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자리에 수북이 쌓인 의자들... KFC, 화재 불감증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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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자리에 수북이 쌓인 의자들... KFC, 화재 불감증 심각
  • 김보라 기자
  • 승인 2020.11.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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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화재 안전 무방비... 안전불감증 심각
거리두기 시행에 매장 한쪽 의자·테이블 쌓아놔
화재 경보 비상벨도 신문 가판대로 가려져
KFC "운영주 실수... 바로 시정조치"
전문가 "전기 화재 대응용 C급 소화기 비치도 의문"
의자와 테이블에 가려진 소화기. 사진= 김보라기자.
의자와 테이블에 가려진 소화기. 사진=김보라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KFC 매장이 화재 방재 도구인 소화기 앞에 물건을 적재하고, 화재 비상벨 앞에 방해물을 놓는 등 화재 대응에 낙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비치해 놓은 소화기도 부적절한 용도의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본지 취재진이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KFC 외대점을 확인한 결과, 비치된 소화기와 화재 비상벨이 적재물로 가린 상태로 놓여져 있었다. 해당 매장은 지난 8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날부터 매장 내 테이블과 의자를 줄이고, 테이블당 좌석을 2인석 중심으로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테이블과 의자는 매장 한쪽에 쌓아뒀다.

이렇게 쌓아둔 테이블과 의자로 인해 소화기가 가려져 발견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긴급 상황을 알리는 화재 경보 비상벨 역시 신문 가판대에 가로막혀 있었다. 

화재경보 비상벨이 신문 가판대에 가려져있다. 사진= 김보라
화재경보 비상벨이 신문 가판대에 가려져있다. 사진= 김보라

외대점을 방문한 이지원(30·여)씨는 "매장 직원들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사고나 화재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인데 '큰일 생기겠냐'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 의자와 테이블 치우라고 해서 아무 곳에 치운 것 같은데, 위급 사항에 대한 직원들의 교육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매장은 비상조명등(손전등) 관리도 허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휴대용 비상등'은 화재·정전 등 긴박한 상황 발생 시 사용돼야 한다. 하지만 표지판이 적혀있는 공간에는 비상등은 없었다.

휴대용 비상등이 안내판만있고 비치돼있지 않다. 사진= 김보라기자.
휴대용 비상등이 안내판만있고 비치돼있지 않다. 사진= 김보라기자.

KFC 외대점이 입점한 건물은 외국어대학교 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 건물이다. 또한 2층은 병원과 약국 등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시설로 화재 시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특히, 해당 매장은 가맹본부에서 직접 관리·운영하는 '직영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화기 비치, 소방안전 설비 정상작동 등 수시 점검해 화재를 미연에 방지해야 하지만 관리·감독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가맹본부 측에 안전점검 횟수와 기간 등을 문의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소화 기구 및 자동 소화장치의 화재 안전기준' 제4조에 따르면 소화기구는 거주자 등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소에 바닥으로부터 높이 1.5m 이하에 비치해야 한다. '소화기'라고 표시한 표지도 보기 쉬운 곳에 부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방법을 위반할 시에는 최대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KFC는 취재에 들어가자 그제야 소방설비 점검에 들어갔다. KFC 관계자는 "소화기와 비상벨을 막고 있던 사안은 운영주 실수"라며 "바로 시정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매장 주방에는 K급 소화기를, 홀에는 C급 소화기를 비치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불감증을 비판했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화기는 초기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가장 손쉽게 화재가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늘 눈에 띄고 사람과 가장 가까운 곳에 비치해야한다"며 "만약 화재 발생 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소화기를 찾기 어렵다면 소화기 비치 목적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중이용시설은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소방시설 점검 등을 통한 사전 화재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비치된 소화기에 대한 의문점도 제기했다. 최 교수는 "C급 소화기는 전기 화재에 적합한 소화기인데, 패스트푸드점 홀에 C급을 왜 비치해뒀는지 모르겠다"며 "일반적으로 매장 내에선 ABC급이 합쳐진 분말소화기나, 강화액 소화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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