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수탁은행·사무사' 공동배상은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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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수탁은행·사무사' 공동배상은 어불성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1.1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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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전례 없는 공동 책임론에 우려
"권한 없고 책임만 있는 업무 누가 하겠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 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 DB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 펀드 투자 피해 구제를 위한 분쟁조정안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5,000억원대 펀드 자금 중 회수 가능한 금액이 10%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실사 결과가 나온 직후다. 

특히 금감원은 내부적으로 문제를 살펴보면서 판매사·사무관리사·수탁사에 공동으로 배상을 물리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관리사 예탁결제원과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이 펀드 관리·감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내용이 알려진 뒤 금융권에서는 "펀드와 관련해 실질적 권한이 없는 사무관리사와 수탁은행이 설정·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 분쟁조정을 위한 법률적 쟁점 사항을 검토 중이다.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에 이어 공정성·객관성 담보를 위한 외부 법률 검토도 분쟁조정위원회 전문위원에게 맡긴 상태다.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적용됐던 계약 취소에 따른 원금 100% 반환이 옵티머스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투자자를 모은 뒤 실제로는 사업 실체가 없는 부실 업체 사모사채에 투자했기 때문에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계약을 맺은 상대는 옵티머스가 아닌 NH투자증권(약 84% 판매)이고, NH투자증권이 공모한 결정적 단서가 잡히지 않아 이러한 법리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감원이 판매사·사무관리사·수탁사 공동 배상을 검토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권고적 성격을 갖는 분쟁조정안은 모든 당사자가 수락해야 효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펀드 설정·운용 과정에서 투자자들과 직접적 관계도 맺지 않은 사무관리사와 수탁은행이 공동 배상에 동의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또한 법률적으로도 사무관리사와 수탁은행이 투자자에 대한 민사적 책임을 부담한 사례가 전무해 치열한 법리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취소나 공동 배상의 현실적 적용이 어렵다고 결론 날 경우 옵티머스 문제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통상적 분쟁조정 절차를 밟을 공산이 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옵티머스 사건 역시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투자 권유하고 판매한 쪽이 구제책과 보상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당국이 공동 배상으로 결론을 낼 경우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수탁·사무업무를 앞으로 누가 맡으려고 할지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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