 축적해왔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 사업 확장에 힘입어 안정적인 실적을 시현하며 지난해 리딩금융도 탈환했다. 

일찍이 KB국민은행은 미얀마를 글로벌 전략 주요 거점 국가로 선정하고 사업을 단계별로 적극 추진했다. 지난 2013년 양곤사무소를 개설해 미얀마에 처음 진출한 국민은행은 미얀마 건설부, 주택건설개발은행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미얀마 주택금융 정책의 성공적 안착과 서민주택 보급을 위해 노력해왔다. 

2017년에는 미얀마 건설부, 주택건설개발은행(CHIDB)과 상호협력을 전제로 3자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3월부터는 소액대출금융기관(Micro Finance Institution) 사업을 시작해 저소득층의 주택 개량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현재까지 21개 지점을 개설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왔다.

투자와 도전의 결과는 ‘KB미얀마은행’ 출범으로 가시화됐다. 지난 1월 KB국민은행은 미얀마 양곤에서 ‘KB미얀마은행’ 현지법인 개점식을 개최했다. KB미얀마은행은 국민은행이 미얀마에서 외국계은행 최초로 현지법인 라이선스를 취득해 설립된 은행이다. 

하지만 KB미얀마은행은 출범 1달 만에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KB국민은행은 현지 법인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상황 악화에 대비해 주미얀마 한국대사관과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직원 안전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일일 출금 제한 조치를 내렸음에도 정국 변화에 위기를 느낀 국민들이 연일 자금을 인출하고 있다. '뱅크런' 사태가 초읽기에 들어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실적 집계 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예단하기 어렵지만 미얀마 사태가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점은 분명하다"며 "미얀마발(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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