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된 '브랜드 로드숍'... 화장품 성공신화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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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된 '브랜드 로드숍'... 화장품 성공신화 '아 옛날이여'
  • 홍성인 기자
  • 승인 2020.07.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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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구매 트렌드 급격하게 온라인으로 이동… 구매 목적 아닌 테스트하는 곳으로 변화
화장품 브랜드숍이 몰려 있는 서울 명동 거리. 사진=픽사베이
화장품 브랜드숍이 몰려 있는 서울 명동 거리. 사진=픽사베이

화장품 시장을 주름잡던 원브랜드 로드숍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매출이 예전만 못하고, 사드와 코로나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최근 몇몇 브랜드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면서 가맹점주들의 반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니스프리, 미샤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불공정 행위에 불만을 표시하며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니스프리가맹점협의회(협의회)는 지난해 11월 본사가 온라인 채널에서 불공정 영업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자 협의회는 추가적으로 나타난 문제점들을 취합해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추가신고할 예정이다.

협의회가 문제를 삼는 것은 ▲할인 판촉비 불공정한 부담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에서의 공급가 차별 ▲무분별한 제품 할당 등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비단 이니스프리 가맹점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에이블씨엔씨의 미샤와 토니모리 가맹점들도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장품 브랜드 로드숍은 현재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들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2003년 미샤와 더페이스샵의 등장은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매장에서 샘플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사용할 수 있어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미샤와 더페이스샵의 성공적인 진입과 함께 아모레퍼시픽 계열의 아리따움,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가 등장했고, 스킨푸드,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잇츠스킨, 바닐라코 등도 브랜드숍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소비 트렌드 빠른 변화와 함께 브랜드숍의 몰락 역시 빠르게 진행됐다. 올리브영, 랄라블라 등 한 곳에서 다양한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는 멀티편집숍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연이어 사드 사태로 야기된 중국 관광객 감소 등은 브랜드숍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이와 함께 11번가, 쿠팡, G마켓 등 이커머스의 성장은 브랜드숍이 물건을 구입하러 가는 곳이 아닌 제품을 테스트하는 곳으로 만들어버렸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됨에도 특별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제품 출시, 이벤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노력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특히 일부 브랜드에서는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의 고전을 타개하기 위해 기존 채널들과 협의없이 새로운 형태의 유통 채널을 만들어 가맹점주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 브랜드숍 가맹점주는 “(본사가)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현재의 본사 측의 태도는 가맹점들이 스스로 고사되길 바라고 있는 것 같다”며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본사의 의무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아예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가맹점을 없애고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보상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예의”라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처럼 방관만하고 브랜드만 살리려고 하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K뷰티가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전세계에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던 브랜드숍.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밀리면서 이제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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