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열리는 '판도라 상자'... 옵티머스 특검 근접
상태바
서서히 열리는 '판도라 상자'... 옵티머스 특검 근접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0.14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짜라던 옵티머스 문건, 일부 사실로 확인
"정부·여당 관계자가 프로젝트 수익자"
"청와대 관계자 통해 사면해 주겠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5,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불러일으킨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두고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사건에 줄줄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야당을 넘어 친여(親與) 성향 시민단체까지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허위라던 문건도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이 확보한 옵티머스 문건 내용 중 남동발전이 추진한 사업 프로젝트 일부가 실제로 진행됐다는 근거가 나온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가짜라고 선을 그었던 문건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14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배경을 추적하고 있는 가운데 정·관계 유력 인사들의 연루 가능성을 의심케하는 로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공범 관계로 구속 기소된 내부 관계자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재현 대표가) 향후에 실형을 받게 되더라도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사면까지도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해당 관계자가 모든 법적 책임을 질 경우 유력 인사들을 동원해 구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옵티머스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만든 대응(對應) 시나리오도 새롭게 밝혀졌다. 인맥을 총동원해 금융감독원에서 최대한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 확보하거나, 주범의 도주로 인해 수사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의 검찰 작업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 정세를 고려해 수사가 다시 시작되면 집행유예 시나리오로 끝내야 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해당 시나리오 문건은 옵티머스 사무실에 보관돼 있다가 지난 6월 금감원의 현장 검사에서 드러났다. 이후 문건은 검찰 수사 자료로 넘어갔다.

사진=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블로그
사진=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 블로그

추미애 장관을 비롯해 정부·여당 측이 허위라고 주장했던 하자 치유 문건 역시 수사의 주요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가 지난 5월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A4용지 6쪽짜리 문건에는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사건이) 이슈화될 경우 게이트 사건화 우려"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또한 김재현 대표는 "이혁진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돼 있고 (중략)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고 문건에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추미애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명은 거론돼 있지 않고 금융감독원 조사에 대비하기 위한 가짜 문서였다는 것을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야당의 허위주장과 의혹 부풀리기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남동발전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해외 발전사업을 논의한지 18일 만에 해당 사업에 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는 A4용지 6쪽짜리 문건에 담긴 '이헌재 고문(전 경제부총리)이 추천, 남동발전과 추진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프로젝트 투자 진행 중'이라는 내용과 일치한다. 특히 이례적으로 적격 판정이 빠르다는 점은 여권 유력 인사를 앞세운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를 의심케 한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도 수상한 흔적이 포착됐다. 남동발전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에게 답변한 내용에 따르면 해외 발전사업 제안은 국내 A사가 먼저 했다. A사는 2018년 남동발전에 태국 대나무를 이용한 우드펠릿 사업을 제안했지만, 남동발전은 이 사업을 거절한 뒤 바이오매스 발전소 사업을 역제안했다. 이후 2년 간 지지부진했던 사업은 A사의 협력업체인 B사가 옵티머스를 주요 투자자로 끌어온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야당은 특검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진상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나 김태년 원내대표가 별 것 아니라고 자꾸 (사건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옵티머스 측이) 권력 실세들과 만난 흔적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니 떳떳하면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시대를 연 개국공신인 경실련도 사모펀드 사건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정·관계 로비는 물론 부실 운용 전반과 감독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책임자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인 만큼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는 요구다. 경실련은 "그러지 않을 경우 특검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책임을 규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